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벌써부터 '이재명 조기등판론' 솔솔... 약인가? 독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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벌써부터 '이재명 조기등판론' 솔솔... 약인가? 독인가?

입력
2022.03.15 04:30
수정
2022.03.17 18:04
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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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9 대선에서 0.73%포인트 차로 석패한 더불어민주당에서 이재명 전 대선후보의 역할론이 고개를 들고 있다. 당장은 치열했던 대선 레이스를 마친 직후인 만큼 "육체적으로나 정신적으로나 잠시 쉬어야 한다"는 의견이 많다. 다만 또 다른 전국선거인 6월 지방선거가 다가오면서 "어떤 식으로든 존재감을 발휘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는 것이다. 이 전 후보는 본인의 거취에 대한 입장을 밝히지 않고 있다.

이재명 전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가 10일 서울 여의도 민주당 중앙당사에서 열린 선대위 해단식을 마친 후 당사를 떠나고 있다. 공동취재사진

이재명 전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가 10일 서울 여의도 민주당 중앙당사에서 열린 선대위 해단식을 마친 후 당사를 떠나고 있다. 공동취재사진


"아직 쉴 때" 의견 많지만… '활약' 은근한 기대도

이재명 조기등판론이 나오는 것은 이 전 후보가 이번 대선에서 역대 민주당 후보 중 최다득표(1,614만7,738표)로 낙선했기 때문이다. 이 기록 자체가 이 전 후보의 정치적 역량을 입증하기에 그에 맞는 역할을 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여기엔 이번 대선 결과에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는 6월 지방선거에서 '지방 권력'까지 국민의힘에 뺏길 수 있다는 우려가 반영돼 있다. 지도부 총사퇴로 구심점이 사라진 가운데 당을 이끌 인사가 이 전 후보밖에 없다는 시각도 있다.

이러한 논리를 가장 강력하게 주장하는 이가 김두관 의원이다. 김 의원은 공개적으로 '이재명 비상대책위원회 체제'를 요구하고 있다. 6월 지방선거 승리뿐 아니라 민주당의 개혁을 위해서도 이 전 후보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김 의원은 이 전 후보에게 직접 전화를 해 "비대위원장을 꼭 맡아줬으면 좋겠다"고 했다.

이광재 의원도 지난 11일 CBS라디오에 출연해 이 전 후보의 지방선거 역할론을 거론했다. 이수진(서울 동작을) 의원은 13일 페이스북에 "이재명 비대위가 당의 화합책"이라는 취지의 글을 올렸다. 최근 민주당 의원들에게 쏟아지는 '문자 폭탄'의 상당수는 이처럼 "이재명 비대위 체제로 지방선거를 치러야 한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고 한다.

다만 이 전 후보의 조기등판론이 아직 다수의 목소리는 아니다. 의원들 사이에서도 "일단 재충전의 시간이 필요하다"는 견해가 대체적이다. 이 전 후보와 가까운 한 의원은 "이 전 후보의 체력이 완전히 방전됐다"며 "가까운 인사들과의 만남도 이번 주 들어 재개할 듯하다"고 했다. 민주당 의원들의 채팅방에선 '이재명 비대위 체제'를 주장하는 김 의원에게 "지나치다"는 의견을 공개적으로 개진한 의원도 있다고 한다.

그럼에도 대선에서 존재감을 확인한 이 전 후보가 '어떤 식으로든' 당을 수습해 이끌고 나가는 데 기여해 주기를 바라는 기대가 적지 않다. 당장의 6월 지방선거는 물론 당의 혼란을 수습하기 위해서도 '민심을 확인한 강한 리더십'이 필요하다는 게 이유다. 한 초선 의원은 "상황을 봐가면서 이 전 후보가 합류할 시점과 공간을 찾아야 한다"고 했다.

윤호중 더불어민주당 비상대책위원장이 14일 오후 국회에서 열린 민생개혁법안 실천을 위한 상임위원장 및 간사단 연석회의에서 참석자들의 발언을 듣고 있다. 뉴스1

윤호중 더불어민주당 비상대책위원장이 14일 오후 국회에서 열린 민생개혁법안 실천을 위한 상임위원장 및 간사단 연석회의에서 참석자들의 발언을 듣고 있다. 뉴스1


'정치공백' 줄일 수 있지만… '책임지고 자숙' 관행과 배치

이 전 후보의 빠른 복귀가 갖는 장·단점은 분명하다. 당의 중추 역할을 맡아 지방선거에 큰 영향을 미친다면 당의 구심점으로 거듭날 수 있다. 대선후보까지 거머쥐었지만, 당내 세력지형으로 볼 때 이 전 후보는 여전히 의회 경력이 없는, 비주류이다. 지방선거 승리와 당 개혁에 기여할 수 있다면 이번 대선에서 보여준 득표력에 이어 당내 기반을 확실히 다질 수 있는 계기를 또 한번 마련할 수 있다.

민주당 입장에서도 현재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을 상대할 마땅한 얼굴이 없는 상황에서 이 전 후보의 등판은 나쁘지 않은 카드다. 이와 관련, 이 전 후보의 최측근인 김영진 의원이 이날 사무총장에 유임된 것은 6월 지방선거에서 '이재명 역할론'을 염두에 둔 것이라는 해석이 많다.

반면 다음 대선이 5년이나 남은 상황에서 너무 빠르게 정치적으로 소모돼버릴 수 있다는 점은 우려스러운 대목이다. 무엇보다 이 전 후보가 선거 패배 직후 정치 활동을 재개하는 것은, 패배 책임을 안고 한동안 정치권과 거리를 두던 관행과도 거리가 있다. 한 재선 의원은 "이 전 후보의 거취보다 당내 혼란 정리에 보다 집중해야 한다"고 강조했고, 한 초선 의원은 "이 전 후보를 중심으로 한 '팬덤 정치'로 흐르는 건 건설적이지 않다"고 지적했다.

자신을 둘러싼 견해가 분분한 가운데 이 전 후보는 아직까지 본인 거취에 대한 입장을 밝히지 않고 있다. 다만 그는 대선 패배가 확정된 후 나흘 만인 이날 블로그에 "미안합니다, 감사합니다, 제가 부족했습니다"라는 짧은 글을 남겼다.

신은별 기자
이성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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