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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0조 빚' 떠안은 尹정부, 재정개혁 못하면 5년후 부채비율 68%

입력
2022.03.15 04:30
수정
2022.03.15 07:13
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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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Y노믹스 과제] <1>재정·연금개혁
확장재정 기조 단숨에 바꾸기 어려워
세원 확충도 필수...경제 충격 최소화를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이 14일 오전 서울 종로구 통의동 금융감독원 연수원에 마련된 당선인 집무실에서 티타임을 갖고 있다. 오대근 기자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이 14일 오전 서울 종로구 통의동 금융감독원 연수원에 마련된 당선인 집무실에서 티타임을 갖고 있다. 오대근 기자

1,000조 원의 나랏빚을 안고 출범해야 하는 윤석열 정부에 '재정개혁'은 최대 난제다. 지난 5년간 이어져온 확장 재정 기조를 한순간에 뒤집기도 어렵고, 그렇다고 국민 저항감이 높은 증세 카드를 손쉽게 꺼낼 수도 없기 때문이다.

하지만 집권 초기 재정 개혁의 골든타임을 놓치면 윤석열 정부 역시 속절없이 불어나는 국가채무에 제동을 걸기 어려울 것이라는 전망이 지배적이다. 현재 채무 증가 속도가 유지되면 차기 정부 임기가 끝나는 5년 후 국가채무는 68%까지 불어날 것으로 추산된다. 고통이 따르는 예산 감축과 증세라는 결단을 내리지 않고서는, 윤 당선인이 후보시절 약속한 재정개혁 달성은 요원하다는 뜻이다.

보다 엄격한 재정준칙 도입되나

14일 국회예산정책처의 ‘중기재정전망’ 보고서에 따르면 국내총생산(GDP) 대비 국가채무비율은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의 임기 중인 2025년 처음으로 60%의 벽을 돌파(61.0%)한다. 임기가 끝나는 2027년엔 70%에 근접(67.8%)하고, 2030년엔 78.9%까지 수직 상승한다.

문재인 정부가 들어선 2017년 36.0%였던 국가채무비율이 13년 만에 2배 이상, 같은 기간 국가채무는 3배 이상 ‘폭증’하게 된 셈이다.

김태기 단국대 경제학과 명예교수는 “1993년 국가채무비율이 약 43%였던 일본이 100%를 돌파하는 데 걸린 시간은 불과 7년이었다”며 “급격한 국가채무 증가로 한국이 겪게 될 경제 충격은 기축통화국인 일본보다 클 수 있다”고 우려했다. 국제신용평가사인 피치·무디스가 신용등급 하락 경고를 쏟아낸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다만 중기재정전망은 현재의 확장 재정이 계속됐을 때를 가정한 경우다. 바꿔 말하면, 재정 지출 확대에 제동을 걸고 세입을 확충하면 정상 궤도로 되돌릴 수 있다는 뜻이다.

실제 예산정책처는 정부의 지출통제와 증세가 함께 이뤄질 경우 국가채무 증가 속도가 둔화해 2030년 국가채무비율은 60.6%에 머물 것으로 추산했다. 윤 당선인이 정부 지출통제 방안으로 “새 정부 출범 1년 안에 책임 있는 재정준칙을 마련해 국가채무를 관리하겠다”고 공언한 배경이다.

문재인 정부는 2025년 도입을 목표로 GDP 대비 국가채무비율 60%, 통합재정수지 적자 비율은 3% 이내로 관리하겠다는 내용의 재정준칙 도입 방안을 발표했다.

하지만 이것만으로는 부족하다는 게 윤 당선인 생각이다. 윤 당선인 측 말을 종합하면 새 정부는 국가채무비율을 현 정부 보다 현저히 낮은 45% 안팎에서 관리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관건은 지난 5년간 늘어날 대로 늘어난 지출을 어떻게 줄이냐는 것이다. 예산의 성격상 한 번 지출이 결정되면 이를 다시 삭감하기 어려워, 정부 부처 간은 물론 예산을 받는 단체, 또 이들의 후원을 받는 정치권과의 갈등은 불가피할 전망이다.

당장 인수위는 문재인 정부의 대표 예산사업인 '한국판 뉴딜'과 '직접 일자리 예산' 등을 줄이는 방안을 검토하려 하지만, 현 여당인 민주당의 반대 움직임은 벌써부터 감지되고 있다.

보편 조세 원칙에 맞는 부가세율 인상...변수는 물가

국민적 저항감이 높은 증세 역시 쉬운 결정은 아니다. 그동안 증세 필요성이 꾸준히 제기됐지만, 역대 정부가 증세카드를 손쉽게 꺼내지 못한 이유다. 증세가 서민들의 삶을 더 어렵게 하는 등 경제에 부담을 줄 수 있다는 우려도 반영됐다.

하지만 합리적인 세제 개편으로 실질적 증세 효과를 내는 것은 다른 얘기다. 숨겨져 있는 세원을 발굴하고, 선진국 대비 지나치게 낮은 일부 세율을 상향 조정하면 국세 수입은 늘리면서도 경제성장 역풍은 최소화할 수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견해다.

현재 유력한 개편 대상은 소득세와 부가가치세다. GDP 대비 개인소득세와 부가세 비중(2019년 기준)은 각 5.4%, 4.6%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8.3%·7.0%)보다 낮다. 김우철 서울시립대 세무학과 교수는 “OECD에서 가장 낮은 최저명목세율(6%) 등 소득세율을 손보고, 소득세 면제자 비율도 조정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1977년 도입 후 줄곧 10%를 유지해 온 부가세율도 조정 대상이다. 조세의 보편성 원칙에 맞는 데다, 소폭의 세율 조정만으로도 큰 효과를 얻을 수 있다. 부가세율을 2%포인트만 올려도 14조 원의 추가 세수를 확보할 수 있다. 19% 안팎인 OECD 평균 세율의 절반에 불과해 조정 여력도 충분하다. 김태기 교수는 “당장 증세에 나서긴 쉽지 않겠지만 논의는 미리 시작해야 한다”고 말했다.

세종= 변태섭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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