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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 “외환보유액 3000억 달러 묶여… 비우호국 부채 루블로 갚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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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 “외환보유액 3000억 달러 묶여… 비우호국 부채 루블로 갚는다”

입력
2022.03.14 20: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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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재 풀기 전까진 루블화 지급 합당"
사실상의 '디폴트' 선언, IMF도 경고

지난달 18일 러시아 옴스크에서 한 시민이 러시아 루블로 결제하고 있다. 옴스크=로이터 연합뉴스

지난달 18일 러시아 옴스크에서 한 시민이 러시아 루블로 결제하고 있다. 옴스크=로이터 연합뉴스

러시아 정부가 외국에서 달러로 빌린 돈을 가치가 50% 넘게 폭락한 루블화로 갚겠다고 밝혔다. 서방의 광범위한 제재로 외환보유액 절반이 묶인 만큼 불가피한 선택이라는 게 이유다. 채권자 측에서 이를 받아들이지 않을 경우 러시아는 채무불이행(디폴트)에 처하게 된다. 혼자 죽지는 않겠다는 ‘배짱’인 셈이다. 어떤 결론이 나도 현지에 투자한 기업과 개인의 피해는 불 보듯 뻔하다. 국제통화기금(IMF)도 국가 부도 가능성을 경고했다.

13일(현지시간) 영국 파이낸셜타임스 등에 따르면, 안톤 실루아노프 러시아 재무장관은 러시아 국영 로시야1TV 인터뷰에서 “6,400억 달러(약 790조 원)가량의 외환보유액 가운데 절반 가까운 3,000억 달러를 사용할 수 없다”고 밝혔다. 러시아 정부가 서방 제재로 인한 동결금액을 공개적으로 언급한 것은 개전(開戰) 이후 처음이다.

그는 서방의 외환보유액 동결이 해제될 때까지 모든 국가 부채를 루블화로 상환하겠다고도 덧붙였다. 러시아는 오는 16일까지 달러표시 채권 이자 1억1,700만 달러(약 1,447억 원)를 지급해야 하는데, 이를 자국 통화로 지급하겠다는 얘기다. 대상은 러시아에 ‘비우호적’인 국가다. 한국을 비롯, 미국 유럽연합(EU) 등 러시아의 외환보유액 사용을 제한한 48개국이 여기 포함된다. 이들 국가가 돈줄을 틀어막으면서 현지에서 달러가 말라버린 만큼 어쩔 수 없는 선택이라는 게 러시아 측의 주장이다. 제재를 풀기 전까지는 모든 채무 상환을 루블화로 지급하는 것은 “절대적으로 합당한 일”이라고 강조하기도 했다.

문제는 루블화 가치가 바닥을 치고 있다는 데 있다. 이날 국제 외환시장에서 러시아 화폐는 1달러당 115루블에 거래됐다.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지난달 24일 이전까지만 해도 달러당 70~80루블 수준이었던 점을 감안하면, 루블화 가치가 50%나 폭락했다. 러시아와 거래했던 기업이나 개인의 금전적 피해는 불가피해졌다. 달러화 대신 루블화로 채무를 상환받게 될 경우 큰 환차손을 입을 수밖에 없다. 루블화 가치가 연일 떨어지는 데다, 외환시장에서 루블화를 달러로 바꾸기 어려운 상태라는 점을 감안하면 앞으로 손해는 더 커질 수밖에 없다. 휴지 조각이나 다름없는 이 돈을 투자자들이 받아들일 가능성은 거의 없다는 의미다. 게다가 러시아가 채권자들과 맺은 계약에는 이자를 루블화로 지급한다는 옵션은 없다.

남은 선택지는 ‘디폴트’뿐이다. 유예기간 30일을 감안하면 ‘디데이’는 내달 15일이다. 이날까지 러시아가 달러 이자를 지급하지 않을 경우 러시아 국가부도는 현실화한다. 이미 국제 사회에서는 부도를 기정사실화하는 분위기다. 로이터통신은 “루블화 지급은 디폴트와 다를 바 없다”고 설명했다. 크리스탈리나 게오르기에바 IMF 총재 역시 이날 미국 CBS방송에 출연, “러시아 채무불이행이 일어나지 않을 것 같은 일이라고 더는 생각하지 않는다”고 언급했다. 빚을 갚을 돈은 있지만, 접근할 수 없다는 이유에서다.

허경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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