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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크라 혼자 싸우게 놔둘 것인가”… 적극 개입 압박받는 美 바이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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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크라 혼자 싸우게 놔둘 것인가”… 적극 개입 압박받는 美 바이든

입력
2022.03.12 09: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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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화당 상원의원, 전투기 지원 촉구 성명
민주당 변화 "우크라 투쟁은 나토 목적 환기"
CNN "피범벅 임산부, 세계인 양심 흔들어"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8일 백악관에서 러시아산 원유 수입 금지 조치를 발표하고 있다. 워싱턴=AP 뉴시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8일 백악관에서 러시아산 원유 수입 금지 조치를 발표하고 있다. 워싱턴=AP 뉴시스

개전 3주 차에 접어들면서 러시아군이 우크라이나 민간인을 조준 폭격하는 등 전황이 크게 악화되자 미국과 서방국가가 파병에 가까운 실질적 효과를 내도록 전쟁에 더욱 개입해야 한다는 여론이 힘을 얻고 있다. 러시아산 원유 금수 조치와 국제은행간통신협회(SWIFTㆍ스위프트) 퇴출 같은 초강력 경제 제재에도 러시아는 물러설 기미가 전혀 없기 때문이다. 여러 나라가 각종 무기를 보내 돕고 있지만 우크라이나가 언제까지 러시아군을 혼자서 막아낼 수 있을지 장담하기도 어렵다.

특히 러시아군에 포위돼 초토화된 동남부 항구도시 마리우폴 상황은 서방의 지원이 러시아를 저지할 만큼 충분했는지 의문을 불러일으켰다. 심지어 9일(현지시간) 인도주의 시설인 산부인과ㆍ어린이병원에 포탄이 떨어져 3명이 숨지고 17명이 다쳤다. 서방은 러시아군의 폭격과 식량ㆍ식수 부족으로 죽어 가는 마리우폴을 사실상 속수무책으로 바라만 보고 있다.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세계는 얼마나 더 오래 이 잔혹 행위를 묵인하는 공범자가 될 것인가”라고 호소했다. 미국 CNN방송은 “마리우폴 병원에서 피범벅이 된 채 대피하는 임산부 사진은 세계인의 양심을 뒤흔들었다”며 “사상자와 난민이 급격히 늘어나는 상황에서 세계 민주주의 국가들은 당장 무엇을 해야 하는지 난제를 안게 됐다”고 진단했다.

미국 의회에서도 조 바이든 행정부에 한층 강경한 대응을 주문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일간 워싱턴포스트에 따르면 10일 공화당 소속 상원의원 40여 명은 우크라이나에 전투기와 방공시스템 지원을 촉구하는 공개 성명을 발표했다. 미치 매코널 공화당 상원 원내대표도 참여했다. 의원들은 “폭압적이고 무법적인 러시아에 맞서 자유를 지키기 위해 싸우는 우크라이나를 지원하는 것은 서방 세계가 직면한 가장 시급한 임무”라며 “바이든 대통령은 북대서양조약기구(NATOㆍ나토) 동맹을 통해 전투기와 방공시스템, 기타 군사 능력을 즉시 이전하도록 국방부에 지시해 달라”고 요구했다.

하지만 바이든 행정부는 앞서 전투기를 우크라이나에 제공하자는 폴란드의 제안을 거절했다. 러시아와 서방 간 군사적 긴장을 고조시킬 위험이 있다는 이유다. 러시아군의 공습을 막기 위해 비행금지구역 설정이 필요하다는 우크라이나의 요청도 같은 이유로 거부하고 있다. 미트 롬니 상원의원은 이날 성명 발표 기자회견에서 ‘전투기 지원이 러시아를 도발할 수 있다’는 우려를 일축하면서 “이제는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우리가 무엇을 할지 두려워해야 할 때”라고 말했다.

9일 러시아군의 폭격을 받은 우크라이나 마리우폴 산부인과 병원에서 응급 구조요원들이 부상한 임신부를 대피시키고 있다. 마리우폴=AP 뉴시스

9일 러시아군의 폭격을 받은 우크라이나 마리우폴 산부인과 병원에서 응급 구조요원들이 부상한 임신부를 대피시키고 있다. 마리우폴=AP 뉴시스

민주당 안에서도 기류가 점차 바뀌고 있다. 미국이 초고강력 제제 카드를 이미 다 써서 남은 수단이 많지 않다는 현실론도 한 가지 이유다. 민주당 소속 진 섀인 상원의원은 “전투기 지원을 꺼리는 행정부에 실망스럽다”고 꼬집었다. 역시 민주당인 낸시 펠로시 하원의장도 전날 기자회견에서 젤렌스키 대통령과의 통화 내용을 언급하면서 “바이든 행정부가 우크라이나 공군력을 강화하는 데 도움이 되는 방법을 찾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미 의회 내 ‘우크라이나 코커스’ 공동의장인 마이클 퀴글러(민주당) 하원의원은 CNN방송에 출연해 “서방 동맹이 왜 우크라이나가 나토 회원국이 아니라는 사실에 그렇게 집착하는지 모르겠다”고 성토했다. 그는 “우크라이나의 투쟁은 애초 우리가 나토를 결성한 바로 그 이유를 보여준다”며 “우리가 왜 나토를 결성했는지, 언제까지 이런 상황을 내버려둘 것인지, 이제는 스스로 질문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미국이 어느 수준까지 확전 위험을 감수할지는 아직 알 수 없다. CNN은 “러시아와 나토 간 긴장이 고조되는 상황에서 미국이 한 발짝 더 나아가야 할지 저울질에 들어갔지만, 그 앞에는 더욱 어려운 선택지만 놓여 있다”고 짚었다. 미 의회의 초당적 압박이 도리어 러시아에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한 민주당 의원은 “독일의 가스관 폐쇄, 중립국 스위스의 제재 동참, 유럽연합(EU)의 무기 원조 등 불과 얼마 전까지도 불가능해 보였던 조치들이 이뤄졌다”며 “바이든 행정부의 조치가 뒷받침되지 않더라도 의회의 압박은 유용할 수 있다”고 말했다.

김표향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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