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경미 대변인, '대국민 담화' 중 눈물
문 대통령은 담담한 어조로 "정권 이양 협조"
다음주 대면 회동이 양측 관계 기로 될 듯
‘문재인 정부 검찰총장’에서 ‘문재인 정부 심판자’가 된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을 바라보는 청와대의 시선에서는 착잡함이 묻어났다. 문재인 대통령은 담담하게 “선거 과정의 갈등과 분열을 씻자"고 윤 당선인에게 손을 내밀었지만, 청와대는 끝내 정권 재창출 실패에 대한 아쉬움을 감추지 못했다.
박경미 청와대 대변인은 10일 문 대통령을 대신해 ‘국민께 드리는 말씀’을 대독하던 중 눈물을 터트렸다. "당선된 분과 그 지지자께 축하 인사를 드리고, 낙선한 분과 그 지지자들께"라고 말하던 박 대변인은 갑자기 감정이 격해진 듯 메시지를 읽지 못한 채 울먹이다 대기공간으로 들어갔다. 간신히 평정심을 되찾은 박 대변인은 6분 만에 다시 단상에 올라 브리핑을 마무리했다.
박 대변인의 돌발행동을 두고, 윤 당선인을 바라보는 청와대의 솔직한 ‘감정’이 담겼다는 해석이 나왔다. 실제 '신뢰'로 출발한 문 대통령과 윤 당선인의 관계는 검찰총장 임명 이후 조국 사태를 거치면서 '악연'으로 바뀌었고, 결국 정권 교체까지 이어졌다. 복잡한 감정이 교차하지만 이를 대놓고 드러낼 수도 없는 게 청와대 입장이다.
다만 문 대통령은 원만한 정권 인수인계에 힘을 실었다. 문 대통령은 이날 오전 윤 당선인에게 축하 전화를 걸어 “새 정부가 공백 없이 국정운영을 잘 할 수 있도록 지원하겠다”고 약속했다. 또 “인수위원회 구성과 취임 준비로 더욱 바빠질 텐데, 잠시라도 휴식을 취하시라”고 윤 당선인의 건강까지 챙겼다. 이에 윤 당선인도 "많이 가르쳐 달라"고 답했다.
청와대 참모진도 문 대통령과 보조를 같이했다. 이날 당선 축하 인사차 윤 당선인을 찾은 유영민 대통령 비서실장은 문 대통령 명의의 축하난을 전달하며 “정권 이양에 충분히 협조하라는 말씀이 있었다”고 전했다. 한 청와대 관계자는 “국민 선택을 겸허히 받아들인다"며 "남은 임기 동안 오미크론 방역과 우크라이나 사태 등 현안 관리에 공백이 없도록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했다.
문 대통령과 윤 당선인의 원만한 관계가 지속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이미 선거 과정에서 윤 당선인의 “문재인 정부 적폐 수사” 발언을 두고 양측은 강하게 충돌한 바 있다. 또 한반도 평화 프로세스 재점검과 여성가족부 폐지, 탈원전 백지화 등 문재인 정부 핵심 정책을 뒤집는 공약을 윤 당선인은 약속한 상태다. 이르면 다음 주 이뤄질 문 대통령과 윤 당선인의 회동이 향후 관계를 좌우할 분수령이 될 것으로 보인다.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