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 러시아산 석유·가스 의존도 높아
"러시아산 끊으면 전세계 심대한 타격"
러시아 "독일행 가스관 닫을 수 있다" 역공도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우크라이나 침공에 나선 러시아에 대한 추가 압박을 가하기 위해 러시아산 에너지 자원의 미국 내 수입 금지를 발표했다. 미국이 국내 기름값 급등이라는 피해를 감수하고서 러시아에 추가 경제 제재를 가한 것이다. 하지만 러시아산 에너지 의존도가 높은 유럽 국가들이 동참하는 데 주저하고 있다는 점은 제재 효과를 극대화 하는 데 걸림돌이 될 것으로 보인다.
8일(현지시간) 바이든 대통령은 미국 워싱턴 백악관에서 우크라이나 침공에 대한 추가 제재로 러시아산 원유·가스 수입을 금지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바이든 대통령은 "미국은 러시아 경제의 주요 동맥을 목표로 한다고 발표한다"며 "우리는 러시아산 원유, 가스, 에너지 수입을 전면적으로 금지한다"라고 말했다. 또 "이는 러시아 원유가 더 이상 미국 항구에서 받아들여지지 않는다는 것을 의미한다"며 "미국인들이 푸틴의 전쟁 기계에 또 다른 강력한 타격을 가한다는 의미"라고 밝혔다.
앞서 바이든 행정부는 러시아 원유에 대한 금수조치 등 제재에 무게를 두고 관련 사항에 대해 검토에 들어갔다. 토니 블링컨 국무장관도 6일 “러시아산 석유와 가스를 제재 대상에 포함시키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실제 미국 관료들은 석유 시장 안정화를 위해 사우디아라비아 등 전통 우방은 물론 오랜 제재 대상인 베네수엘라와도 마주 앉았다. 이란과의 핵 협상을 서두른 이유도 러시아 원유 금수조치 등에 대비한 원유 공급 안정화와 연관이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니콜라스 마두로 베네수엘라 대통령은 "세계 안정을 위해 필요하다면 증산할 수 있다"고 화답했다.
하지만 유럽의 분위기는 다르다. 올라프 숄츠 독일 총리는 전날 성명에서 "공공 서비스와 시민의 일상 생활을 유지하기 위해 러시아산 에너지 공급은 필수적"이라고 말했다.
보리스 존슨 영국 총리는 러시아산 석유 제재에 대해 "결코 배제할 수 없는 중요한 논의 대상"이라면서도 "설령 러시아산이라 하더라도 석유와 가스 수입을 하룻밤 만에 간단히 중단할 수는 없다"고 의중을 드러냈다.
존슨 총리는 네덜란드의 마르크 뤼터 총리, 캐나다의 쥐스탱 트뤼도 총리와 공동 기자회견에서 '국제 우크라이나 지원 그룹'을 주도하겠다고도 밝혔지만, 우크라이나에서 원하는 러시아산 석유와 가스 수입 중단을 약속하진 못했다. "유럽 기업에 당장 러시아와 관계를 끊도록 강요할 경우 유럽과 영국은 물론 전 세계에 심대한 타격"이라는 뤼터 총리의 발언으로 현재 유럽의 난처함이 드러난다.
유럽과 미국의 입장이 다른 건 러시아 에너지 자원에 대한 의존도 차이 때문이다. 미국은 전체 석유 수입량의 3%가량을 러시아에서 수입하고 천연가스는 거의 수입이 없다. 이에 반해 유럽연합(EU)은 국가별 편차는 있지만 전체적으로 석유 수입량의 27%, 천연가스는 41%가 러시아에서 온다.
러시아 외 원유 수급 방안이 딱히 없다는 점도 문제다. 무하마드 바킨도 석유수출국기구(OPEC) 사무총장은 전날 미국 휴스턴에서 열린 국제 에너지 포럼 '세라위크(CERAWeek)'에서 “전 세계는 러시아의 원유 생산 능력을 대체할 능력이 없다”고 말했다.
이렇다 보니 되레 러시아 정부가 가스 수출 금지를 검토하겠다고 엄포를 놓고 있다. 러시아 타스통신에 따르면 알렉산드르 노바크 러시아 부총리는 러시아에서 독일로 천연가스를 직접 보내는 발트해 해저 가스관 '노르트스트림'의 가동을 중단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독일은 앞서 노르트스트림과 동일한 노선의 가스관을 증설하는 '노르트스트림 2' 사업 중단을 발표한 바 있다. 노바크 부총리는 석유 금수 조치에 대해서도 "그들은 몇 년 동안 대체 공급처를 찾지 못할 것이고 최대 피해자는 유럽 소비자가 될 것"이라고 큰소리를 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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