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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감독 민병훈이 미디어아트 작업하는 까닭은 "힘든 이들에게 조용한 위로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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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감독 민병훈이 미디어아트 작업하는 까닭은 "힘든 이들에게 조용한 위로를"

입력
2022.03.10 04:30
2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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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디어아트 첫 개인전 '영원과 하루'
호리아트스페이스에서 19일까지

영화감독 민병훈이 자신의 미디어아트 첫 개인전인 '영원과 하루'가 열리는 서울 강남구 호리아트스페이스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아이프매니지먼트 제공

영화감독 민병훈이 자신의 미디어아트 첫 개인전인 '영원과 하루'가 열리는 서울 강남구 호리아트스페이스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아이프매니지먼트 제공

"오늘 하루가 영원할 수 있고, 그 영원이 하루일 수도 있지 않나. 카메라로 찍을 때마다 영원과 하루가 우리 일상 아닐까, 그랬으면 좋겠다 싶었다."

그렇게 '영원과 하루'는 영화감독 민병훈(53)이 미디어아트 작가로 여는 첫 개인전 제목이 됐다. 국내외 영화제에서 호평을 받았던 데뷔작 '벌이 날다(1998)' 이후 줄곧 예술영화를 고집해온 영화감독의 미디어아트 작업이다. 4년 전 부인과 사별하고, 제주로 거처를 옮긴 게 직접적 계기가 됐다. "제주의 바다와 한라산을 바라보며 우울감을 떨칠 수 있었죠. 아픈 이를 치유하는 힘이 자연 속에 있다 생각해요. 그렇다고 우리 모두 제주로 갈 수는 없잖아요. 저만 그 호사를 누리는 게 아까워서요. 모두와 나누고 싶었어요."

최근 '영원과 하루'전이 열리고 있는 서울 강남구 호리아트스페이스에서 만난 그는 "초등학교 3학년인 아들도 좋아할 정도로 제 작품 중 가장 대중성 있는 작품이 아닐까 한다"고 했다. 전시에는 제주의 자연을 담은 영상 작품 20점을 내놓았다. 고요하고, 평화로운 제주의 풍광이 절로 '숲멍', '바다멍'을 부른다. 몰입의 힘이 대단하다. 함축적이고 시적이다. 민 감독은 "각각이 개별 작품이면서 전체가 3시간 15분짜리 한 작품이기도 하다"고 했다.


민병훈의 '영원과 하루' 스틸 컷. 호리아트스페이스 제공

민병훈의 '영원과 하루' 스틸 컷. 호리아트스페이스 제공


민병훈의 '찬란' 스틸 컷. 호리아트스페이스 제공

민병훈의 '찬란' 스틸 컷. 호리아트스페이스 제공

촬영은 제주 애월에 있는 그의 집에서 차로 왕복 1시간 내 거리의 20곳에서 이뤄졌다. 안개가 낄 때, 비가 올 때, 파도가 칠 때 찾는 곳이 정해져 있다. 인적이 닿지 않는 곳들이다. 그와 20년지기이자 이번 전시를 기획한 김윤섭 아이프아트매니지먼트 대표는 "회화적 밀도감이 굉장히 높은 곳들"이라며 "자연으로 얘기하면 햇빛, 습도, 바람, 조도가 적당히 잘 버무려질 때 주는 밀도감을 (민 감독이) 몸으로 느낄 줄 알더라"고 했다.

실제 속도보다 6배 느리게 찍은 영상은 가공하지 않고 그대로 살렸다. 컴퓨터그래픽(CG)은 단 한 컷에도 사용하지 않았다. 자연의 질감과 색감에 집중하게 만들면서 동시에 느슨한 시간이 주는 묘한 편안함을 느끼도록 하는 장치다. 한라산 첫눈을 찍기 위해서는 사흘을 기다렸다고 한다. 10번 나가면 7, 8번은 허탕 치기 일쑤다. 태풍 한가운데서 촬영하다 카메라 3대를 날려 먹기도 했다.


민병훈의 '시간의 집' 스틸 컷. 호리아트스페이스 제공

민병훈의 '시간의 집' 스틸 컷. 호리아트스페이스 제공

민 감독에게 이번 작업은 "누구 눈치 보지 않고 마음껏 써내려간 '나의 사적 일기'"다. 관객 수가 얼마나 들었냐로만 영화의 성패를 결정짓고, 상업영화 위주로 배급하는 영화판에도 신물이 난 터였다. 그는 "관객이 적으면 작품과 상관없이 '실패한 영화'가 되면서 점차 영화를 만드는 기쁨이 사라졌다"며 "다시 즐겁게 영화를 하기 위해서, 일상적으로 혼자 독립적인 형태의 영상을 만들어 보자는 생각으로 시작했던 게 미디어아트 작업으로 이어졌다"고 설명했다. 그에게 미디어아트와 영화의 구분이 무의미한 이유다. 이번 출품작을 모티브로 제작한 NFT(대체불가토큰) 10점도 공개한다.

민 감독은 이번 작업이 더 많은 사람에게 가닿기를 바란다. "현재 고통받고 힘들어하는 사람들에게 조용한 위로가 될 수 있다고 믿습니다." 전시는 오는 19일까지다.

권영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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