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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수공장 폭발 사건 중대재해법 적용하면... '공장장' 아닌 '대표' 책임

입력
2022.03.14 10:00
8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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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검 '중대재해처벌법 해설서' 분석
구의역 세월호 등 과거 13개 사건 중
"12건 적용 가능 또는 검토해야" 결론
"법인 대표, 처벌 대상 경영책임자 해당"

2013년 3월 14일 폭발이 발생한 대림산업 여수공장 저장탑 모습. 연합뉴스

2013년 3월 14일 폭발이 발생한 대림산업 여수공장 저장탑 모습. 연합뉴스

2013년 3월 14일 대림산업 여수공장에서 폭발 사고가 발생했다. 폴리에틸렌 원료 저장탑 보수 작업 중 미처 제거하지 않은 분진으로 인해 용접 불꽃이 옮겨붙었다. 폭발로 하청업체 소속 노동자 6명이 사망했고, 또 다른 노동자 10명도 다쳤다. 검찰은 사고 책임을 물어 원청인 대림산업 법인과 대림산업 여수공장장을 업무상과실치사상 및 산업안전보건법 위반 혐의로 재판에 넘겼다.

하지만 대림산업 대표는 입건되지 않았다. 공사와 시설물 안전과 관련해 직접적인 의사결정권이 없다는 이유였다. 하지만 올해부터 시행된 중대재해처벌법이 적용됐다면, 검찰은 같은 사건을 두고 다른 판단을 내리게 될까.

13일 한국일보가 입수한 600페이지 분량의 대검찰청 '중대재해처벌법 벌칙 해설'에 따르면, 검찰은 해당 사건에 대해 여수공장장이 아닌 대림산업 대표에게 중대재해법을 적용해 형사처벌을 검토해야 한다고 보고 있다. 중대재해법은 기본적으로 '사업을 대표하고 총괄 집행하는' 경영책임자를 처벌 대상으로 보기 때문이다.

검찰은 경영책임자를 가리기 위해선 '안전·보건 예산 및 인사 집행 결정권'이 누구에게 부여돼 있는지 여부로 판단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여수공장장에겐 안전·보건 관련 의사결정권이 없기 때문에 공장장보다는 법인 '대표'에게 중대재해법을 적용할 여지가 크다는 게 검찰 해석이다.

중대산업재해 6건 중 절반, 처벌 범위 넓어져

과거 주요 사건 중대재해처벌법 적용 비교. 강준구 기자

과거 주요 사건 중대재해처벌법 적용 비교. 강준구 기자

검찰은 대림산업 여수공장 폭발 사건을 포함해 이미 기소됐거나 판결이 확정된 재해 사건 13건을 중대재해처벌법상 적용 가능한 '중대산업재해'와 '중대시민재해'로 나눠 분석했다. 검찰은 분석 대상 13개 사건 중 12건에 중대재해처벌법 적용이 가능하거나, 적용을 검토해야 한다는 결론을 내렸다.

검찰이 이 가운데 6건을 중대산업재해로 볼 수 있다고 꼽았다. △구의역 승강장 안전문 사망 사건 △SK하이닉스 이천공장 질소 질식사건 △삼성전자 화성공장 불산 누출 사건 △한익스프레스 이천물류센터 화재 사건 △태안화력발전소 하청업체 노동자 사망 사건(일명 김용균 사건)이다.

검찰은 대림산업 여수공장 폭발 사건과 마찬가지로 '대표가 아닌 아래급 임원을 처벌한' SK하이닉스 이천공장 질소 질식사건 및 한익스프레스 이천물류센터 화재 사건의 경우 '대표가 중대재해법 적용이 가능한 경영책임자'라고 판단했다.

예컨대 이천물류센터 화재 사건은 발주처·시공사·하청업체 상무나 본부장만 기소됐는데, 검찰은 해당 업체들 대표를 모두 형사처벌 대상으로 고려할 수 있다고 봤다. 특히 발주처와 시공사 관계에 대해선 "발주처임에도 실질적으로 시공에 대한 지배, 운영, 관리상 책임이 인정될 경우 당연히 중대재해법상 안전보건 확보의무도 부담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검찰은 산업안전보건법 위반이나 업무상 과실치사상 혐의로 대표가 기소돼 이미 유죄를 받은 △구의역 승강장 안전문 사망 사건 △태안화력발전소 하청업체 노동자 사망사건의 경우에도, 새로 시행된 중대재해처벌법 추가 적용이 가능하다고 결론 내렸다. 구의역 사건은 서울메트로 대표가 사건 재발 방지 대책 등을 최종 결재하는 등 안전·보건 관련 권한을 가지고 있었고, 태안화력발전소 사건은 한국서부발전 대표가 애초에 안전보건 최고책임자를 겸임하고 있었기 때문에 중대재해법상 경영책임자로 볼 수 있다는 것이다.

"중대시민재해 발생한 시설 운영 및 소유자 책임 물을 수 있다"

검찰은 나머지 7개 사건(△가습기 살균제 사건 △경주 마우나리조트 붕괴 사건 △세월호 침몰 참사 △판교 환풍구 붕괴 사건 △제천 스포츠센터 화재 사건 △밀양 요양병원 화재 사건 △강릉 펜션 일산화탄소 누출 사건)에 대해선 '중대시민재해'로 처벌이 가능한지 살펴봤다.

검찰은 가습기 살균제 사건에 대해 "제조업자 및 그 임직원들에게는 안전성과 내구성을 갖춘 제품을 제조·판매해야 할 의무가 있다"며 경영책임자 처벌이 가능한 사건으로 분류했다. 청해진해운 법인만 처벌했던 세월호 침몰 참사에서도 검찰은 경영책임자 처벌이 가능하다는 의견을 냈다.

검찰은 경주 마우나리조트 붕괴 사건과 판교 환풍구 붕괴 사건, 제천 스포츠센터 화재 사건 역시 시설물 소유 및 운영자 또는 시설물 시공업체 경영책임자에게 중대재해법상 책임을 물을 수 있다고 정리했다. 해당 사건들이 시설물 안전관리 의무를 소홀히 했기 때문에 발생했고, 안전관리 의무는 시설물 운영업체 대표나 소유자에게도 있는지 따져볼 필요가 있다는 게 검찰 설명이다.

다만 강릉 펜션 일산화탄소 누출 사건은 펜션 운영자에게 중대재해처벌법 적용이 어렵다고 판단했다. 사건 발생 장소가 '공중이용시설'에 해당해야 하는데, 검찰은 해당 펜션은 규모가 작아 공중이용시설 관련 법적 기준에 미치지 못한다고 봤다.

이상무 기자
이유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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