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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쟁범죄 입증하려 건물 잔해 파헤치는 우크라인들...전 세계 지원 이어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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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쟁범죄 입증하려 건물 잔해 파헤치는 우크라인들...전 세계 지원 이어져

입력
2022.03.07 18:31
수정
2022.03.07 18: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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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격당한 민간인 지역 돌며 영상 기록
"허용적인 국제법상 전범 입증 어려워"
국제단체·정부 증거 수집 지원

우크라이나 수도 키이우(키예프) 인근 작은 마을인 마크할리프카의 한 주택 단지가 러시아군의 공격을 받아 4일 파괴된 모습. 주민들과 구조원들이 무너진 건물 잔해를 파헤치고 있다. 마크할리프카=로이터 연합뉴스

우크라이나 수도 키이우(키예프) 인근 작은 마을인 마크할리프카의 한 주택 단지가 러시아군의 공격을 받아 4일 파괴된 모습. 주민들과 구조원들이 무너진 건물 잔해를 파헤치고 있다. 마크할리프카=로이터 연합뉴스

우크라이나 수도 키이우(키예프)에서 남서쪽으로 약 10km 떨어진 작은 마을. 이호르 모즈하예프가 멍든 얼굴로 무너져 내린 나무판자를 헤치고 있었다. 이 마을은 지난 5일(현지시간) 러시아군의 미사일 공격으로 어린이 2명을 포함한 주민 6명이 사망했는데, 그의 부인과 딸도 포함됐다. 폭삭 주저앉은 집터에서 그는 혹시나 정상적으로 남은 가족의 소지품을 찾고 있었다. 피가 묻은 의자를 발견한 모즈하예프는 “딸은 낮이면 항상 이 의자에 앉아 있었다”고 흐느끼듯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 그의 모습은 우크라이나 정부에서 파견한 채증팀의 카메라에 오롯이 담겼다.

미국 워싱턴포스트(WP)는 러시아의 집단학살 혐의 등 전쟁범죄와 관련한 국제형사재판소(ICC) 소송을 위해 우크라이나 정부와 시민들이 증거 수집에 나섰다고 6일 보도했다. 이들은 포격으로 산산조각 난 건물 잔해를 뒤지며 입증에 도움이 될 만한 건 무엇이든 기록으로 남기고 있다. 모즈하예프도 이런 기록 중 하나로 남게 된다.

군목사인 미콜라 메딘스키도 부인과 함께 폭격당한 민간인 주거지역을 다니며 주민들을 위로하는 동시에 채증을 돕고 있다. 그는 정부·군사 시설이 없는데도 러시아군의 미사일 공격을 받은 민간인 지역 다섯 곳을 이미 방문했다. 메딘스키는 "사람들을 도우려고 왔지만, 동시에 언론이 러시아가 저지르는 범죄를 세상에 밝혔으면 한다"고 WP에 말했다.

유엔(UN)에 따르면 지난 5일 기준 이번 전쟁으로 지금까지 어린이 25명을 포함, 민간인 364명이 사망하고 707명이 부상당했다. 주말 내내 마리우폴, 하르키우 등 전국 곳곳에서 이어진 미사일 폭격과 교전으로 사망자는 훨씬 더 늘었을 것으로 예상된다. 우크라이나 정부는 민간인 사망자만 2,000명이 넘는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국제 재판에서 전쟁범죄를 입증하는 게 매우 어려운 일이라고 말한다. 전장 상황은 계속해서 변하기 때문에 민간인 공격의 '의도성'을 증명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시리아 전쟁범죄 증거를 수집한 경험이 있는 빌 와일리 국제 정의와 책임 위원회(CIJA) 대표는 "공격의 당초 목표가 무엇이었는지 알기 힘들어 사건을 성립시키는 게 매우 어렵다"며 "국제인도주의법은 사람들이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더 많은 '부수적'인 피해들을 허용한다"고 영국 일간 가디언에 설명했다.

하지만 재판 전망이 어둡기만 한 것은 아니다. 러시아의 혐의를 입증하기 위해 전 세계 정부와 국제단체도 힘을 모으고 있다. 영국 런던 경찰 전쟁범죄팀은 영국인 취재원으로부터 관련 증거를 수집할 것이라고 밝혔고, 유엔난민기구(UNHCR)는 조사위원회를 구성했다. 가디언에 따르면 폴란드를 포함해 몇몇 정부는 우크라이나 사법부가 증거를 수집·보존하는 데에 직접적인 도움을 주고 있다. 토니 블링컨 미국 국무장관도 러시아군이 의도적으로 민간인을 공격하고 있다는 내용의 보고를 획득했다고 발표했다.

장수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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