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첫 거래일 대비 2배가량 급등
서울 휘발유 평균 판매가격 1900원 넘어
유가 영향 받는 전력도매가도 연일 상승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대두된 러시아산 원유 수출 금지 가능성에 국제유가가 천정부지로 치솟고 있다. 특히 미국 등을 포함한 서방국들이 러시아 에너지에 대한 추가 제재까지 논의하고 있다는 점에서 당분간 국제유가의 고공행진은 지속될 조짐이다. 이에 따라 기름값을 비롯해 국내 물가의 상승 기류 또한 장기간 이어질 것이란 우려도 나온다.
6일(현지시간) 블룸버그통신 등에 따르면 브렌트유는 이날 장 시작과 함께 18% 상승한 139.13달러까지 치솟았다. 이 수치는 1998년 선물 거래 시작 이래 가장 큰 상승폭이다. 서부텍사스산원유(WTI)도 장중 130.50달러까지 급등했다.
브렌트유와 WTI 모두 상승폭을 일부 반납해 120달러 선으로 후퇴했지만, 역대 최고였던 2008년 7월의 배럴당 147달러 이후 13년여 만의 최고가를 기록했다. 올해 첫 거래일인 올 1월 3일 WTI는 배럴당 76.08달러, 브렌트유는 78.98달러로, 불과 두 달 남짓 사이에 2배 가까이 오른 것이다. 미국의 러시아산 원유 수입 금지 검토와 사우디아라비아의 주요 원유 가격 인상 등이 겹치면서 나타난 현상이다.
국제유가 급등 여파로 국내 유가도 가파른 상승세를 이어갔다. 이달 5일 1,800원 선을 돌파한 전국 주유소의 휘발유 판매 평균가격은 이날 오후 리터(L)당 1,831.22원을 기록했고, 서울 주유소의 휘발유 판매 평균가격은 전날보다 19.84원 오른 1,901.47원으로 집계, 1,900원 선을 넘어섰다.
치솟은 국제유가는 연료비 상승분을 전기료에 반영하는 ‘연료비 연동제’에 따라 전기료 급등을 예고하고 있다. 7일 전력통계거래시스템에 따르면 한국전력이 발전사들로부터 구입하는 전력도매가격(SMP)은 이날 오후 4시 기준 킬로와트시(㎾h)당 197.36원(육지 기준)이었다. 지난해 초 70.65원이었던 것과 비교하면 3배 가량 올랐다.
급증한 연료비와 전력구입비에 지난해 6조 원 규모의 영업손실을 기록했던 한전의 재무 상태 등을 고려하면 동결이 쉽지 않은 만큼 전기료 인상도 불가피하다는 얘기다. 앞서 정부와 한전은 전기료를 올해 4월과 10월 1㎾h당 4.9원씩 총 9.8원을 올릴 방침이라고 밝혔지만, 인상폭은 더 커질 가능성도 있다. 4월 인상분은 이달 하순 발표될 전망이다.
에너지 외에도 우크라이나와 러시아가 세계 수출량의 약 29%를 차지하는 밀, 옥수수, 대두 등 국제식량 가격도 급등세다. 아울러 니켈, 철광석, 알루미늄 등 원자재 시장 역시 들썩이고 있다.
일각에선 물가 상승과 경기 침체가 동시에 나타나는 스태그플레이션을 우려하고 있지만, 정부는 이런 우려를 일축하고 있다. 한국은행은 지난달 올해 소비자물가 상승률을 3.1%로 제시하면서 스태그플레이션 우려에 대해선 오히려 “수출 호조, 소비의 기조적인 회복에 힘입어 올해는 물론이고 내년에도 잠재수준을 웃도는 성장세를 이어갈 것으로 예상된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한 정부 관계자는 “국제유가 상승 등 국내 물가와 직결되는 가격 수치들이 일제히 상승하고 있다”며 “우크라이나 사태가 서둘러 해결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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