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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지옥’ 된 우크라 마리우폴… 2차 휴전 또 불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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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지옥’ 된 우크라 마리우폴… 2차 휴전 또 불발

입력
2022.03.06 19:31
수정
2022.03.06 23:17
6면
0 0

5일 휴전 무산됐던 마리우폴, 6일 9시간 휴전 또 무산
6일째 고립… "전기·수도 중단, 시신 수습도 어려워"
키이우 외곽 도시들 함락… 헤르손에선 반러 시위

4일 러시아군의 폭격을 당한 우크라이나 동남부 마리우폴의 주거지역에서 검은 연기가 피어오르고 있다. 마리우폴=AP 연합뉴스

4일 러시아군의 폭격을 당한 우크라이나 동남부 마리우폴의 주거지역에서 검은 연기가 피어오르고 있다. 마리우폴=AP 연합뉴스

러시아와 우크라이나가 남동부 최대 격전지인 마리우폴에서 민간인 철수를 위해 잠시 총을 내려놓기로 합의했으나 또다시 무산됐다. 전날 1차 휴전 약속을 파기했던 러시아군은 이날도 주민 안전 보장 약속을 깨고 폭격을 계속했다. 러시아군에 포위된 마리우폴은 이미 물과 전기가 끊기고 사망자가 널브러진 ‘생지옥’이나 다름없다.

수도 키이우(키예프)도 위태롭긴 마찬가지다. 러시아군은 키이우 주변 소도시들을 초토화시키며 키이우로 진격하고 있다. 우크라이나 정부는 국민들에게 항전을 호소했고, 국민들은 결전을 준비하고 있다. 전세는 여전히 불리하지만, 절대 나라를 빼앗기지 않겠다는 결기는 더욱 단단해졌다.

위태로운 휴전 합의… 마리우폴 전멸 위기

영국 BBC방송 등에 따르면 개전 11일째인 6일(현지시간) 러시아와 우크라이나는 낮 12시부터 오후 9시까지 9시간 동안 마리우폴 주민들을 위한 인도주의 통로를 개설하기로 약속했으나 오후 3시 즈음 돌연 대피가 중단됐다. 러시아군이 포격을 멈추기는커녕 도리어 공습을 한층 강화한 탓이다. 전날에도 러시아군이 주민 대피로 개설 약속을 지키지 않아 한 차례 휴전이 불발됐다. 심지어 러시아군은 휴전 파기 책임을 우크라이나에 돌리고서는 곧바로 마리우폴 등을 무참히 폭격했다.

당초 피란 목적지는 마리우폴에서 서쪽으로 약 230㎞ 떨어진 자포리자였다. 도심 세 곳에서 국제적십자위원회가 이끄는 피란 버스가 출발하고, 개인 차량들은 버스 뒤를 따라 이동할 계획이었다. 황급히 피란짐을 꾸렸던 주민들은 휴전 불발 소식에 또다시 공포에 휩싸였다.

4일 우크라이나 마리우폴의 한 병원에서 의료진이 러시아군 공격으로 다친 18개월 어린아이를 살리기 위해 애쓰고 있다. 의료진의 노력에도 아이는 끝내 숨졌다. 마리우폴=AP 뉴시스

4일 우크라이나 마리우폴의 한 병원에서 의료진이 러시아군 공격으로 다친 18개월 어린아이를 살리기 위해 애쓰고 있다. 의료진의 노력에도 아이는 끝내 숨졌다. 마리우폴=AP 뉴시스

6일 넘게 고립된 마리우폴은 전멸 위기다. 이대로 무기와 물자가 끊긴다면 더는 버티기 힘들어진다. 바딤 보비첸코 마리우폴 시장은 전날 유튜브 채널에 “닷새째 전기가 끊겨 추위에 시달리고 있고 물 공급도 중단됐다”며 “러시아군이 필수품과 의약품, 심지어 아기들 이유식까지 못 들어오게 한다”고 비판했다. 또 러시아군 폭격이 계속돼 “시신을 수습하러 나갈 수도 없는 상황”이라고 했다. 마리우폴은 러시아가 장악한 남부 크림반도와 동부 돈바스를 잇는 전략적 요충지로, 지난달 24일 러시아 침공 직후부터 집중 공격을 받아 왔다.

도시는 아비규환이다. 곳곳에서 거대한 폭발이 일었고, 거리에 시신이 나뒹굴고 있다는 증언도 잇따른다. 18개월 어린아이가 심하게 다쳐 병원으로 이송됐지만 끝내 숨졌다는 비통한 소식도 전해졌다. 영국 국방부는 러시아의 휴전 제안이 “우크라이나가 합의를 깬 것이라는 구실을 만들어 민간인 사상자에 대한 책임을 전가하려는 의도”라고 분석했다.

소도시 초토화 공세 러시아… 굽히지 않는 우크라

그러나 우크라이나는 아직 포기하지 않았다. 우크라이나 군 당국은 이날 작전보고서에서 “마리우폴 방어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고 밝혔다. 또 다른 동남부 요충지 드니프로페트로우스크에선 러시아군을 격퇴했다는 낭보도 전했다. 우크라이나에 해상 보급로 역할을 하고 있는 남서부 항구도시 오데사, 동부 국경 인근 제2도시 하르키우(하르키프)와 수미도 위태롭게나마 아직은 버티고 있다. 영국 국방부는 “우크라이나의 강한 저항이 러시아군의 진격을 막아내고 있다”고 진단했다.

다만 키이우 주변 전황은 다소 우려스럽다. 미국 CNN방송은 이날 특파원을 인용해 “키이우 서쪽과 북서쪽에서 공습이 있었다”고 전했다. 키이우 방어 최전선인 외곽 도시 이르핀에선 검문소로 포탄이 날아들어 어린이 2명을 포함한 피란민 3명이 숨졌고, 이르핀과 맞닿은 부차와 호스토멜도 전날 러시아군에 함락됐다. 키이우 시의회는 “부차 주민은 매일 생존을 위해 사투를 벌이고 있다”며 “전기, 난방, 통신, 인터넷이 다 끊겼다”고 호소했다. 미사일 공격을 당한 중서부 빈니차 민간 공항도 완전히 파괴됐다.

5일 우크라이나 수도 키이우(키예프) 외곽 이르핀에서 주민들이 파괴된 다리 아래 임시 통로를 이용해 강을 건너고 있다. 이르핀=AP 연합뉴스

5일 우크라이나 수도 키이우(키예프) 외곽 이르핀에서 주민들이 파괴된 다리 아래 임시 통로를 이용해 강을 건너고 있다. 이르핀=AP 연합뉴스

키이우는 다시 긴장에 휩싸였다. 주민들은 모래주머니를 만들어 키이우 진입로 곳곳에 바리케이드를 쌓는 등 전투를 준비하고 있다. 영국 가디언은 “키이우는 요새가 됐다”고 전했다. 초소를 지키던 한 주민은 “우리는 이 초소가 러시아 탱크를 막지 못한다는 걸 알고 있다. 그러나 러시아 공작원을 색출하고 도시 질서를 유지할 것”이라며 결사항전을 다짐했다.

2일 러시아군 수중에 넘어간 남부 헤르손도 분연히 떨쳐 일어났다. 주민들은 무기 대신 우크라이나 국기를 손에 쥐었다. 5일 주민 2,000여 명은 “러시아는 집으로 돌아가라”고 외치며 도심을 행진했다. 러시아군이 발포하며 위협했지만 시위대는 물러서지 않았다.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도 영상 성명을 통해 “우크라이나인들은 적에게 나라를 내어주지 않을 것”이라며 “저항으로 되찾은 영토 1m마다 우리는 한 걸음 한 걸음 승리를 향해 나아갈 것”이라고 독려했다.

김표향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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