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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환경' 종이테이프 물에 풀었더니 플라스틱이 나왔다

입력
2022.03.08 17:00
15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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접착제 등 때문에 이물질 생기는데, '친환경' 표현
물에 녹는 접착제 사용한 '친환경 인증' 업체는 3곳
"인증 받지 않고 '친환경' 쓰지 않도록 제제 필요"

충남 천안의 종이테이프 제조업체 K사가 시중에 유통 중인 종이테이프를 물에 풀어 펄프로 만든 뒤 동그랗게 뭉쳐 놓았다. 테이프가 전부 종이일 것이라는 예상과 달리 플라스틱 코팅(얇은 흰색 이물질들)과 물에 녹지 않는 접착제(가운데 뭉쳐진 부분 등)가 덕지덕지 달라붙어 있다. 업체 제공

충남 천안의 종이테이프 제조업체 K사가 시중에 유통 중인 종이테이프를 물에 풀어 펄프로 만든 뒤 동그랗게 뭉쳐 놓았다. 테이프가 전부 종이일 것이라는 예상과 달리 플라스틱 코팅(얇은 흰색 이물질들)과 물에 녹지 않는 접착제(가운데 뭉쳐진 부분 등)가 덕지덕지 달라붙어 있다. 업체 제공

“재활용이 가능한 친환경 종이테이프.” “상자와 함께 버려도 됩니다.”

최근 유통업계를 중심으로 자주 등장하는 마케팅 문구다. 기존에 사용하던 플라스틱 비닐 테이프를 종이로 바꿔 재활용성이 높아졌다는 취지다.

종이 박스에 플라스틱 테이프를 붙이면 재질이 서로 달라 재활용이 어렵지만, 종이 테이프는 그렇지 않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유통마트ㆍ우체국 등 택배를 이용한다면 업종을 가리지 않고 확산되는 추세다.

물론 플라스틱 테이프보다는 낫지만 종이테이프의 재활용성은 과장된 측면이 있다. 테이프 앞뒷면에 덧붙은 코팅 때문이다. 테이프는 돌돌 말린 채 판매되어서, 안쪽 면엔 잘 들러붙도록 접착제를 바르고 바깥 면에는 잘 떼어지도록 이형제를 바른다. 접착제가 너무 약하면 테이프 기능을 못 하고, 이형제가 없으면 테이프끼리 떨어지지 않아 사용을 할 수 없다.

문제는 접착제·이형제에 물에 녹지 않는 아크릴·고무·실리콘 등이 빈번하게 쓰인다는 점이다. 종이는 물에 풀어 얇은 펄프로 만든 뒤 다시 합치는 방식으로 재활용하는데, 물에 녹지 않는 접착제·이형제는 전부 이물질이 된다.

이런 이물질이 펄프 사이에 끼어들면 종이에 얼룩이 지거나 펄프가 끊어지는 등 생산 공정에 차질이 생길 수 있다. 다만 한국제지연합회 관계자는 "아직까지 전체 종이상자에 비해 종이테이프의 양이 현저히 적어 심각한 문제를 일으키고 있지는 않다"고 했다.


물에 녹는 접착제·이형제를 사용한 종이 테이프를 물에 풀면 이물질이 없는 펄프가 나온다. 업체 제공

물에 녹는 접착제·이형제를 사용한 종이 테이프를 물에 풀면 이물질이 없는 펄프가 나온다. 업체 제공

환경부도 친환경 종이 테이프의 기준을 마련해뒀다. 물에 녹는 코팅을 사용할 경우 재활용에 지장이 없는 것으로 판단하고 환경표지인증을 부여하는 것이다. 섭씨 55도의 농도 0.5% 수산화나트륨 용액에서 30분간 풀어낸 종이 펄프에 불순물이 남아있지 않아야 한다.

그러나 인증을 받은 한 업체 관계자는 "인증을 받지 않은 채 '친환경' '재활용 가능' 등 표현을 써 홍보해도 별다른 제재가 없는 데다가 인증 제품에 대한 홍보도 뚜렷하지 않다"고 토로했다. 지난달 기준 인증을 받은 업체도 고작 3곳뿐이다.

환경부 관계자는 "수용성 종이 테이프보다 플라스틱 테이프를 종이로 대체하는 것이 우선인 상황"이라면서도 “올해 2, 3분기 중 인증마크 없이 '친환경' 표현을 쓰는 종이테이프 제품을 단속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김현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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