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김동연, 윤석열-안철수 단일화 선언
초박빙 대선서 '중도부동층' 잡기 위한 전략
40대 직장남 "비호감 선거 실감, 단일화 영향 無"
30대 워킹맘 "너무 어려운 대선...빈말 후보 NO"
여론조사 전문가들 "서울 부동층에 주목해야"

이재명(왼쪽)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와 후보직을 사퇴한 김동연 새로운물결 대표가 3일 오전 서울시 영등포구 타임스퀘어 앞 광장에서 유세를 펼치고 있다. 국회사진기자단
"대한민국이 처한 총제적 위기를 극복하는 첫걸음은 정치교체입니다. 무조건적인 정권교체나 정권연장으로는 지금의 구조적 문제들을 해결할 수 없다는 인식 하에, 최우선 과제로 권력구조 개편과 정치개혁을 추진합니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김동연 새로운물결 대표)
"저희 두 사람이 정권교체의 민의에 부응해 함께 만들고자 하는 정부는 미래지향적이며 개혁적인 국민통합정부입니다. 그것은 미래·개혁·실용·방역·통합 정부입니다."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후보-안철수 국민의당 대표)

윤석열(왼쪽) 국민의힘 대선후보와 후보직에서 물러난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가 3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소통관에서 단일화 및 합당 관련 공동 기자회견을 열고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오대근 기자
급박하다고 밖에는 설명할 방법이 없다. 대선 사전투표를 불과 사흘 그리고 하루 앞두고 이뤄진 '단일화 공동선언문'이 그렇다. 1일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와 이를 위해 대선후보에서 물러난 김동연 새로운물결 대표는 '정치교체'라는, 역대 대선에서 들어보지 못한 구호를 내세워 단일화 선언을 했다.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후보와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도 마찬가지다. 윤 후보는 지난달 27일 듣도보도 못한 '단일화 물밑 협상 과정'을 국민들에게 보고하며 결렬 책임론을 운운하더니, 불과 닷새만에 입장을 바꿨다. 안 후보와 연합 전선을 구축하는 쪽으로 말이다.
이들이 다급해진 이유는 단 하나다. 여야 모두 "종이 한 장 차이"라고 외치는 '초박빙 대선' 때문. 역대 초박빙 대선에서 볼 수 있듯 단 1, 2%의 득표율이 승패를 갈랐다. 단일화가 승리 공식은 아니었지만 단 한 장의 표라도 얻기 위한 몸부림인 셈이다.
이들이 단일화라는 교집합으로 맞선 건 어디로 튈지 모르는 표심, 바로 '중도부동층'을 잡기 위한 포석이다. 어느 한쪽으로 치우치지 않고 그 중간을 지향하는 유권자, 어느 쪽을 선택할지 결정하지 못했거나 바꿀 생각이 있는 유권자에 시그널을 보내는 지상 최대의 작전인 셈이다. 누가 중도부동층을 잘 구슬리고 타일러 자기 편으로 만드느냐에 초박빙인 20대 대선의 승패가 달려있다.
"사표되더라도 소신껏 한 표 행사" "일찌감치 후보 정한 남편 부러워"

제20대 대통령 선거 사전투표일을 하루 앞둔 3일 오후 서울 성동구 옥수동 주민센터에 마련된 사전투표소에서 관계자들이 방역작업을 하고 있다. 성동구 제공
"이른바 '사표(死票)'를 만들지 않기 위해 될 사람 뽑지는 않을 겁니다."
서울에 거주하는 직장인 이모(42)씨는 5일 아내와 함께 사전투표를 생각하고 있다. 하지만 아직까지 뽑을 후보를 선택하지 못했다. 대선 투표에 참여한 이후 이런 경우는 처음이다.
'비호감 대선'이라는 말이 실감난다고 했다. 이씨는 일단 거대 양당에서 나온 이 후보와 윤 후보에 대해 비판적 입장이다. 여러 의혹들에 대해 명확한 해명 하나 못하는 두 사람이 "과연 대통령이 될 자격이 있는가"라는 물음표를 끊임없이 그리게 된단다. 그렇다고 심상정 정의당 대선후보를 밀어주기엔 정당이 너무 약해 국정운영을 제대로 수행할 수 있을지 몰라 "대통령이 돼도 문제"라는 생각이란다. 안 대표가 윤 후보와 단일화 선언을 했지만, 이씨는 "투표에 영향을 미칠 정도는 아니"라고 했다.
결국 투표소에서 도장을 찍기 전까지 고민할 것 같다는 이씨는 "여론에 쫓기지 않고 소신껏 내 한 표를 던질 생각"이라고 했다. "내 손가락을 잘라버리고 싶었던 대선도 있었어요. 하지만 이번에는 그런 투표는 절대 하지 않을 겁니다."

2일 서울 여의도 KBS본관에서 열린 중앙선거방송토론위원회 주관 제20대 대통령 선거 후보 초청 3차 법정 TV토론회에 앞서 대선후보들이 각오를 다지고 있다. 뉴스1
올해 고3이 된 신모(18)군은 생애 처음 투표에 참여하는 새내기 유권자다. 이번 대선은 2004년 3월 10일생까지 선거권이 주어지는데 신군은 첫 투표권을 대선에 쓰게 됐다. "생애 첫 투표를 신중하게 하고 싶다"는 신군은 TV나 인터넷을 통해 대선후보들이 어떤 공약을 내놓았는지 관심 있게 보고 있다.
그러나 문제는 지지하는 정당이나 후보가 없다는 것. 특히 대선후보들의 TV토론을 보고는 실망감을 감추지 못했다고 한다. "후보들이 공약이나 정책에 대해 말하기보다 서로 비하하고 헐뜯는 모습이 실망스러웠다"는 것. 신군 역시 "9일 선거 당일까지 심사숙고해 대통령을 뽑을 것"이라며 첫 투표권 행사에 기대감을 드러냈다.
'워킹맘' 정모(39)씨는 자신을 "서울의 중도부동층"이라며 진보, 보수도 아니고 어느 후보를 뽑을지 정하지 못했다고 했다. 투표권을 가진 이후 단 한 번도 행사하지 않은 적이 없다는 그. 하지만 이번 대선은 "너무 어렵다"고.
정씨는 "일찌감치 후보를 정해 사전투표하는 남편이 부러울 정도"다. 투표하는 날이 다가올수록 고민도 커진다고 했다. 그는 "결국 자신이 한 말, 공약에 책임을 다 할 것 같은 후보를 뽑겠다. 빈말하는 후보는 절대 찍지 않겠다"며 "나중에 후회할 사표보다는 내 의지대로 '생표(生票)'가 되게 할 것"이라고 말했다.
초박빙 대선...부동층, 단 1% 표심을 잡아라!

2일 서울 여의도 KBS 본관에서 열린 중앙선거관리위원회 주관 제20대 대통령 선거 후보 초청 3차 법정 TV토론회에 참석한 이재명(왼쪽)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와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후보. 국회사진기자단
"이번 대선은 1, 2% 안에서 승부가 날 것 같은데요. 중도부동층, 진보부동층에 우리가 집중적으로 호소를 드리고 있습니다." (우상호 더불어민주당 선대위 총괄선대본부장)
"이번 대선은 종이 한 장 차이라고 봅니다. 3,000만 명이 투표한다고 보면 1%가 30만 명이고, 3%는 대략 100만이에요. 1% 차이는 살 떨리는 차이죠." (원희룡 국민의힘 선대본부 정책본부장)
'초박빙 대선'에선 단 1, 2%의 표심이 승부처다. 이들에 의해 대통령의 얼굴이 바뀐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래서 민주당과 국민의힘은 이들의 마음을 붙잡기 위해 혈안이 돼 있다. 한 표라도 더 얻기 위해 양당 간 힘겨루기가 팽팽해지는 이유다.
실제로 민주당과 국민의힘은 득표율 한 자릿수의 중요성을 뼈저리게 경험했다. 2000년 이후 보면 초박빙 대선이 두 차례 있었다. 2002년 16대 대선 결과는 노무현 새천년민주당 후보가 48.9% 득표율로 이회창 한나라당 후보(46.6%)를 누르고 승리했다. 두 후보의 표 차는 겨우 2.3%포인트. 2012년 18대 대선도 박근혜 새누리당 후보(51.6%)가 문재인 민주통합당 후보(48.0%)를 3.6%포인트 차로 이긴 박빙 승부였다.

3일 '공표 금지' 전 마지막 여론조사(엠브레인퍼블릭·케이스탯리서치·코리아리서치·한국리서치)에서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와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후보의 지지율이 40%로 동률을 기록했다. 엠브레인퍼블릭·케이스탯리서치·코리아리서치·한국리서치 제공
그래서 이번 대선도 '공표 금지' 전 마지막 여론조사가 이목을 집중시켰다. 막판 여론조사가 대선 결과와 비슷한 경우가 많아서다. 3일 엠브레인퍼블릭·케이스탯리서치·코리아리서치·한국리서치 등 여론조사업체 4곳(2월 28일~3월 2일)이 발표한 전국지표조사(NBS)에서는 이 후보와 윤 후보의 지지율이 40%(만 18세 이상 2,013명·신뢰수준 95% 표본오차 ± 2.2%포인트) 동률로 나왔다. 한치 앞도 내다볼 수 없는 '깜깜이' 대선이 확실하다는 얘기다. 물론 윤·안 단일화 여론이 반영되지 않았지만.
이 때문에 중도부동층의 표심에 집중할 수밖에 없다. 올 들어 차기 대선후보 지지도 여론조사를 살펴보면, 지지 후보가 없거나 무응답(혹은 모름)이라고 답한 사람들이 꾸준히 존재했다. 물론 선거날이 가까워질수록 그 수치는 줄어들었지만 그만큼 경쟁은 초초박빙으로 흘러가는 양상이다.
여론조사업체 리얼미터 조사를 살펴보면 부동층의 변화를 한눈에 볼 수 있다. 리얼미터의 경우 1월 첫째 주(2~7일) 조사에서 '지지하는 후보 없다' 6%, 무응답·모름 2.0%로 나타나 부동층은 8.8%를 차지했다. 1월 넷째 주(23~28일) 조사에선 6.9%로 떨어졌다. 2월 첫째 주(2~4일) 조사는 6.1%, 넷째 주(24~27일) 조사에선 6.3%의 부동층 수치를 보였다. 그러다 이달 첫째 주(2월 28~3월 2일)는 부동층이 3.9%로 뚝 떨어졌다.
한국사회여론연구소(KSOI)의 3월 첫째 주(2월 28일~3월 1일) 실시한 여론조사에서 중도부동층은 4.3%로 나타났다. 직전 조사에선 19.1%를 차지했는데 크게 감소한 것이다. 즉 부동층에서 어떤 후보를 뽑을 것인지 어느 정도 마음을 정했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그럴수록 초박빙 대선을 피할 수 없게 된 셈이다.
이는 현재 유권자들의 투표권 행사에 대한 열망이 10년 전보다 뜨겁다는 걸 알 수 있다. 10년 전 18대 대선 공표 금지 전 마지막 여론조사(12월 12일)에서 부동층은 9.9%로 지금보다 높은 편이었다. 후보를 결정하지 못하고 흔들리는 유권자가 많았던 것으로 풀이된다.
당시 여론조사업체 엠브레인에 따르면 부동층은 2002년 10월 3주차(16~17일) 조사에서 9.2%, 11월 2주차(5~6일)에 7.8%를 차지했다. 11월 3주차( 16~17일)와 12월 1주차(5~6일)조사를 비교하니 각각 8.6%에서 10.6%로 오히려 수치가 상승했다. 선거(12월 19일) 일주일 전 조사에서 9.9%로 집계된 것이다.
실제로 4일 첫날 사전투표율은 17.57%(776만7,735명)로 집계돼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다. 종전 최고치였던 2017년 19대 대선 때 첫날 사전투표율 11.7%보다 5.87%포인트 높은 수치다. 5일까지 이틀간 진행되는 사전투표에서 유권자들의 참여율은 총 30%를 넘길 것이라며, 이 역시 역대 최고치를 기록할 거란 전망까지 나온다. 부동층의 선택이 그 어느 때보다 주목되는 이유다.
"윤·안 단일화...서울의 중도부동층에 주목해야"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와 김동연 새로운물결 대표가 3일 오전 서울시 영등포구 타임스퀘어 앞 광장에서 유세를 펼치고 있다(왼쪽사진).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후보와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가 3일 서울 여의도 국회 소통관에서 단일화 기자회견을 마치고 포즈를 취하고 있다. 오대근 기자
윤·안 단일화가 이번 대선에 어떤 영향을 미칠까. 역대급 '깜깜이' 대선 판세 속에 처음으로 여론조사 공표 금지 기간 직전에 성사된 단일화를 놓고 해석이 분분하다. 일각에선 초박빙 대선에서 단일화는 선택이 아닌 필수라거나, 시기적으로 너무 늦은 점을 들어 효과가 제한적일 것이라는 등 전망이 나온다. 또 여야 지지층이 결집하는 도화선으로 작용할 것이라는 예측도 있다.
여론조사 전문가들은 서울의 판세를 눈여겨봐야 한다고 말한다. 초박빙이었던 1997년 15대 대선은 김대중(40.27%) 후보와 이회창(38.74%) 후보의 득표율이 고작 1.53%포인트라는 종이 한 장 차이로 결판이 났다. 이때 서울의 표심이 승부를 갈랐다. 당시 서울에서 김 후보는 44.9%를 얻어 이 후보(40.9%)를 따돌렸다.
배종찬 인사이트케이 연구소장은 3일 YTN라디오 인터뷰에서 "15대 대선 당시 김대중 후보가 이회창 후보를 한 30만 표 차이로 이겼는데, 그중 22만 표 차이가 난 곳이 서울이었다"며 "특히 안철수 대표는 서울시장 후보로 출마했고 노원구 지역구를 가지고 있어 고향인 부산보다도 서울 경쟁력이 더 있는 인물"이라고 말했다.

1997년 당시 이회창(왼쪽부터) 한나라당 후보와 김대중 새정치국민회의 후보, 이인제 국민신당 후보가 TV합동토론회에 앞서 손을 잡고 포즈를 취하고 있다. 한국일보 자료사진
서울이 중요한 건 그 여파가 수도권까지 미치기 때문이다. 배 소장은 "(단일화 여파가) 윤 후보 쪽으로 고스란히 옮겨갈 것이냐, 아니면 이 후보 지지층들이 서울 지역에서 더 결집할 것이냐 여파가 경기도까지 미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그래서일까. 이재명 후보는 대선 사전투표 첫날인 4일 자신의 행보를 서울로 변경했다. 강원도 속초에서 하려던 사전투표를 서울에서 하기로 한 것. 윤·안 단일화에 따른 급박해진 상황에 빠르게 대응한 결과다. 이 후보 역시 서울을 초박빙 대선의 승부처로 인식하고 있다는 방증이다.

제20대 대통령 선거 사전투표를 하루 앞둔 3일 오후 서울 종각역 앞에서 유권자들이 후보들의 선거벽보를 살펴보고 있다. 뉴스1
이는 이번 막판 여론조사에서도 고스란히 드러났다. 윤·안 단일화 여론이 반영되지는 않았지만, 3일 공개된 NBS조사에서도 서울은 윤 후보 40%, 이 후보 36%, 인천·경기 지역도 윤 후보 40%, 이 후보 42%로 접전이었다.
이강윤 한국사회여론연구소(KSOI) 소장도 안 대표의 '서울 영향력'에 동의했다. 이 소장은 YTN라디오에서 "안 대표가 서울 정치권에서 갖고 있었던 의미나 비중, 상징성에 서울 시민들이 어떻게 반응하느냐가 관건"이라며 "서울은 여전히 큰 고리로 작용할 것 같다"고 강조했다.
여론조사의 자세한 사항은 각 여론조사업체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를 통해 확인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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