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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도시 함락 위기 속... 러시아 맞선 '등불' 키이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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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도시 함락 위기 속... 러시아 맞선 '등불' 키이우

입력
2022.03.02 19:37
수정
2022.03.02 22:57
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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흑해 연안 헤르손, 러시아군에 함락된 듯
제2도시 하르키우엔 러시아군 공수부대 진입
2일 '2차 협상' 전격 합의… 장소 시간 불투명

2일 우크라이나 제2 도시 하르키우 거리가 러시아군의 공격으로 초토화된 채 파손된 차량 등 각종 잔해로 가득하다. 하르키우=EPA 연합뉴스

2일 우크라이나 제2 도시 하르키우 거리가 러시아군의 공격으로 초토화된 채 파손된 차량 등 각종 잔해로 가득하다. 하르키우=EPA 연합뉴스

우크라이나가 러시아군의 집중포화를 가까스로 막아내고 있다. 수도 키이우(키예프)를 향한 공격 빈도는 높아졌으나 함락까지는 허락하지 않았다. 하지만 제2 도시 하르키우(하리코프)가 러시아군의 점령 직전에 놓였다는 미확인 정보가 잇따르고 돈바스와 크림반도를 잇는 요충지인 마리우폴도 백척간두에 서 있는 등 곳곳이 뚫릴 위기다. 교전, 폭격 피해로 사상자도 속출하고 있다. 결사항전을 외치지만 바람 앞의 촛불처럼 위태로워지면서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국제 사회의 지원이 가장 필요할 때”라며 국제사회에 파병을 요구했다.

영국 국방부는 2일(현지시간) 기준 우크라이나 전황 분석 자료에서 러시아군의 공습 및 장사정포 포격 빈도가 지난 48시간 동안 증가했다고 전했다. 러시아에 인접한 동북부 하르키우에서는 밤새 교전이 벌어졌다. 우크라이나 정부 특수통신청은 이날 오전 3시쯤 러시아 공수부대가 하르키우에 진입했다며 러시아군이 하르키우 군병원과 경찰서, 보안국 등 주요 시설을 공격하고 있다고 밝혔다. 시의회 의사당에도 미사일이 떨어졌고, 대학 강의실도 포연 및 화염에 휩싸였다. 러시아군이 민간인 피해를 전혀 감안하지 않고 있다는 방증이다. 이호르 테레호프 하르키우 시장은 러시아군 폭격으로 현재까지 최소 25명이 숨지고 120여명이 부상했다고 밝혔다. CNN은 사회관계망서비스(SNS) 동영상을 분석해 “하르키우가 심각한 파괴에 직면했다”고 전했다.


1일 우크라이나 수도 키이우에서 공습경보 사이렌이 울리는 가운데 텅 빈 도로를 군인들이 장갑차를 타고 달리고 있다. 키이우=AP 연합뉴스

1일 우크라이나 수도 키이우에서 공습경보 사이렌이 울리는 가운데 텅 빈 도로를 군인들이 장갑차를 타고 달리고 있다. 키이우=AP 연합뉴스

키이우는 며칠째 분투를 이어가고 있다. 영국 스카이뉴스는 러시아군이 전날 키이우 TV타워 인근을 미사일 공격한 데 이어 이날 오전에도 공습에 나섰다고 전했다. 키이우 서부 100㎞ 지역인 지토미르도 러시아군 순항 미사일 공격을 받아 최소 2명이 숨지고 15명이 부상했다고 우크라이나 국가비상대책본부는 밝혔다.

러시아군은 키이우를 향한 총공세를 준비 중인 것으로 보인다. 우크라이나 총참모부는 이날 아침 현재 러시아군이 키이우 북부와 북서부 지역에서 포위전을 시도하고 있다며 “러시아군 소속 17개 대대전투단(BTG)이 배치됐다”고 전했다. 또 러시아 기갑전력이 키이우 외곽 25㎞ 지점까지 진출했으며 북쪽에서 키이우를 향해 남하하는 군비 대열도 64㎞에 달하고 있다. CNN은 돈바스 인근 러시아 도시 벨고로드에서 러시아군의 행렬을 목격했다고 보도했다. 러시아군이 점령지인 동부 돈바스를 통로로 병력을 밀어 넣을 것이라는 이야기다.

흑해 연안 서남부 항구도시 헤르손은 사실상 러시아군 수중에 들어갔다. 이고르 콜리카예프 헤르손시장은 현지 매체에 헤르손 역과 항구가 전날 밤 러시아군에 점령됐다고 밝혔다. 영국 BBC방송은 헤르손 지방의회를 인용해 헤르손 함락 소식을 전하면서 러시아군의 공격으로 최대 200명이 숨진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이고르 코나셴코프 러시아 국방부 대변인(소장)도 헤르손을 장악했다고 주장했다. 돈바스지역과 크림반도를 잇는 요충지인 마리우폴은 몇 번이나 함락 위기에 빠졌지만 아직 견뎌내는 모습이다. 바딤 보이첸코 마리우폴 시장은 현지 방송을 통해 “우리는 싸우고 있다”며 “조국을 지키기 위해 멈추지 않을 것”이라고 항전 의사를 불태웠다고 로이터통신은 전했다. 마리우폴까지 함락된다면 크림반도부터 돈바스까지 우크라이나 동부 전체와 아조프해가 러시아의 앞마당이 된다.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이 2일 공개된 동영상 연설에서 러시아가 우크라이나의 역사를 지우려 한다며 분노하고 있다. AFP 연합뉴스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이 2일 공개된 동영상 연설에서 러시아가 우크라이나의 역사를 지우려 한다며 분노하고 있다. AFP 연합뉴스

우크라이나 정부를 전복시키려는 시도도 노골화하고 있다. 젤렌스키 대통령을 제거하기 위한 러시아 특수부대의 ‘참수작전’도 진행됐다고 주요 외신들이 전했다. 빅토르 셸로반 우크라이나 특수부대 사령관은 “개전 전에 배치된 러시아 특수부대와 정보총국(GRU) 요원들은 물론 다양한 공격으로 일상생활을 뒤흔드는 러시아 요원, 정부 고위 관계자와 시민 저항 주도자를 살해하려는 요원이 (키이우에) 있다”고 말했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이날 아침 연설에서 개전 후 6일 동안 러시아군 6,000명 가까이가 숨졌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러시아는 최근 수일 동안 우크라이나 도시들에 폭탄과 로켓탄을 쏟아 부었지만 이 전쟁에서 승리할 수 없다”고 단언했다. 다만 “우크라이나는 모든 힘을 다해 싸울 것이지만 러시아의 군사력을 감당하긴 사실상 어렵다”고 토로하며 서방을 향해 군사 원조를 촉구했다. 우크라이나 비상대책본부에 따르면 이날 기준 우크라이나 민간인 누적 사망자 수는 무려 2,000명이 넘는다.

러시아군의 공격이 격화하는 와중에 어렵사리 협상 테이블도 마련됐다. 우크라이나와 러시아는 이날 오후 전격적으로 2차 휴전 협상 개최에 합의했다. 드미트리 페스코프 크렘린궁 대변인은 이날 기자들에게 “저녁이 가까워지는 오후 시간 중에 우리(러시아) 대표단이 회담장에 자리를 잡고 우크라이나 협상단을 기다리고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또 1차 회담 때와 마찬가지로 블라디미르 메딘스키 대통령실 보좌관이 러시아 협상단을 이끌 것이라고 설명했다. 곧이어 타스통신도 “올렉시 아레스토비치도 우크라이나 대통령실 고문이 이날 저녁 우크라이나와 러시아 대표단 간의 새로운 회의가 열릴 것이라고 말했다”고 보도했다. 다만 구체적인 협상 장소와 시간, 의제는 확인되지 않았다.

양국은 지난달 27일 벨라루스 정부의 중재로 우크라이나 북쪽 국경과 접한 벨라루스 고멜에서 첫 회담을 가졌지만, 이견만 확인한 채 빈손으로 헤어졌다. 당시 러시아는 우크라이나의 중립국화를, 우크라이나는 즉각적 휴전과 러시아군의 철수를 요구한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 상업위성업체 맥사테크놀로지스가 분석한 1일 현재 우크라이나 수도 키이우를 형한 러시아군 병력 현황. 위성지도에 따르면 러시아군의 선두와 후미 간 거리는 64km에 달한다고 맥사테크놀로지스는 설명했다. 맥사테크놀로지스 제공·AP 연합뉴스

미국 상업위성업체 맥사테크놀로지스가 분석한 1일 현재 우크라이나 수도 키이우를 형한 러시아군 병력 현황. 위성지도에 따르면 러시아군의 선두와 후미 간 거리는 64km에 달한다고 맥사테크놀로지스는 설명했다. 맥사테크놀로지스 제공·AP 연합뉴스


김진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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