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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역패스 오늘부터 중단… 전문가들 "2~3주나 빠른 무책임한 결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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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역패스 오늘부터 중단… 전문가들 "2~3주나 빠른 무책임한 결정"

입력
2022.03.01 04:30
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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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미크론 정점이 3월 초·중순이라면서
확진자 동거인도 격리면제... 급격한 방역완화
갑작스러운 정책 변화에 비판 목소리 높아져
소아 확진 늘자 부랴부랴 대면 외래진료 추진

28일 오후 서울의 한 식당에서 관계자가 오는 3월 1일부터 방역패스 적용이 중단된다는 안내문을 입구에 붙이고 있다. 뉴스1

28일 오후 서울의 한 식당에서 관계자가 오는 3월 1일부터 방역패스 적용이 중단된다는 안내문을 입구에 붙이고 있다. 뉴스1

3월 1일부터 식당·카페에서 코로나19 예방접종 여부를 확인하는 QR코드 인증 절차가 사라진다. 정부가 다중이용시설 11종에서 유지해온 방역패스(접종증명·음성확인제)를 전면 중단하면서다. 지난해 12월 초 확대 시행된 지 약 3개월 만이다.

그런데 정부는 지난주까지만 해도 방역패스 유지 필요성을 계속 강조해왔다. 손바닥 뒤집듯 갑자기 입장을 바꾼 데 대해 전문가들은 비판의 목소리를 높였다.

보건소 음성확인서 발급 중단… "인력 부족 개선"

28일 박향 보건복지부 중앙사고수습본부(중수본) 방역총괄반장은 정례 브리핑에서 "3월 1일 0시부터 방역패스는 잠정 중단한다"며 "새로운 변이 바이러스 발생 등 상황 변동이 없는 한 계속 중단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이에 따라 3월 1일부터 보건소의 음성확인서 발급은 중단되며, 방역패스 외 목적으로 음성확인이 필요한 경우는 개인이 민간의료기관에서 받아야 한다.

방역당국은 이번 결정의 배경으로 △보건소 인력 부족 문제를 개선하고 △연령별·지역별 형평성을 고려해서라고 설명했다. 중수본에 따르면 최근 1주일간 보건소 신속항원검사 건수는 일평균 12만4,000건에 이르는데, 이 중 음성확인서 발급용이 55.5%를 차지했다. 이를 중단하면 업무 부담이 줄어 고위험군 확진자와 동거인 검사에 집중할 수 있다는 게 당국의 판단이다. 당국은 법원의 잇따른 방역패스 효력 정지 결정에 지역별로 방역패스 적용에 차이가 발생한 점도 감안했다고 부연했다.

20일 서울 중랑구 서울의료원 응급의료센터 앞에서 119 구급대원과 의료진이 코로나19 중환자 이송을 준비하고 있다. 뉴시스

20일 서울 중랑구 서울의료원 응급의료센터 앞에서 119 구급대원과 의료진이 코로나19 중환자 이송을 준비하고 있다. 뉴시스


미접종자 보호한다더니... "스스로 주의 당부"

정부는 지난주까지만 해도 방역패스 필요성을 강조해왔다. 지난 23일 대구지방법원이 60세 미만의 식당·카페 방역패스 효력을 정지하자 권덕철 복지부 장관까지 나서서 "마스크를 벗고 대화가 이뤄지니 감염 위험이 있다"며 우려했다.

그러다 사전 예고도 없이 이날 갑작스럽게 방역패스 중단을 발표한 것이다. 방역패스 목적이 미접종자 보호라던 입장도 180도 바뀌었다. 손영래 중수본 사회전략반장은 "미접종자 분들께서는 스스로 오미크론 유행에 대비해 주의를 기울여주실 것을 당부드린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비판 수위를 높였다. 이재갑 한림대 강남성심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명분을 가지고 질서 있게 후퇴해야지, 이런 식은 안 된다"며 "이미 방역을 거의 다 풀었기 때문에 상황이 악화해 의료 체계가 붕괴돼도 정부가 할 수 있는 게 없을 것"이라고 우려했다. 김우주 고려대 구로병원 감염내과 교수도 "의료 현장은 아비규환인데, 정부는 여력이 안 된다는 이유로 팔짱만 끼고 있다"고 날을 세웠다.

실제 위중증 환자와 사망자를 비롯한 방역지표는 나빠지고 있다. 이날 0시 기준 사망자는 114명으로 역대 최고치를 경신했고, 위중증 환자도 715명으로 48일 만에 다시 700명대에 진입했다. 특히 지난주 0~9세가 10만 명당 513.4명이 코로나19에 걸리면서 전체 연령대 중 가장 높은 발생률을 보였다. 이에 정부는 부랴부랴 코로나19 소아 확진자를 전화가 아닌 대면으로 외래진료할 수 있는 의료기관 모집에 나섰다.

방역 완화 신호, 왜 하필 지금?

상황이 이런데 1일부터는 확진자 동거인의 자가격리도 면제된다. 방역패스 중단과 함께 뚜렷한 방역 완화 신호다. 치명률이 낮은 오미크론의 특성을 감안하면 방역 완화 필요성은 분명하다. 하지만 시점이 너무 빠르다는 게 전문가들의 진단이다. 그간 정부와 전문가들은 방역 완화는 오미크론 유행 정점이 지난 뒤여야 한다고 설명해왔다. 질병관리청 중앙방역대책본부는 3월 9일 하루 신규 확진자가 23만 명을 넘고, 3월 초중순 18만~35만 명으로 정점을 찍을 거라는 예측을 내놓았다.

정재훈 가천대 의대 예방의학교실 교수는 "(방역패스 중단이) 2, 3주 정도 빠른 측면이 있는데도 합리적 설명은 없었다"며 "정부가 위험 부담을 감수하기로 했다면 그에 맞는 대응 역량이 필요한데, 예견 가능했던 보건소 인력 부족 문제도 미리 준비하지 못했다"고 지적했다. 정부는 보건소 직원이 과로로 쓰러지는 등 업무 과부하 문제가 드러나자 이날부터 중앙부처 공무원 3,000명을 파견하기로 했다.

굳이 이 시점을 택한 게 '정치 방역'이라는 시각도 나왔다. 정기석 한림대 성심병원 호흡기내과 교수는 "대선을 앞두고 정치적 목적이 있는 것 아니냐"며 "대선 이후인 2~4주 뒤 중환자와 사망자가 속출할 가능성이 있는데도 이런 판단을 한 건 무책임한 처사"라고 비판했다.

김경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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