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헬멧 5,000개' 지원했던 독, 강경 선회
숄츠 "러시아 침공은 전후 세계 질서 위협"
국제결제망 퇴출·러 항공기 영공 진입 금지
유럽 국가들 속속 무기 지원 동참
러시아 제재에 신중했던 독일이 우크라이나에 무기를 지원하기로 했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전면 침공 이후 독일이 강경 입장으로 전격 선회한 '신호탄'이다. 제2차 세계대전 전범국으로서 분쟁지역에 무기 수출을 금지해온 기존 대외정책의 대전환이라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유럽 '최강국'인 독일의 기류가 바뀌면서 우크라이나에 대한 유럽 국가들의 전폭적 지원이 본격화할 전망이다.
독일 정부는 26일(현지시간) 대전차 무기 1,000정과 휴대형 대공미사일 ‘스팅어’ 500기를 우크라이나에 공급한다고 밝혔다. 올라프 숄츠 독일 총리는 이날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은 ‘시대의 전환점’으로 전 세계 전후 질서를 위협하고 있다”며 “이런 상황에서 우크라이나가 러시아군의 침공에 맞서 방어하도록 최선을 다해 지원하는 것이 우리의 임무”라고 강조했다.
독일은 그동안 러시아 제재에 소극적으로 대처해왔다. 독일은 유럽 내 최대 러시아산 천연가스 수입국인 데다 제2차 대전 이후 역내 무력 충돌을 방지하기 위해 분쟁 지역에 무기를 지원하지 않는다는 원칙을 고수하고 있기 때문이다. 러시아 침공 위협에 거듭 무기 지원을 요청한 우크라이나에 독일은 고작 군사용 헬멧 5,000개만 지원해 국제사회의 조롱을 받기도 했다. 러시아와 독일 간 천연가스관 사업인 ‘노르트스트림2’ 승인 절차를 중단하라는 미국의 압박에도 확답을 하지 않다가 21일 러시아군이 우크라이나 동부 돈바스 지역에 진입하자 그제서야 사업 승인을 중단했다.
하지만 러시아가 우크라이나 침공을 강행하자 입장을 바꿨다. 무기 지원과 함께 초강력 제재 수단인 러시아 금융기관에 대한 ‘국제은행간통신협회(SWIFT·스위프트)’ 배제 조치에도 동참하기로 했다. 러시아 항공기의 독일 영공 진입도 금지했다. 안나레나 배어복 독일 외무장관은 “우크라이나가 러시아의 공격을 방어할 수 있도록 독일은 모든 필요한 조치를 지원하겠다”고 밝혔다.
마르셀 디르수스 독일 킬 대학 안보정책연구소 연구원은 “(우크라이나 무기 지원은) 2차 대전 이후 독일 외교정책의 가장 큰 변화 중 하나”라며 “나치 독일을 몰아내는 데 일조했던 러시아와의 깊은 관계를 단절하는 것을 의미한다”고 말했다. 러시아와 우호적 관계를 유지해온 앙겔라 메르켈 전 독일 총리도 "(러시아가) 냉전 종식 후 유럽 역사에 깊은 분열을 일으켰다"고 비판했다.
독일이 우크라이나에 군사 지원 물꼬를 트면서 유럽 국가들도 잇따라 무기 지원에 동참하고 있다. 유럽의 주요 무기 제조국인 독일은 제조한 무기의 제3국 이전 및 판매에 대한 승인 권한이 있다. 네덜란드는 독일의 승인을 받아 독일산 로켓 400기와 대공미사일 ‘스팅어’ 200기 등을 우크라이나에 지원한다. 에스토니아도 독일산 무기인 122㎜ 곡사포를 우크라이나로 이전한다. 프랑스도 군사 장비와 연료 등을 우크라이나에 추가 지원할 계획이며, 2,000기의 대전차 미사일을 제공한 영국도 무기를 추가로 공급할 계획이다. 포르투갈은 우크라이나 지원을 위해 루마니아 국경에 175명의 병력을 투입하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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