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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러 집결 병력 절반, 우크라 내부 진입"… 벌써 200여명 숨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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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러 집결 병력 절반, 우크라 내부 진입"… 벌써 200여명 숨져

입력
2022.02.27 09:00
수정
2022.02.27 11: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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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 우크라 결사 저항에 고전하지만
초기 협상 결렬로 러 군사작전 재개
살인·고문 악명 높은 체첸군도 참전

26일 우크라이나 수도 키예프에서 소방관들이 러시아군의 포격으로 불이 붙은 고층 아파트 진화작업에 나서고 있다. 키예프=EPA 연합뉴스

26일 우크라이나 수도 키예프에서 소방관들이 러시아군의 포격으로 불이 붙은 고층 아파트 진화작업에 나서고 있다. 키예프=EPA 연합뉴스

우크라이나 국경 지대에 집결한 러시아 병력 절반 이상이 나라 안으로 진입한 것으로 알려졌다. 우크라이나군의 결사항전에 다소 진군 속도가 줄긴 했지만, 벌써 수도 키예프의 30㎞ 앞까지 밀고 들어왔다. 국제사회의 기대를 모았던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간 초기 협상이 결국 결렬되면서 포성은 한층 더 커지는 분위기다. 민간인 피해마저 이어지는 가운데, 살인과 고문으로 악명 높은 러시아 남부 체첸 자치공화국 전투원까지 가세하면서 무력 대치는 더욱 잔혹 양상을 띠게 될 것으로 보인다.

사흘간 사상자 1,000명 넘어

26일(현지시간) AP통신 등에 따르면,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사흘째인 이날 미 국방부 고위 당국자는 브리핑에서 “(우크라이나를 포위했던) 러시아 군대의 50% 이상이 침공에 투입된 것으로 추정한다”고 밝혔다. 전장 상황이 유동적이긴 하지만 이들이 키예프 외곽 30㎞ 지점까지 진출했다는 게 그의 설명이다. 일부 소규모 러시아 군 정찰대의 경우 이미 키예프에 침입했다고도 덧붙였다.

우크라이나군의 거센 저항으로 러시아군의 속도가 예상보다 늦춰졌다는 게 미 정부의 분석이다. 이 관계자는 “러시아군은 지난 24시간 동안 결정적 계기를 만들지 못했는데, 특히 북쪽 지역에서 고전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러시아군이 우크라이나 주요 도시를 점령했다는 징후 역시 아직 포착되지 않았다.

그러나 러시아의 공세는 갈수록 거세지고 있다. 이들은 우크라이나에 250발의 미사일을 발사해 거주지와 교량 등을 타격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고리 코나셴코프 러시아 국방부 대변인은 이날 오전 “군이 우크라이나 군사 인프라 시설 821곳을 파괴했다. 여기엔 14곳의 비행장, 19곳의 지휘소와 통신소, 48곳의 레이더 기지 등도 포함된다”고 밝혔다. 수도 키예프 중심가에서도 미사일 공격이 벌어졌고, 시내 곳곳에선 격렬한 시가전 소리도 이어졌다. 키예프 시민들은 지하실이나 지하 주차장, 지하철역에서 밤을 새워야 했다. 우크라이나 보건부는 침공 이후 이날까지 198명이 숨지고, 1,000명이 넘는 부상자가 발생했다고 발표했다.

25일 우크라이나 키예프에서 시민들이 밤 사이 격추된 군용기 잔해를 지나고 있다. 키예프=EPA 연합뉴스

25일 우크라이나 키예프에서 시민들이 밤 사이 격추된 군용기 잔해를 지나고 있다. 키예프=EPA 연합뉴스

다른 곳 사정도 마찬가지다. AP는 “러시아가 키예프뿐 아니라 서쪽으로 흑해 연안의 오데사부터 동쪽의 항구도시 마리우폴 너머에 이르기까지 해안 지역 공격을 강화하고 있다”고 전했다. 동부 돈바스 지역에선 러시아군의 지원을 받는 친러 반군들이 도네츠크주(州)와 루간스크주에서 진군을 계속해 이전에 정부군이 장악하고 있던 도시들을 차례차례 점령해 나가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협상 결렬’로 러 군사진격 재개

한때 기대를 불러일으켰던 협상 움직임은 수포로 돌아갔다. 이날 드미트리 페스코프 러시아 크렘린궁 대변인은 “우크라이나 측이 협상을 거부하면서 러시아군 진격이 재개됐다”고 발표했다. 전날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전날 저녁 러시아군 주요 부대에 진격 중지 명령을 내렸다. ‘중립국화’를 두고 우크라이나 지도부와 논의하기 위해서다. 그러나 양측이 입장 차만 확인하면서 협상은 결렬됐다. 현재까지 표면적으로 드러난 이유는 회담 장소에 대한 이견이다. 러시아는 동맹인 벨라루스 민스크에서 만날 것을 제안한 반면, 우크라이나는 자신들을 지원하는 폴란드의 바르샤바를 주장한 것.

다만 우크라이나 측은 러시아가 내건 ‘조건’에 동의할 수 없어 협상을 거부한다고 주장했다. 올렉시 아레스토비치 우크라이나 대통령실장 고문은 “러시아의 조건은 우리가 수용할 수 없는 것이었다. 그것은 우리를 항복시키려는 시도”라고 말했고, 미하일로 포돌랴크 우크라이나 대통령실 고문도 “러시아 측의 비현실적인 조건과 마주했다”고 강조했다. 다만 이들은 러시아 측이 제안한 조건에 대해서는 공개하지 않았다.

대화 시도가 원점으로 돌아가자 러시아는 또다시 군사 압박에 나섰다. 이고리 코나셴코프 러시아 국방부 대변인은 “우크라이나 측이 협상을 거부한 뒤 오늘 모든 부대에 작전 수행 계획에 따라 모든 방면에서 공격을 진전시키라는 명령이 내려졌다”고 말했다.

26일 스페인 알리칸테에서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을 규탄하는 시위가 벌어지고 있다. 알리칸테=EPA 연합뉴스

26일 스페인 알리칸테에서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을 규탄하는 시위가 벌어지고 있다. 알리칸테=EPA 연합뉴스


체첸 ‘악마의 부대’도 우크라로

‘악마의 부대’마저 가세했다. 푸틴 대통령의 측근으로 알려진 람잔 카디로프 체첸공화국 수장은 이날 텔레그램 채널을 통해 체첸 국가근위대(내무군) 전투원들이 우크라이나로 파견됐다고 확인했다. 구체적인 규모는 밝히지 않았지만 7만 명에 이를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그는 “우리 전투원들은 손실 없이 세 차례 전투를 치렀고 우크라이나 국가근위대 작전 여단 시설을 점령했다”고 주장했다. 또 러시아군이 키예프를 포함해 우크라이나 도시를 손쉽게 점령할 것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우크라이나인들을 향해서는 자국 정권을 전복시키라고 촉구하기도 했다.

카디로프 수장에게 전적으로 충성하는 무력 집단인 체첸 전투원들은 주민 납치와 살인, 고문 등 무자비한 인권유린을 저질러온 것으로 악명 높다. 우크라이나 땅에서 벌어지는 러시아의 무력 침공에 잔혹성이 더해질 거라는 우려가 나오는 이유다.

허경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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