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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립운동하면 3대가 망한다더라' 후손들의 삶, 정말 그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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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립운동하면 3대가 망한다더라' 후손들의 삶, 정말 그랬다

입력
2022.03.01 10:00
수정
2022.03.01 11:09
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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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립유공자, 잊혀선 안 될 이름>
보훈 대상 66% "무소득", 76% "만성질환"
선양사업 상당수, 지자체 외면에 지지부진

독립유공자 후손인 이수경씨가 23일 대구 남구 대명동 자택에서 자신의 선조들의 독립운동 활약과 생활상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그의 집엔 조상들이 받은 표창장과 사진 등이 보관돼 있다. 대구=김재현 기자

독립유공자 후손인 이수경씨가 23일 대구 남구 대명동 자택에서 자신의 선조들의 독립운동 활약과 생활상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그의 집엔 조상들이 받은 표창장과 사진 등이 보관돼 있다. 대구=김재현 기자

대구에 사는 이수경(68)씨는 독립유공자 후손이라는 자긍심을 잃은 적이 없다. 증조부 이원춘(1871~1936), 조부 이만준(1888~1971), 재종조 이맹준(1897~1948) 선생이 3·1운동에 참여해 옥고를 치른 것을 가문의 영광으로 여긴다.

하지만 먹고사는 것은 또 다른 문제다. 정부가 독립유공자 및 그 후손에 대한 예우 수준을 해마다 높이고 있다고는 하지만, 이들의 삶의 여건이 좀처럼 개선되지 않는 모양새다. 보훈처가 2018년 실시한 국가보훈대상자 생활실태조사 결과 독립유공 보훈대상자 66%가 소득이 없고, 76%는 만성질환이 있다고 응답하기도 했다.

이씨의 경우 보훈 생활지원금으로 매달 받는 34만 원과 기초연금 등으로 꾸려가야 하는 생활이 팍팍하기 그지없다. '독립운동을 하면 3대가 망한다'는 말이 실감난다. 올가을엔 살고 있는 전세집도 빼야 한다. 곧 거주지 일대 재개발이 시작되기 때문이다.

광복회 일을 돕고 있는 이씨는 대구 남구 지역에 거주하는 다른 독립유공자 후손 40여 명도 대부분 경제적 빈곤과 주거 불안에 시달린다고 사정을 전했다. 이씨는 "독립운동가 후손이라는 것도 이젠 우리가 마지막 세대가 될 것 같다"며 "독립운동 자체가 잊히는 건 아닐까 걱정도 든다"고 말했다.

독립운동가 선양사업 지지부진에 상처도

독립운동가 왕산 허위의 증손자 허윤씨가 25일 서울 영등포구 자택에서 독립운동 후손들의 생활상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김재현 기자

독립운동가 왕산 허위의 증손자 허윤씨가 25일 서울 영등포구 자택에서 독립운동 후손들의 생활상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김재현 기자

독립유공자 선양 사업이 지지부진한 것은 자긍심으로 버티는 후손들에게 더 큰 상처다. 지방자치단체의 외면과 주민 민원이 주된 걸림돌이다.

경북 구미 출신으로 13도 창의군 총대장을 맡아 서울진공작전을 지휘한 허위(1854~1908) 선생 가문은 기념공원 조성 문제를 놓고 관할 지자체와 수년째 갈등을 빚고 있다. 당초 구미시는 산동면 일대에 선생의 호인 '왕산(旺山)'을 따서 왕산광장과 왕산루를 조성하려 했다가 주민 반발과 행정 절차 문제를 들어 보류했다.

왕산의 증손자 허윤(68)씨는 "소모적 논쟁이 이어지고 있어 안타까울 따름"이라며 "합리적인 방향으로 할아버지를 기릴 수 있는 공간이 마련되길 희망한다"고 말했다. 김영덕 민족문제연구소 구미지회장도 "왕산 가문 독립운동가 14명의 동상을 만들어 놓고도 세울 곳이 없어 창고에 방치돼 있다"며 "하루속히 해결책이 마련돼야 한다"고 말했다.

"서훈 받지 못한 독립운동가 발굴도 시급"

일제강점기 독립운동에 참여하고도 서훈을 받지 못한 독립운동가 후손들의 삶도 더는 외면해선 안 된다는 지적도 나온다.

한국보훈포럼 회장을 맡고 있는 김태열 영남이공대 교수는 "잘 알려진 청산리·봉오동 전투만 봐도 김좌진·홍범도 장군 등 지휘관들은 공적을 인정받았지만, 전장의 최일선에서 싸우다 전사한 사병들에 대한 보상은 매우 제한적"이라고 지적했다. 김 교수는 "대만의 경우 보훈정책 담당부서가 부총리 격으로 위상이 높다"며 "잊힌 독립운동가를 찾아내 늦지 않게 후손들이라도 보듬을 수 있도록 정부가 나서야 한다"고 제언했다.

대구= 김재현 기자
나광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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