李·尹, 법으로 정해진 선거책자 16쪽 꽉 채워
沈·安, 절반인 8쪽... 신상정보 한 쪽만 있기도
주말쯤이면 모든 가정에서 제20대 대선후보들의 ‘자기소개서’를 받아 들게 된다. 23일 후보별 책자형 공보물 발송이 끝나기 때문이다. 하지만 공보물이라도 다 똑같을 수는 없는 법. 이번 대선에서도 정당별 ‘부익부 빈익빈’ 양상은 뚜렷했다. 선거보조금과 펀드 모금으로 주머니가 두둑한 거대 양당은 법이 허용한 공보물 분량을 꽉 채웠지만 소수정당은 그 절반, 심지어 단 한 쪽만 만들기도 했다. “선거는 ‘전(錢)의 전쟁’”이라는 오랜 속설을 다시 한 번 증명한 셈이다.
22일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 따르면, 각 대선후보자가 제출한 책자형 선거공보물은 23일까지 각 가정에 발송된다. 선거 우편물 배달에 통상 하루 이틀 정도 걸리는 점을 감안하면 대부분 가정에선 25일, 늦어도 주말엔 후보들의 면면을 파악할 수 있게 된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윤석열 국민의힘 후보는 공직선거법이 정한 책자형 공보물 분량 상한(16쪽)을 다 썼다. 이 후보는 소년공 시절 회고, 신천지 강제 폐쇄 등 행정 성과, 그간 발표한 경제ㆍ청년 공약 등을 두루 담았다. 윤 후보는 인터뷰 형식의 공보물을 선보였다. ‘살아있는 권력을 수사했을 때’의 소회 등을 구어체로 전해 인간적 면모를 부각하려 애썼다.
반면 심상정 정의당ㆍ안철수 국민의당 후보 책자는 딱 절반(8쪽)에 불과했다. 심 후보는 주 4일제 복지국가 대전환을 시작으로 주요 공약을 대부분 나열했으나, 이미지 강조에 요긴한 본인 사진은 4장밖에 못 실었다. 이 후보(10장)나 윤 후보(9장)에 비해 턱없이 부족한 양이다. 안 후보의 경우 정책홍보에 더해 가족사까지 꼼꼼히 담아내느라 사진과 글자 크기가 쪼그라들었다.
오준호 기본소득당 후보 등 나머지 5~14번 후보는 전부 공보물이 4쪽 이하였다. “선거자금 부족”을 시인한 김동연 새로운물결 후보의 공보물 분량은 두 쪽이었다. 재산, 학력, 전과 여부 등 개인 신상정보를 반드시 기재해야 해 공약은 단 한 페이지에 모두 담겼다. 표지는커녕 공약 한 줄 없이 신상정보로 한 쪽을 구성한 후보(옥은호 새누리당 후보)도 있었다.
책자 분량에 이토록 큰 차이를 내게 한 건 결국 ‘돈’이다. 공보물 제작 및 발송 비용에만 최대 수십억 원이 들다 보니, 인쇄비를 조금이라도 아끼기 위해 쪽수를 줄일 수밖에 없는 현실이다. 중앙선관위 관계자는 “각 후보가 만들어야 하는 공보물 전체 물량이 2,500만 부에 달해 비용 부담이 적지 않은 게 사실”이라고 설명했다.
선관위는 16일 대선 선거보조금 465억4,600여만 원을 의석수와 최근 선거의 정당 득표율 등을 기준으로 차등 지급했다. 민주당이 224억7,400만 원, 국민의힘이 194억4,900만 원을 수령한 반면, 정의당과 국민의당 몫은 각각 31억7,100만 원, 14억1,700만 원에 그쳤다. 여기에 민주당은 펀드를 통해 선거비용 상한액(513억900만 원)을 훌쩍 초과하는 768억 원을, 국민의힘은 500억 원을 모았다. 군소정당 입장에선 선거비용 보전 득표율(10% 이상 절반, 15% 이상 전액)도 장담할 수 없는데, 펀드 모금은 언감생심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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