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는 재미의 발견

새로워진 한국일보로그인/회원가입

  • 관심과 취향에 맞게 내맘대로 메인 뉴스 설정
  • 구독한 콘텐츠는 마이페이지에서 한번에 모아보기
  • 속보, 단독은 물론 관심기사와 활동내역까지 알림
자세히보기
"러시아, 다시 제국을 꿈꾼다"... 푸틴, 우크라 너머 발트해까지 노리나
알림
알림
  • 알림이 없습니다

"러시아, 다시 제국을 꿈꾼다"... 푸틴, 우크라 너머 발트해까지 노리나

입력
2022.02.22 17:26
수정
2022.02.23 01:00
3면
0 0

우크라 동부에 파병 명령한 푸틴 향후 행보는?
평화유지군, 우크라이나 침략 선봉대 가능성
"월경지 칼리닌그라드 접근 통로 추진할 수도"
안보 협상 유리한 고지 선점하려는 초강수 분석도

블라디미르 푸틴(왼쪽) 러시아 대통령이 21일 모스크바 크렘린궁에서 긴급 국가안보회의를 소집해 발언하고 있다. 모스크바=AP 연합뉴스

블라디미르 푸틴(왼쪽) 러시아 대통령이 21일 모스크바 크렘린궁에서 긴급 국가안보회의를 소집해 발언하고 있다. 모스크바=AP 연합뉴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우크라이나 동부 친(親)러시아 분리주의 반군이 장악중인 자칭 '루간스크인민공화국(LPR)'과 '도네츠크인민공화국(DPR)'의 독립을 전격 승인하고 이 지역에 '평화유지군' 파병을 명령하는 초강수를 던졌다. 2014년 크림반도를 펜 하나로 병합시킨 것처럼 이번에도 우크라이나 영토 일부를 도려낸 것인데, 전 세계는 푸틴 대통령이 여기에서 멈출 것이냐에 이목을 집중시키고 있다.

미국 월스트리트저널(WSJ)은 21일(현지시간) 푸틴 대통령이 동유럽에 대한 러시아의 영향력을 냉전 시대 수준으로 회복하는 것을 목적으로 한다고 해석했다. 푸틴 대통령은 이날 대국민 연설에서 지난 30여 년간 미국과 유럽으로부터 받은 처우에 대한 불만을 연거푸 언급하면서 “러시아는 우리 안보를 보장하기 위한 보복 조치를 할 권리가 있고, 이것이 바로 우리가 하려는 것”이라고 말했다.

세계는 특히 그가 “러시아는 소비에트연방 이전의 역사적인 러시아 제국으로부터 모든 영토에 대한 정당한 권리를 가지고 있다”고 밝힌 점에 주목하고 있다. 린다 토머스그린필드 유엔 주재 미국 대사는 이날 “푸틴 대통령이 세계를 러시아 제국이 통치하던 시대로 되돌리기를 원한다”고 비난했다. 이런 면에서 러시아가 우크라이나 동부 지역에 파병하는 ‘평화유지군’이 구소련 영토에 대한 침략을 위한 선봉대일 가능성에 무게가 쏠린다. CNN방송은 “푸틴 대통령의 연설은 우크라이나가 러시아와 구별될 수 없고 독립국가가 아닌 것으로 본다는 점을 분명히 했다”며 “우크라이나 동부로의 제한된 침입보다 훨씬 더 큰 모험에 대한 정당화”라고 분석했다.

이로 인해 우크라이나에 대한 공격이 끝이 아닐 것이라는 암울한 예상도 나온다. 푸틴 대통령이 러시아계 보호를 명분으로 루간스크와 도네츠크 지역의 독립을 승인하고 병력을 파견했다는 점에서 유사 사례도 속출할 수 있다는 지적이다. 토머스그린필드 대사가 “벨라루스와 조지아, 몰도바는 물론 카자흐스탄, 키르기스스탄, 타지키스탄, 투르크메니스탄, 우즈베키스탄, 발트 3국의 폴란드와 터키의 일부까지 포함한다”고 우려한 것도 이런 맥락에서다. CNN은 “푸틴 대통령이 유럽 국경을 다시 그리려는 시도를 얼마나 멀리까지 밀어붙일지 미국과 유럽 정치인들은 고민하게 될 것”이라고 전했다.

전문가들은 발트해 연안 러시아 월경지인 칼리닌그라드를 우크라이나 다음의 화약고로 보고 있다. 로버트 케이건 미국 브루킹스연구소 선임연구원은 이날 워싱턴포스트(WP) 기고문에서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이후에는 발트해 연안 국가가 즉각적인 위협을 받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러시아가 지금은 폴란드와 리투아니아를 통해 칼리닌그라드에 접근할 수 있지만 직접 연결 통로를 원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일각에서는 푸틴 대통령이 ‘우크라이나 병력 진입’이라는 초강수를 둔 배경에는 서방과의 안보 협상에서 최대한 양보를 받아내기 위한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푸틴 대통령은 지금까지 북대서양조약기구(NATOㆍ나토) 동진 중단, 우크라이나의 나토 가입 금지, 동유럽 주둔 서방 군사력 축소 등을 줄곧 요구해왔으나 미국이나 유럽연합(EU)이 어느 하나 수용하지 않은 데 대한 불만을 표출해왔다.

이런 상황에서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 정상회담이 추진됐고, 이에 앞서 강수를 던지면서 협상력을 높이려는 의도라는 얘기다. 토마스 워윅 전 미국 국토안보부 부차관보는 미 싱크탱크 애틀랜틱카운슬에 “푸틴 대통령의 목표는 도네츠크와 루간스크로의 병력 이동이라는 ‘전술적 행동’이 아닌, 우크라이나와 서방에 대한 ‘전략적 승리’”라며 “침공 없이도 우크라이나와 서방으로부터 진정한 양보를 얻어내는 외교를 다음 전략으로 사용할 것으로 보인다”고 풀이했다.

러시아 역시 우크라이나를 침략할 경우 서방과 군사적으로 충돌, 막대한 피해를 입을 가능성이 작지 않은 데다, 이에 따른 미국과 유럽의 경제ㆍ금융제재도 무시할 수 없을 것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푸틴 대통령의 파병 명령 직후, 우르줄라 폰데어라이엔 EU 집행위원장은 러시아를 국제은행 시스템에서 제외하겠다고 밝혔고, 보리스 존슨 영국 총리도 러시아 기업들이 미국 달러와 영국 파운드로 거래를 할 수 없을 것이라고 못 박았다. 미국 정치전문 매체 폴리티코는 “푸틴 대통령에 대한 경제제재는 심각한 타격을 줄 수 있다”고 전했다.

김진욱 기자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세상을 보는 균형, 한국일보Copyright ⓒ Hankookilbo 신문 구독신청

LIVE ISSUE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

0 / 250
중복 선택 불가 안내

이미 공감 표현을 선택하신
기사입니다. 변경을 원하시면 취소
후 다시 선택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