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틴, 유럽서 시작해 러시아를 다극체제 중심에”
“美·유럽 vs 러·동맹, ‘미세한 선’ 보일 것”
“러·中 기존 국제질서 대체 새로운 시대 모색”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파병 결정에 따라 세계질서가 ‘냉전 시즌2’로 재편되고 있다는 평가가 잇따르고 있다. 러시아가 미국 중심의 서방과 본격 대치하면서 다극체제의 중심으로 다시 부상하려 한다는 것이다. 러시아와 중국의 결집이 이를 가속화할 것이라는 전망이다.
미국 정치전문매체 폴리티코는 21일(현지시간)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유럽을 시작으로, 잘못됐다고 보는 것들을 바로잡고 러시아를 다극체제 중심에 놓으려고 한다"고 현재의 국면을 설명했다.
미국 싱크탱크 저먼마셜펀드의 조나단 카츠 민주주의 의제 국장은 향후 세계질서와 관련, "유럽·미국과 함께하려는 국가, 러시아와 같이 가려는 국가들을 가르는 ‘미세한 선’을 보게 될 가능성이 크다"며 "이번 사태를 '냉전 시즌2'라고 부르자"고 폴리티코와의 인터뷰에서 제안했다. 동유럽의 분위기는 이미 이 같은 신냉전체제로 접어들었다는 것이다.
미군의 유럽 주둔이 확대되면서 신냉전체제로 인한 '안보 양극화'가 고착화될 것이란 분석도 나왔다. 독일 쾨르버재단의 러시아 전문가 라이아나 픽스는 "미국의 동유럽 동맹국들이 안보를 보장받으려고 자국 영토에 미군을 더 많이 주둔시키려고 할 것"이라고 폴리티코에 말했다.
미국 일간 뉴욕타임스(NYT)는 러시아ㆍ중국이 미국ㆍ북대서양조약기구(NATOㆍ나토)와 맞서는 신냉전체제가 이제 명확해졌다고 봤다. 우크라이나에 19만여 병력을 배치한 것으로 알려진 러시아를 반(反)미 진영의 선두인 중국이 두드러지게 지원하게 된다는 것이다.
중국과 러시아의 결속 징후는 곳곳에서 나타나고 있다고 NYT는 지적했다. 앞서 푸틴 대통령과 시진핑 주석은 지난 4일 베이징 동계올림픽 개막식을 계기로 연대를 과시했으며, ‘나토 확대에 반대한다’는 내용이 담긴 공동성명까지 발표했다. 이들은 “미국과 동맹국이 중국과 러시아의 국가 안보에 엄중한 위협을 끼치는 활동을 하고 있다”고 지목하며 “국제질서의 변혁이 지속되고 있다”고 규정했다.
표면적으로 중재자의 입장을 취하지만, 미국ㆍ서방과의 분쟁에서는 러시아의 편을 드는 것이 중국의 입장으로 해석된다. 왕이 중국 외교부장은 앞서 19일 카멀라 해리스 미국 부통령이 참여한 뮌헨안보회의에서 우크라이나 주권이 존중되고 보호돼야 한다면서도 "나토가 계속 동쪽으로 확대되면 유럽의 평화·안정 유지에 도움이 되느냐”고 반문했다.
이 같은 소련과 중국의 결집에 국제사회 우려는 커지고 있다. 이는 곧 미국 중심의 서방에 대한 반대진영의 군사위협이 배가될 수 있다는 점에서다. 존 커비 미 국방부 수석대변인은 지난주 러ㆍ중 공동성명에 대해 “미국 정부는 중국과 러시아의 '급성장하는 관계'를 주시하고 있다”며 “러시아에 대한 중국의 암묵적 지지는 매우 걱정스럽고, 유럽의 안보 상황을 더 불안정하게 만든다”고 평가했다.
우르줄라 폰데어라이엔 EU 집행위원장도 뮌헨안보회의에서 "러시아와 중국이 기존 국제질서를 대체하기 위해 자신들 말대로 새로운 시대를 모색하고 있다"고 주시했다. 스콧 모리슨 호주 총리는 중국이 유럽에서 러시아의 군사긴장 고조에 “서늘한 침묵”을 유지하고 있다며 “양국(러시아와 중국)이 연대하고 있다”고 주의를 환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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