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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분 또 침묵... KBS·SBS '도핑 양성' 발리예바 서사 지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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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분 또 침묵... KBS·SBS '도핑 양성' 발리예바 서사 지웠다

입력
2022.02.18 10:08
수정
2022.02.18 10:59
0 0

프리 경기 해설 보이콧
"목격자로 지켜봐 달라"
도핑 양성 선수 출전 다 금지됐는데
왜 발리예바만? 비판도

17일 중국 베이징 캐피털 실내경기장에서 열린 2022 베이징 동계올림픽 피겨스케이팅 여자 싱글 프리스케이팅에 출전한 러시아올림픽위원회 카밀라 발리예바가 연기를 펼치고 있다. 베이징=연합뉴스

17일 중국 베이징 캐피털 실내경기장에서 열린 2022 베이징 동계올림픽 피겨스케이팅 여자 싱글 프리스케이팅에 출전한 러시아올림픽위원회 카밀라 발리예바가 연기를 펼치고 있다. 베이징=연합뉴스

KBS·SBS가 도핑 양성 반응으로 물의를 빚고도 2022 베이징 올림픽 출전을 강행한 카밀라 발리예바(16·러시아올림픽위원회) 선수의 싱글 프리스케이팅 경기에 4분 동안 침묵했다. 앞서 진행된 쇼트프로그램 경기 해설 보이콧에 이어 두 번째다.

KBS와 SBS 올림픽 중계진은 17일 중국 베이징 캐피털 인도어 스타디움에서 열린 경기에 발리예바가 출전하자 어떤 멘트도 하지 않았다. 도핑 양성 반응으로 올림픽 정신을 훼손한 선수에게 어떤 서사도 주지 않겠다는 취지로 풀이된다.

방송사들은 발리예바의 경기를 "목격자"로 봐달라고 했다.

발리예바 경기 직전 남현종 KBS 캐스터는 "(시청자들이)이 연기를 보는 게 즐겁지 않겠지만, 많은 사람이 오늘을 기억하고 반드시 이런 일이 없어야 하기 때문에 목격자로 확인해 달라"고 말했다.

김초롱 MBC 캐스터는 "이 경기에 출전하는 게 옳지 않다고 생각한다"며 "불편하지만, 다른 선수 경기 진행을 마무리하기 위해서 이 시간을 함께하겠다"고 시청자에 양해를 구했다. 발리예바를 위해서가 아니라, 4년 동안 올림픽을 위해 땀을 흘린 다른 선수들을 위해 프리 경기를 끝까지 TV에 내보내겠다는 설명이다. MBC는 발리예바 선수 경기 4분여 동안 기술 설명만 간단하게 언급했다.

도핑 양성 반응에도 경기에 출전한 발리예바에 대한 비판도 잇따랐다.

발리예바 경기 직후 이호정 SBS 해설위원은 "프리 종목은 4분 동안 연기한다. 2분 뒤인 프로그램 후반에 뛰는 점프는 20%의 가선점을 줄 정도로 체력과 유산소 능력이 중요하다"며 "이 선수가 복용한 세 약물의 조합은 부스트 효과를 얻어서 더 크게 작용한다. 지구력을 향상하고 피로 해소를 도운다고 한다. 어떤 경로로 금지 약물을 복용했는지 알 수 없지만, 이번 일을 그냥 넘어간다면 제2, 3의 발리예바가 계속 나올 것"이라고 일침했다. 더불어 "스포츠는 공정하고 깨끗해야 한다"며 "모든 선수들의 노력은 공평하고 소중히 여겨져야 한다"는 말도 보탰다. 곽민정 KBS 해설위원도 "공정하지 못하게 편법으로 정상의 자리를 지키려 한 건 많은 질타를 받아야 한다"고 날을 세웠다.

도핑 양성 반응 선수 경기 출전을 두고 오락가락하는 올림픽 주최 측에 대한 쓴소리도 나왔다.

김혜진 MBC 해설위원은 "모든 것이 공정해야 한다"며 "이란의 알파인 스키 선수는 금지 약물 양성 반응으로 올림픽 기간 경기 출전은 물론 훈련에도 참석하지 못했는데, 왜 발리예바 선수에게만 예외가 적용됐는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이란 남자 알파인 스키 선수 호세인 사베흐 솀사키는 올릭픽 기간인 지난 10일 세계반도핑기구(WADA)에서 금지약물로 정한 데히드로클로로메틸 테스토스테론에 양성 반응을 보였다. 이후 바로 출전 금지 조치가 내려졌다. 이 사례와 비교하면 발리예바 경기 출전은 특혜로 비칠 수 있다는 지적이다. 김 해설위원은 "오늘 경기에서 실수가 많이 나왔는데 결국 본인(발리예바)이 만든 상황에서 부담감을 이겨내지 못한 탓"이라고 꼬집었다.

남현종 캐스터는 "발리예바 뒤에 숨어 있는 그들도 책임져야 한다"라며 "러시아 선수단을 제외한 전 세계 모든 사람이 4분간의 침묵 속에서 우리가 올림픽에서 지켜야 할 정신이 무엇인지 다시 한번 생각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날 마지막에 출전한 발리예바는 연달아 점프 실수를 하며 넘어졌고, 4위를 기록했다.

양승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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