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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차 접종 3일간 겨우 7명... "왜 우리만 강요하나" 뒤숭숭한 요양병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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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차 접종 3일간 겨우 7명... "왜 우리만 강요하나" 뒤숭숭한 요양병원

입력
2022.02.18 04: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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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율이라면서 "4차 안 맞으면 업무 배제" 엄포
배제되면 인력난 와중 또다시 구인난 '악순환'

지난해 12월 코로나19 집단감염이 발생한 광주 북구의 한 요양병원 앞에서 북구보건소 직원들이 소독 작업을 하고 있다. 광주=뉴스1

지난해 12월 코로나19 집단감염이 발생한 광주 북구의 한 요양병원 앞에서 북구보건소 직원들이 소독 작업을 하고 있다. 광주=뉴스1

“자율로 결정하라고요? 4차 접종 안 하면 업무에서 뺀다는데, 그게 자율인가요? 강요죠.”

인천에 있는 한 요양병원에서 일하는 50대 간호사 A씨는 고민 끝에 코로나19 4차 예방접종을 하지 않기로 마음먹었다. “3차 맞을 때도 불안했는데, 요양병원에서 일한다는 이유만으로 남들보다 한 번 더 맞으라는 건 너무하다”고 그는 토로했다. 가족들도 A씨의 4차 접종을 반대한다.

요양병원이 뒤숭숭하다. 곳곳에서 집단감염이 꿈틀대는 탓에 지난해의 악몽이 떠오르면서도, 무턱대고 4차 접종을 하라는 정부의 요구에 불안감과 억울함이 가득하다.

“4차 맞고 고생하나 걸려서 고생하나”

17일 의료계에 따르면 전국 요양병원들은 한창 4차 접종 동의 인원을 파악하고 있다. 형식은 맞고 싶은 사람만 의사 표시하라는 ‘자율 동의’다. 하지만 A씨가 일하는 병원은 4차 접종을 하지 않은 직원을 환자와 직접 접촉하는 업무에서 배제하라는 내용의 지자체 공문을 받았다. 매일 환자와 대면하는 의료진으로선 4차 접종을 사실상 강요로 받아들일 수밖에 없다. A씨는 “일반 직장인은 물론이고 다른 병원 의료진도 안 맞는데 우리에게만 4차 접종을 강요하는 건 형평성에 어긋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서울의 한 요양병원도 상황은 비슷하다. 이 병원 원장 B씨 역시 4차 접종을 안 하기로 했다. B씨는 “오미크론 백신도 아니고 3차랑 똑같은 백신을 왜 또 맞으라고 하는지 모르겠다”며 “4차 맞고 일주일 고생하나 코로나 걸려서 일주일 고생하나 별 차이가 없을 것 같다고 여기는 직원들이 태반”이라고 전했다.

외부접촉 없던 와상 환자까지 확진

정부가 지난 14일 요양병원·시설을 4차 접종 대상으로 발표한 건 오미크론 변이 바이러스 확산 이후 집단감염이 서서히 증가하고 있기 때문이다. 질병관리청 중앙방역대책본부에 따르면 요양병원·시설과 주·야간 보호센터의 집단감염은 1월 첫째 주 총 16건이었는데, 같은 달 넷째 주 53건으로 늘었다. 게다가 지난해 10월 가장 먼저 3차 접종을 시작한 이들 시설은 시간이 지나면서 백신 효과도 뚜렷하게 떨어지고 있는 것으로 분석됐다. 최근 5주간 감염 경로가 요양병원이나 요양원인 코로나19 사망자는 208명(12일 0시 기준)에 달한다.

1월 18일 오후 대전 서구에 있는 대전요양원에서 시설 관계자가 설 명절 연휴 전후 방문객들이 찾아올 비대면 면회실을 소독하고 있다. 대전=뉴스1

1월 18일 오후 대전 서구에 있는 대전요양원에서 시설 관계자가 설 명절 연휴 전후 방문객들이 찾아올 비대면 면회실을 소독하고 있다. 대전=뉴스1

부산의 한 요양병원에선 외부 접촉이 전혀 없는 와상 환자가 확진되기도 했다. 이 병원 원장 C씨는 “직원들도 모두 음성인데 어떻게 감염됐는지 모르겠다”며 “다른 병원들도 경로가 불투명한 감염 사례들이 나온다고 들었다”고 말했다. 집단감염으로 워낙 피해가 컸던 지난해 기억이 아직도 생생한 요양병원들은 오미크론 파고가 걱정될 수밖에 없다.

하지만 내부에선 잦은 접종에 대한 불안감이 더 크다. 하루 신규 확진자 10만 명이 코앞인 상황이라 “안 걸리는 게 이상할 정도”인 분위기도 4차 접종 기피에 한몫한다. 어차피 걸릴 것 같은데 굳이 이상반응 위험을 한 번 더 감수할 이유가 없다는 것이다.

“업무 배제? 현실 모르는 소리”

4차 접종 말곤 뾰족한 보완책을 내놓지 못하는 방역당국에 답답한 심정도 쌓여 간다. C씨는 “유행이 오래 가다 보니 마스크를 안 쓰려는 환자마저 늘고 있다”며 “환자가 확진되면 알아서 격리하고 약 먹이는 방법밖에 없으니 병원도 각자도생인 셈”이라고 했다. C씨도 4차 접종에 동의하지 않았다.

A씨는 의료진이 만약 코로나19에 확진되면 무급휴가로 처리한다는 병원 방침도 불합리하다고 호소했다. “역학조사도 안 하니 외부에서 걸렸는지 환자 돌보다 걸렸는지 알 수가 없는데 무조건 무급이라니 이해가 안 된다”는 것이다.

B씨 병원에선 의사 1명, 간호사 2명, 요양보호사 5명이 확진 판정을 받아 격리돼 있다. B씨는 “인력이 자꾸 빠져나가면 점점 더 힘들어질 것”이라고 걱정했다. 결국 4차 접종을 안 한 의료진이라도 업무에서 배제하긴 현실적으로 불가능할 걸로 요양병원들은 예상하고 있다.

지난 14일 시작된 4차 접종에는 17일 0시 기준 불과 7명이 응했다. 권근용 코로나19 예방접종대응추진단 예방접종관리팀장은 “면역 저하자 예약접종과 요양병원 자체 접종이 오는 28일부터 본격적으로 이뤄질 것”이라고 말했다.

임소형 기자
류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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