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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억 뷰' 동요 아기상어, 시위대 진압 무기로 쓰였다?

입력
2022.02.14 18:49
수정
2022.02.14 22: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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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질랜드 의회 의장 ‘反백신 시위대’ 해산 유도하려
트위터 통해 '신청곡' 접수... 시끄러운 음악 반복재생
시위대 '뚜루루뚜루' 떼창·'마카레나' 율동으로 맞서

13일 뉴질랜드 웰링턴 국회 앞에 모인 코로나19 규제 반대 시위대가 폭우 속에도 농성을 이어가고 있다. 웰링턴=로이터 연합뉴스

13일 뉴질랜드 웰링턴 국회 앞에 모인 코로나19 규제 반대 시위대가 폭우 속에도 농성을 이어가고 있다. 웰링턴=로이터 연합뉴스

뉴질랜드 의회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백신 접종 반대 시위를 해산하려 동요 ‘아기 상어’와 유명 댄스곡 ‘마카레나’ 등을 무한 재생하는 기상천외한 방법을 동원했다. 하지만 시위대가 노래를 따라 부르고 춤을 추며 응수해 결국 해산에는 실패했다.

13일(현지시간) 영국 BBC방송과 미국 CNN방송 등에 따르면 지난 8일 뉴질랜드 수도 웰링턴 국회의사당 앞마당을 점거한 코로나19 규제 반대 시위대는 이날로 엿새째 농성을 이어갔다. 국경 운송로를 점거해 경제를 마비시킨 캐나다 트럭 시위에 영감을 받아 전국에서 트럭과 자동차를 끌고 몰려온 이른바 ‘뉴질랜드판 자유 호송대’다. 주말 한때 시위 참가자는 3,000명으로 불어나기도 했다.

트레버 맬러드 국회의장은 묘수를 냈다. 시끄러운 음악으로 시위대를 괴롭혀서 자진 해산을 유도하는 것이다. 12일 국회 앞마당 스피커에선 극강의 중독성으로 유명한 1990년대 글로벌 히트곡 ‘마카레나’와 1970년대 팝스타 베리 매닐로의 명곡들이 15분 주기로 줄기차게 울려 퍼졌다. 그러자 시위대는 두 팔을 뻗었다가 접는 ‘마카레나’ 율동을 따라 추면서 오히려 흥을 돋웠다.

맬러드 의장도 가만히 있지 않았다. 이튿날에는 플레이리스트가 한층 강력해졌다. 유튜브 조회수 101억 건을 달성한 한국 동요 ‘아기 상어’와 애니메이션 영화 ‘겨울왕국’ 주제가인 ‘렛 잇 고’ 등이 추가됐다. 최근 밈(Memeㆍ인터넷에서 유행하는 사진이나 영상)으로 인기를 끌고 있는 영화 ‘타이타닉’ 주제가 엉터리 연주곡도 있었다. 노래 사이엔 “백신을 맞으라”는 연설도 집어 넣었다.

맬러드 의장은 트위터를 통해 노래 추천까지 받았다. 네티즌도 적극 아이디어를 공유하며 머리를 맞댔다. 영국 가수 제임스 블런트는 자신의 노래가 재생됐다는 뉴스를 접하고는 트위터를 통해 “만약 효과가 없다면 나에게 소리쳐 달라”고 응원도 보냈다. 그러나 이번에도 작전 실패였다. 시위대는 앙증맞은 율동을 하며 ‘아기 상어’ 후렴구 “뚜루루뚜루”를 떼창했다. 질리도록 노래를 틀어댔지만 꿈쩍도 하지 않았다.

앞서 11일에는 국회 앞 잔디밭에 스프링클러를 틀어 땅을 질퍽하게 만드는 전략도 시도됐다. 주말에는 폭우까지 내렸다. 그러자 시위대는 도랑을 파서 물길을 돌리고, 우비를 챙겨 입었다. 온라인에 올라온 현장 영상을 본 네티즌은 “외국에 물대포가 있다면 뉴질랜드에는 스프링클러가 있다”면서 온갖 풍자를 쏟아냈다.

뉴질랜드는 코로나19 대유행 기간 엄격한 방역 정책을 시행한 것으로 유명하다. 덕분에 전체 500만 인구 중 누적 확진자는 2만1,575명, 사망자는 53명에 그친다. 최근 들어 백신 접종자에 한해 입국을 허용하는 등 규제 완화 움직임을 보이고 있지만, 시위는 방역 문제를 넘어 저신다 아던 총리 정부 정책 전반에 대한 불만 표출로 번지고 있다. 웰링턴 경찰은 “국회 상황을 계속 감시하고 있다”며 “시위대가 집회의 자유를 인정받으려면 도로 점거를 풀고 시민들의 자유로운 이동을 보장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김표향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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