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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니 구 "장르의 틀 깬 행보? 이게 바로 나의 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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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니 구 "장르의 틀 깬 행보? 이게 바로 나의 길"

입력
2022.02.11 14:38
2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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클래식 연주자에 대한 고정관념을 깬 바이올리니스트 대니 구
"미술과 클래식, 보는 관점에 따라 다양한 해석을 낳을 수 있다는 점이 닮았죠."

바이올리니스트 대니 구가 10일 러시아 아방가르드 전시가 열리는 서울 세종문화회관 미술관을 찾아 작품을 감상하고 있다. 서재훈 기자

바이올리니스트 대니 구가 10일 러시아 아방가르드 전시가 열리는 서울 세종문화회관 미술관을 찾아 작품을 감상하고 있다. 서재훈 기자

'클래식계 아이돌'로 불리는 실력파 바이올리니스트 대니 구. 그에게 붙는 수식어는 다양하다. 하지만 이러한 수식어로 '음악인 대니 구'를 정의하기엔 어딘가 아쉽다. 정통 클래식에 뿌리를 두고 있지만 그의 음악에는 장르의 틀이 없다.

지난 8일 발매한 새 미니앨범 '홈(HOME)'은 대니 구가 추구해온 음악의 집합체다. 재즈부터 펑키, 민요, 보컬이 담긴 자작곡까지 클래식 바이올리니스트에게 기대하는 장르의 틀을 완전히 벗어난 음악들을 담았다. 지난 10일 한국일보와 만난 그는 "장르의 벽이나 틀에 갇히기 싫었다. 사실 1년 반 전에 이미 클래식 음반의 녹음을 마친 상태였는데, 일련의 경험을 거치면서 지금 클래식 음반을 발매한다면 '거기서 거기'라는 생각이 들었다. 나의 스펙트럼을 넓힐 수 있는 앨범이 아니다 싶어 아무것도 생각하지 않고 다양한 음악을 만들어야겠다는 마음 하나로 만든 음반"이라고 소개했다.

다양성을 추구한 앨범이지만, 그의 뿌리인 클래식도 빠질 수 없었다. 대니 구가 이번 앨범에 수록한 유일한 클래식 연주곡은 바흐 '샤콘'이다. 그는 "'샤콘'은 저의 정체성이자 인생곡이다. 제 인생의 모든 터닝포인트에는 바흐의 '샤콘'이 함께 했었다. 그래서 첫 음반에는 꼭 넣고 싶었다"며 곡에 대한 남다른 애정을 드러냈다.

앨범 타이틀인 '홈' 역시 특별한 의미를 갖는다. 지난해 11월 발표한 자작곡('윌 유 비 마이 홈')부터 연말 공연 타이틀('홈 어게인')까지 '홈'은 항상 그와 함께 해왔다. 대니 구는 "나에게 '홈'은 단순한 장소를 넘어 추억이자 사랑, 따뜻하고 편안한 느낌 그 자체"라며 "최근에 '내 음악이 대중과 클래식을 연결시키는 다리가 된다면 대중도 클래식을 '집(홈)'처럼 편안하게 느낄 수 있지 않을까'란 생각이 들었다. 그 생각이 새 앨범 '홈'의 출발점이었다"고 말했다.

바이올리니스트 대니 구가 '칸딘스키, 말레비치 & 러시아 아방가르드: 혁명의 예술전'을 찾아 작품을 감상하고 있다. 최주연 기자

바이올리니스트 대니 구가 '칸딘스키, 말레비치 & 러시아 아방가르드: 혁명의 예술전'을 찾아 작품을 감상하고 있다. 최주연 기자

다채로운 방식으로 자신의 음악을 알리고 새로운 도전도 두려워하지 않는 대니 구의 행보는 그간 클래식 연주자들이 보여준 모습과는 사뭇 다르다. 대니 구는 이것이 바로 지난 2016년 한국행을 택했던 이유라고 설명했다. "만약 코어 클래식만 고집했다면 한국으로 오지 않았을 거예요. 지금 하고 있는 음악과 활동, 이게 바로 제 길이 아닌가 싶어요. 그 과정에서 얻는 것도 너무 많고요. 예를 들어 '슈퍼밴드2' 출연을 통해 좋은 사람들과 새로운 영역에서의 자신감을 얻었던 것처럼요. 물론 도전 영역을 확장할수록 모든 면에서 지금의 수준을 유지하면서 더 잘해야 한다는 부담은 있지만 그건 행복한 도전이라고 생각해요."

일상 속 대니 구에게 영감을 주는 것들에 대한 이야기도 이어졌다. 그는 "한동안 쉬었던 독서를 다시 시작했다. 개인적으로 책에서 오는 힘이 굉장하다고 생각한다. 음악은 장르의 구분 없이 다양하게 듣는 편이다. 최근에는 콜드플레이의 곡들과 포크컨츄리 장르에 꽂혀있다"라고 귀띔했다.

서울 종로구 세종문화회관에서 관람한 '칸딘스키, 말레비치 & 러시아 아방가르드:혁명의 예술전' 역시 그에게 새로운 영감을 불어넣는 시간이었다. 대니 구는 "같은 시대의 작품이지만 작가마다 화풍이 확연하게 다르다는 점이 신기했다. 추상적인 작품들을 통해 상상력을 자극시킬 수 있었던 시간이었다. 각각의 작품이 보는 관점에 따라 다양한 해석을 낳을 수 있다는 점에서 미술과 클래식이 꽤나 맞닿아 있는 분야라는 생각도 들었다"는 소감을 전했다.

이번 전시에서 그에게 가장 인상 깊었던 작품은 러시아 작가 베니아민 에이게스의 그림 '거리. 습작'(1910년대)이다. "표현주의적 성향이 짙게 묻어나는 화풍이 취향을 저격했다"라고 밝힌 대니 구는 이와 함께 감상하면 좋을 연주곡으로 러시아 출신 작곡가 이고르 스트라빈스키의 '불새'의 호른 솔로 파트를 추천했다. "'불새' 속 호른 솔로 파트는 마치 전쟁이 끝난 뒤 우리가 만들어 낸 평온함이 찾아오면서 무지개가 뜨는 느낌이에요. '거리. 습작'이 자아내는 분위기와 잘 어울리는 곡이 아닐까 싶어요."

바이올리니스트 대니 구가 '칸딘스키, 말레비치 & 러시아 아방가르드: 혁명의 예술전'을 통해 새로운 영감을 얻었다고 밝혔다. 최주연 기자

바이올리니스트 대니 구가 '칸딘스키, 말레비치 & 러시아 아방가르드: 혁명의 예술전'을 통해 새로운 영감을 얻었다고 밝혔다. 최주연 기자

오랜 준비 끝 본격적인 도약을 예고한 대니 구에게 올해는 또 한 번의 터닝포인트가 될 예정이다. 최근 발매한 새 미니앨범과 오는 14일 서울 용산구 현대카드 언더스테이지에서 개최할 쇼케이스는 그 시작점이다. "클래식 바이올리니스트로서 해당 공연장에서 공연을 하는 연주자는 제가 최초인 것 같아요. 너무 쿨하지 않나요. 하하. 이번 쇼케이스는 새 음반을 만든 감정을 가지고 연주하는 처음이자 마지막 공연이 될 거예요. 음반에 없는 곡들도 몇 곡 더 연주하고, 전혀 상상하지 못할 깜짝 게스트도 함께 할 예정이에요. 단순한 쇼케이스가 아닌 콘서트 같은 공연을 준비 중이니 많이 기대해 주셨으면 해요. 완전 멋있는 공연을 보여드릴게요!"

홍혜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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