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 확진자 5만 명 선을 넘는 등 오미크론 태풍이 점차 위력을 더해감에 따라 10일 방역당국은 확진자의 90%가 넘는 일반관리군 환자들에 대해 동네 병·의원 의사들에게 몇 번이고 무료로 비대면 진료를 받을 수 있는 체계를 마련했다. 환자들이 제대로 관리받을 수 있을지 걱정한다면, 동네 병·의원 의사들은 제대로 처방을 내릴 수 있을지 걱정이다. 방역당국은 오미크론 변이의 경우 증세가 가벼우니 부담감을 느끼지 말라지만, 수화기 너머로만 처방을 내려야 하는 의사들로서는 마음이 편치 않다.
1900개 동네 병·의원 전화 진료 시작 ... 의료계 "부담스럽다"
10일 방역당국에 따르면 이날부터 전국 1,900개의 동네 병·의원이 코로나19 일반관리군의 전화 상담과 처방에 뛰어들었다. 집중관리군(60세 이상, 50대 기저질환자 및 면역저하자)과 달리, 일반관리군은 모니터링 없이 발열 등 증상이 있으면 이 병원에서 상담과 처방을 받을 수 있다. 이번 전화 상담·처방 체계 전환의 성패는 의사와 환자 간 소통에 달려 있다. 환자는 전화로 자신의 상황을 정확히 설명해야 하고, 의사를 이를 바탕으로 적절한 처방을 내려야 한다.
하지만 동네 병·의원들에서는 첫날부터 혼란을 겪었다. 정부의 준비부족 때문이다. 당장 전화를 건 환자가 실제 코로나19 확진자인지 확인할 수 있는 시스템은 11일부터 가동된다. 거기다 환자들 분류나 대응 지침이 몇 번 바뀌다보니 진료 시작 자체를 모르는 경우도 있었다.
무엇보다 가장 큰 부담은 '비대면 진료의 한계'다. 기본 정보가 없는 상황에서 환자의 말만 듣고 처방을 내려야 한다. 한 의원의 원장 A씨는 "우리 의원을 계속 찾았던 환자는 믿을 수 있지만, 초진 환자의 경우 그분의 상황에 대해 알 수가 없어서 진료하기가 부담스럽다"고 말했다. 그래서 초진 환자의 상담은 거절하기로 했다.
중복 혹은 과다 처방 우려도 있다. 급한 마음에 환자가 이곳저곳 여러 병·의원에다 전화해 처방을 여러 번 받을 경우가 생길 수 있어서다. 게다가 하루에 몇 번이고 상담을 받아도 무료라, 문의가 과다하게 이뤄질 기제가 충분하다. 또 다른 의원 B원장은 "전화를 받는 의사에 따라 환자 상태를 다르게 받아들이고 다른 처방을 내릴 수 있다"고 말했다. 이럴 경우 한 환자를 꾸준히 추적해서 관찰하는 치료가 이어지지 않으면, 상태 호전이나 악화 정도도 파악하기 어렵다.
사고가 났을 경우 책임 소재도 논란거리다. 의사 C씨는 "확진자가 만일 여기저기 전화를 해 진료를 받다가 급박한 상황이 생겼을 때 대처를 못 하거나, 잘못된 처방이 이뤄졌을 때는 누구 책임이냐는 공방까지 벌어질 수 있다"고 했다.
방역당국 "병·의원 지정에 행정여력 없다"
이 때문에 대한의사협회 등은 "최소한 확진자마다 담당 의료기관을 지정할 필요가 있다"고 요구해왔다. 하지만 방역당국은 받아들이지 않았다. 최종균 보건복지부 중앙사고수습본부(중수본) 재택치료반장은 "의료기관을 지정하려면 보건소가 일일이 관여해야 해, 행정적 부담이 크다"면서 "또한 평소 다니던 의료기관을 선택할 수 있게끔 하는 것이 (지정보다) 낫다고 생각한다"고 설명했다. 중수본은 논란이 계속되자 "전담의사에게 치료를 받는다는 생각으로 처음 전화상담·처방을 받은 의료기관을 지속적으로 이용해달라"고 요청했다.
또한 오미크론 특성상 증상이 가볍다 보니, 초진 환자 진료에 대해서도 부담을 느끼지 않아도 된다고 당부했다. 최 반장은 "각 병·의원에 배포된 상담·처방 가이드라인을 참고해 진료를 하면 될 거라고 본다"면서 "내용 자체가 크게 부담을 느낄 것은 아니지만, 동네 병·의원이 진료를 할 수 있게끔 지원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이에 의협 관계자는 "상황은 이해가 되지만, 현장에서의 혼란을 줄이기 위해 대국민 담화 등을 통해 한 의원 이용 당부를 대대적으로 홍보해야 한다고 본다"면서 "또 시스템 내에서 발생할 수 있는 오류에 대해 의원에게 페널티 적용을 피해달라는 의견을 (방역당국에) 전달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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