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재형 "윤석열은 솔직담백한 사람...제왕적 대통령제 청산할 것"

국민의힘 선대본부 상임고문 최재형 전 감사원장
"정권교체 여론 압도적...국민 열망에 따라 결정"
"종로 보궐선거 출마, 당이 요청하면 생각해볼 것"

윤석열(왼쪽) 국민의힘 대선후보와 최재형 전 감사원장이 지난달 20일 오후 서울 남산 하얏트호텔에서 비공개 회동을 마친 후 취재진의 질문에 답변하고 있다. 뉴스1

국민의힘 선대본부 상임고문으로 합류한 최재형 전 감사원장이 9일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후보의 승리를 전망하며 "정권교체를 해야 한다는 여론이 압도적이다. 국민적 열망에 따라 결정될 것"이라고 말했다. 또 서울 종로 보궐선거 출마와 관련해 "정치를 하기 위해서 나온 건 아니지만, 정권교체를 위해 당이 요청한다면 따라야 하지 않을까"라며 고민해 보겠다는 입장을 보였다.

최 전 원장은 이날 KBS라디오 '최경영의 최강시사'에서 현재 대선 판세를 두고 "지난번 4자 (TV)토론 후 여론조사 결과도 대부분 윤 후보가 우세하다는 쪽으로 나오고 상승세를 타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그는 1차 TV토론에서 윤 후보의 활약에 대해선 "윤 후보가 토론에서 밀릴 거라는 우려가 많았다"면서도 "그러나 오히려 윤 후보가 가장 잘했다는 평가를 받았고, 소위 '토론 리스크'는 이제 사라지지 않았나 보고 있다"고 했다.

최 전 원장은 '윤 후보를 어떻게 평가하느냐'라는 질문에 "솔직담백한 사람인 것 같다"고 평했다. 이어 "저와 마찬가지로 정치 초년병이라는 한계가 있다는 말이 있는데, 토론 과정이나 경선 과정을 보면 국정 전반에 대해 학습 속도가 매우 빠르다는 느낌을 받았다"면서 "정치 경험이 많지 않다는 것도 오히려 새로운 정치를 할 수 있는, 장점이 될 수 있다고 봤다"고 덧붙였다.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후보가 지난달 27일 오전 서울 여의도 당사에서 정치분야 공약을 발표하며 "제왕적 대통령제를 청산하겠다"고 밝히고 있다. 국회사진기자단

또한 최 전 원장은 최근 윤 후보가 밝힌 '제왕적 대통령제의 잔재를 청산하겠다'는 의미에 대해 "대통령도 헌법과 법률에 정해진 권한만 행사해야 되고, 또 집권하면 총리와 각 부 장관의 자율성과 책임성을 크게 확대하겠다는 것이 윤 후보의 주요 공약 중 하나"라며 "청와대가 법에 근거 없는 과도한 인사 개입, 이제는 그만두겠다고 한다면 제왕적 대통령제라는 말은 더 이상 나오지 않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검찰공화국이 되는 건 아닌가 하는 우려가 있다'는 질문에는 "검찰 권력 제도의 문제였다고 본다"며 "제왕적 대통령제를 없애겠다는 것은 종전에 많은 대통령들이 그렇게 말씀하시고는 결국 실천하지 못한 부분이지만 윤 후보에게는 기대를 거셔도 좋겠다고 본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제왕적 대통령의 가장 큰 폐해는 인사권 문제"라며 "대통령이 법적으로 행사할 수 있는 권한을 넘어서 공공기관, 금융기관, 심지어는 일부 사기업에까지 청와대가 인사에 영향을 미치는 것들이 가장 큰 폐해라고 본다. 그 부분에 대해서 절제할 수 있는 후보이고 약속을 지킬 것으로 믿는다"고 강조했다.

앞서 윤 후보는 지난달 27일 서울 여의도 당사에서 정치분야 공약 발표 기자회견을 열어 "국민과 소통하는 일하는 대통령이 되기 위해서는 제왕적 대통령의 잔재를 철저히 청산해야 한다"며 새로운 대통령실은 광화문 정부서울청사에 구축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기존의 청와대 부지는 국민들께 돌려 드릴 것"이라며 "청와대를 개방하겠다"고 했다.

"종로 출마? 정권교체를 위해 당이 원한다면..."

지난해 9월 20일 최재형 당시 국민의힘 대선 경선 예비후보가 서울 경의선숲길 공원 인근에서 열린 자영업자 간담회 후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최재형 후보 캠프 제공

최 전 원장은 대선과 함께 치러지는 서울 종로 보궐선거 출마와 관련 "제가 정권교체를 하기 위해 나온 사람이지, 단순히 국회의원을 한다든지 정치를 하기 위해서만 나온 사람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그는 '만약에 공식적으로 당의 요청이 있다면 출마하겠느냐'라는 질문엔 "정권교체를 위해 당신이 나가야 한다, 꼭 필요하다, 이렇게 당이 요청한다면 당원으로서 당의 요청에 따라야 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갖고 있다"며 "그런 요청이 있을 때 또 한번 고민해봐야겠다"고 답했다.

앞서 홍준표 의원은 지난달 윤 후보와의 비공개 회동에서 종로 보궐선거에 최 전 원장을 공천할 것을 제안한 것으로 알려졌다. 국민의힘 재보궐선거 공천위원회는 우선추천(전략공천) 방침을 정한 가운데 원희룡 선대본부 정책본부장, 유승민 전 의원, 나경원 전 의원, 최 전 원장 등이 종로 보궐선거 후보군으로 거론되는 것으로 전해졌다.

또 최 전 원장은 자신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의 배우자 김혜경씨의 법인카드 유용 의혹을 두고 '업무상 횡령의 죄책까지 물을 수 있다'고 밝힌 것에 대해 "법인카드를 개인적으로 사용한 것은 형법상 횡령에 해당한다"며 "해당 공무원의 범죄이고, 후보자 부인(김혜경씨)도 그런 걸 알고 공모했으면 법률상으로는 공범으로, 소위 죄책도 질 수 있다"고 말했다.

강은영 기자 kiss@hankook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