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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겉은 공익, 속은 일감 몰아주기'... 지자체 고문 변호사의 이중성

입력
2022.02.10 04:30
5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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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 제동장치 없는 법률자문 시장
큰 지자체선 변호사 수십명 계약
자문료 20만~30만 원 저가 불구
수입은 0원~수천만 원 천차만별
불투명한 위촉 과정 등 지적에도
법조계 "처우 개선" 목소리 높여

게티이미지뱅크

게티이미지뱅크


정부, 지방자치단체, 공공기관의 변호사 보수 제도는 변호사가 보수와 상관없이 최선을 다할 것이라는 전제하에 설계될 것이 아니라 변호사가 보수에 민감하게 반응한다는 전제하에 설계돼야 할 것입니다.

나승철 공공기관 및 지방자치단체의 고문변호사 제도 개선을 위한 TF 위원장

20만~30만 원. 대다수 지자체가 조례를 통해 책정한 법률자문료다. 법조계에선 자문료가 20년 넘게 그대로라며 지자체에 인상을 요구하고 있다. 하지만 불투명한 위촉 과정과 증빙자료 부재 등 구조적 문제는 외면한 채 손쉽게 돈만 챙기려 한다는 비판도 만만치 않다.

선임되면 일감 쏟아지는 지자체 고문 변호사

서울지방변호사회(서울변회)는 2020년 6월 '공공기관 및 지자체 고문변호사 제도 개선을 위한 TF 연구보고서'를 통해 수십 년간 20만~30만 원으로 동결된 '저가 자문료'를 문제 삼았다. 보고서에는 '지나치게 낮은 자문료가 서비스의 질적 저하로 이어질 가능성이 상당하다'는 입장이 담겼다. 서울시의회는 서울변회 보고서 내용을 참고해 올해부터 법률자문료를 건당 30만 원으로 상향 조정한 조례 개정안을 통과시켰다.

하지만 처우 개선 요구에 앞서 불투명한 선임 과정과 부적절한 활동에 대한 문제 개선이 우선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지자체장 및 지방의원과 변호사 간 유착이 의심되는 정황이 적지 않게 드러나고 있기 때문이다.

최근엔 고문 변호사 제도 개선 TF 위원장을 맡으며 처우 개선을 요구했던 나승철 변호사가 논란의 중심에 서기도 했다. 박수영 국민의힘 의원이 경기도청 등으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의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 관련 변호를 맡았던 나 변호사는 2019년 1월부터 2021년 12월까지 경기도와 경기주택도시공사(GH), 경기아트센터 등에서 고문 변호사로 활동하며 자문료 2,198만 원을 받았다. 건당 자문료가 20만~30만 원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나 변호사가 얼마나 많은 법률 자문을 독식했는지 짐작할 수 있다.

지자체 관계자는 "규모가 큰 지자체에선 수십 명의 변호사와 고문 계약을 맺게 되는데, 이 중에는 자문료로 한 푼도 못 받는 사람도 있지만 수천만 원을 챙겨 가는 사람도 있다"며 "누구에게 자문을 맡길 것인지는 전적으로 지자체장 선택에 달려 있기 때문에 선임 과정은 대부분 비공개"라고 밝혔다.

고문 계약과 별개로 지자체 소송을 맡을 경우 수임료는 따로 지급된다. 나 변호사 역시 경기도와 경기경제과학진흥원 등에서 소송 수임료로만 2억819만 원을 받은 것으로 집계됐다. 그는 3년간 지자체 고문 변호사로서 자문료와 수임료로 총 2억3,017만 원을 벌어들인 셈이다.

나 변호사뿐 아니라 이 후보 변호인단으로 활동했던 이승엽, 강찬우, 이태형 변호사도 자문료와 수임료 명목으로 각각 9,504만 원, 1,561만 원, 754만 원가량을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선임 과정 불투명에 사적 유용 논란도

지자체 고문 변호사에 대한 '사적 유용' 논란이 일고 있지만, 고문 변호사 위촉 과정과 증빙자료 공개 등 투명성을 담보하기 위한 조치는 미흡하다. 그나마 중앙행정기관은 고문 변호사 위촉 현황과 소송사건 수행 현황을 홈페이지를 통해 공개하고 있지만, 지자체는 조례에 의거해 대부분 공개되지 않고 있다.

일각에선 조례보다 상위법인 지방계약법에 따라 지자체장이 기준 없이 고문 변호사를 위촉하는 것 자체가 위법이라고 지적하지만 묵살되기 일쑤다. 지방계약법 제9조 1항에 따르면, 지자체장 또는 계약 담당자는 계약을 체결하려는 경우 이를 공고해 일반 입찰에 부쳐야 한다. 하지만 대부분의 지자체는 일반 입찰이 아닌 수의계약 형태로 고문 변호사를 선임하고 있다.

국민권익위원회(권익위) 역시 이런 문제점을 인식하고 일찌감치 권고안을 냈다. 권익위는 2013년 1월 ‘공공기관의 소송수행 변호사 선정ㆍ운영 투명성 제고 방안’ 권고안을 의결해 △공공기관 법률고문 위촉과정 불공정성 심각 △공공기관 소송사건 대리 편중 심각 △소송사건 대리인 선임과정에서 이해충돌 빈발 △소송업무 운영현황 공개 미흡 등을 꼽으며 제도 개선 방안을 제시했다. 하지만 일부 공공기관을 제외하면 바뀐 것이 거의 없는 실정이다.

박종흔 대한변협 변호사연수원장은 "지자체장의 지시에 따라 계약하는 시스템이 아닌 현장 공무원과 외부위원 등으로 구성된 '선정위원회' 평가로 고문 변호사의 선임과 계약 연장이 이뤄지도록 조례 개정이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김영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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