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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소포화도 측정기는 어디서 사죠?"... 오미크론 각자도생, 본격화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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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소포화도 측정기는 어디서 사죠?"... 오미크론 각자도생, 본격화됐다

입력
2022.02.08 17:50
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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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 "오미크론엔 굳이 필요없다"지만
'산소포화도측정기' 포털 검색량 폭증
1만원 하던 게 3만~4만원 가격 폭등
자가검사키트 전 국민 무료제공 등 검토

30대 직장인 A씨는 최근 산소포화도 측정기를 인터넷으로 구매했다. A씨 제공

30대 직장인 A씨는 최근 산소포화도 측정기를 인터넷으로 구매했다. A씨 제공

"재택치료키트도 안 준다잖아요. 산소포화도 측정기나 상비약을 사 두길 다행이라고 생각했죠."

8일 30대 직장인 A씨는 가슴을 쓸어내렸다. 지난주 3만 원짜리 산소포화도 측정기를 미리 사 둬서다. 오미크론 변이 확산으로 재택치료자가 크게 늘자 재택치료키트 배송이 며칠씩 걸리는 등 관리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는다는 소식을 접하곤 미리 구한 것이다. A씨는 정부가 일반관리군에 대해서는 모니터링 없이 이상을 느끼면 스스로 치료를 받게끔 재택치료 방침을 수정했다는 소식을 듣고 "미리 준비하길 잘했다"며 안도했다.

오미크론 대응을 위해 방역당국이 7일부터 일반관리군에게 1일 1회 모니터링과 재택치료키트 배송을 제공하지 않기로 하자, 불안해진 국민들은 재택치료키트를 셀프로 마련하는 등 각자도생에 나서고 있다. 특히 산소포화도 측정기의 경우 해열제나 체온계처럼 집에 하나쯤 갖고 있을 법한 물건이 아니어서, 급히 구하는 손길이 분주하다.

"산소포화도 측정기 구하라" 검색량 급증

전날 재택치료 체계 전환을 담은 정부 발표 직후부터 이날까지 인터넷 커뮤니티 등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는 산소포화도 측정기 구매 방법을 묻는 글이 쏟아졌다. 방역당국은 그간 산소포화도(헤모글로빈과 결합된 산소의 양)를 주기적으로 점검해 94% 미만일 경우 호흡곤란 상태로 보고 병원이송 등의 조치를 취해 왔다. 이제 재택치료키트를 받지 못하는 일반관리군은 확진 후에 산소포화도를 점검할 방법이 없다 보니 스스로 구매에 나선 것이다.

20대 김모씨는 "코로나에 걸렸을 때 호흡이 잘 이뤄지는지를 숫자로 확인하지 못하면 괜히 불안감만 커질 것 같아 구매했다"면서 "오미크론이 경증이라고 해도, 모니터링도 안 해주는데 마냥 안심하고 있을 수만은 없지 않느냐"고 반문했다. A씨도 "방역수칙이 워낙 빠르게 바뀌고, 보건 쪽에 전문 지식이 없다 보니 준비를 해놓는 게 좋아 보였다"고 했다.

산소포화도 측정기가 7일 네이버 쇼핑 내 생활 건강 분야 인기검색어에 올랐다. 네이버 데이터랩 캡처

산소포화도 측정기가 7일 네이버 쇼핑 내 생활 건강 분야 인기검색어에 올랐다. 네이버 데이터랩 캡처

관심은 수치로도 두드러진다. 다음카카오에 따르면, 지난 7일 산소포화도 측정기 검색량은 전날보다 약 2.3배가량, 자체 쇼핑플랫폼 내 노출 수는 4배 정도 증가했다. 네이버에서도 검색량은 2.6배가량 늘었으며, 검색이 늘다 보니 이달 들어 처음으로 쇼핑플랫폼 '생활·건강' 분야 인기 검색어에 '산소포화도 측정기'가 등장했다. 인터넷 쇼핑몰도 상황은 비슷하다. 11번가 관계자는 "지난 7일 거래량이 평소 대비 5배 정도 늘어난 것으로 집계됐다"면서 "하루 10~100건 수준이던 검색량도 50배 이상 증가했다"고 밝혔다.

인기 상승에 벌써부터 가격이 오르거나 품절되는 경우도 있다. B씨는 "1만5,000원 정도에 팔리던 제품을 3만~4만 원에 파는 업체들도 나타나고 있다"면서 "이제 하다하다 이런 가격까지 올리는 상황"이라고 비판했다.

구매에 나선 이들은 어떤 제품을 살지를 두고도 고민이 짙다. 식약처에 따르면, 국내 허가를 통해 온·오프라인 의료기기 판매점에서 팔리는 산소포화도 측정기는 전문가용을 포함해 65종인 데다 가격도 1만 원부터 수십만 원까지 천차만별이기 때문이다. 낯선 기기를 활용해야 하는 탓에 "사용 전 손가락의 물기를 제거한 뒤 검지나 중지 한 마디를 측정기에 넣고 5초 뒤에 값을 확인하면 된다"는 식으로 사용 후기를 공유하는 경우도 많다.

방역당국 "구매 필요성 떨어져"

8일 오전 서울 광화문역에서 마스크를 착용한 시민들이 출근길 발걸음을 재촉하고 있다. 뉴스1

8일 오전 서울 광화문역에서 마스크를 착용한 시민들이 출근길 발걸음을 재촉하고 있다. 뉴스1

방역당국은 일반인이 산소포화도 측정기를 구매해야 할 필요성이 떨어진다는 입장이다. 박향 보건복지부 중앙사고수습본부 방역총괄반장은 이날 "델타는 하기도 감염이나 폐렴으로 이어지는 사례가 있어서 산소포화도를 바로미터로 활용하기 위해 측정했지만, 오미크론은 상기도 감염으로 상대적으로 증상이 가볍다"면서 "일반관리군의 경우 증상이 나타났을 때 비대면 진료를 받고, 상담센터에서 상담을 받을 수 있게끔 보완했다"고 설명했다. 즉 증세가 가벼운 만큼, 시시각각 산소포화도를 측정해 응급상황에 대비해야 할 필요가 없단 뜻이다.

커진 불안감에 '키트 무료제공' '먹는 치료제 조기처방' 등 검토

방역당국은 오미크론 대응 전환 이후 국민들의 불안감이 커짐에 따라 보완책 마련에 나서고 있다. 우선 자가검사키트를 전 국민에게 무료로 공급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이는 예산 문제가 걸려 있어 아직은 신중한 입장이다.

또 신속항원검사 결과만으로 먹는 치료제를 처방하는 방안도 검토 중이다. 정은경 질병관리청장은 이날 국회에 출석해 "신속항원검사 양성률이 높아지면 위양성률도 같이 떨어지기 때문에, 적절한 시점에서는 이 검사만으로 투약할 수 있도록 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고 했다.

한편 정부는 다음 주 월요일인 14일쯤 면역저하자 등에 대한 4차 접종 계획을 밝힐 예정이다. 앞서 정은경 청장은 면역저하자, 요양병원·시설 입소자의 경우 지난해 10~11월에 3차 접종을 맞아 오는 3월이면 면역력이 떨어진다는 점을 감안해 이달 말 들어 4차접종이 필요하다고 밝힌 바 있다.


오지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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