루지, 스켈레톤, 봅슬레이. 이른바 ‘썰매 3총사’는 인간의 한계를 뛰어넘는 엄청난 스피드를 즐길 수 있는 종목이다. 닮은 듯 다른 이 3종목은 평소 동계 스포츠에 큰 관심이 있는 팬이 아니라면 구분이 쉽지 않을 수 있지만 타는 방법을 떠올리면 간단하다.
프랑스어 ‘뤼지(썰매)’에서 유래된 루지는 하늘을 보고 똑바로 누워 탄다. 머리가 썰매 뒤에 놓인다. 스타트 라인에서 달려 탑승하는 나머지 두 종목과 달리 아예 다른 시작 지점에 앉아서 스파이크 장갑으로 밀면서 시작한다는 점 역시 루지만의 특징이다. 봅슬레이와 스켈레톤은 같은 경기연맹에 속하는 반면 루지는 연맹도 따로 두고 있다.
루지의 속도감은 무시할 수 없다. 세 종목 다 시속 130~150㎞를 오가는 고속 주행경기인 탓에 위험이 뒤따른다. 처음엔 공기 저항이 가장 적은 루지가 가장 빠른 종목으로 여겨졌다. 하지만 요즘엔 썰매 본체 소재와 제작기술의 진화로 봅슬레이가 속도 서열 1위로 올라섰다.
루지는 스타트에서 변별력이 거의 없는 만큼 경험 많은 선수의 조종 기술이 메달을 가리는 거의 유일한 요소다. 남녀 싱글과 더블, 계주까지 금메달이 4개나 걸려 있지만 상대적으로 역사가 짧은 한국 선수들이 메달권에 진입하기는 어려운 썰매 종목으로 꼽히기도 한다.
2018 평창 동계올림픽에서 윤성빈의 금메달로 친숙해진 스켈레톤은 선수 1명이 머리를 정면으로 향한 뒤 엎드린 자세로 썰매를 타고 내려오는 종목이다. 북아메리카 원주민 썰매를 변형시킨 철제 썰매를 타는데 그 모양이 인간 뼈대와 비슷하다는 이유로 종목명이 정해졌다.
실제 속도는 루지와 봅슬레이에 비해 떨어지지만 체감 속도는 머리가 앞에 있는 스켈레톤이 가장 빠르다고 한다. 시속 200㎞쯤 된다는 연구 결과가 있다. 올림픽 종목에 두 번이나 들락거린 끝에 2002년 솔트레이크시티 대회에서야 겨우 정식 영구종목으로 정착한 것도 이 같은 위험성 때문이다. 활강 시 선수가 받는 중력은 최대 5G(중력가속도)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1924년 제1회 샤모니 동계올림픽 때부터 정식 종목으로 채택된 봅슬레이는 2명 혹은 4명이 타고 내려오는 경기인 만큼 원통형의 커다란 썰매가 필요하다. 썰매에 브레이크와 조종대가 설치됐다는 점이 다른 두 종목과 가장 큰 차이점이다.
인간의 힘이 유일한 엔진 역할을 하지만 조금이라도 더 빠르게 내려오기 위해서는 적절한 소재를 선택해 유선형으로 디자인하는 기술이 필수적이다. 이 때문에 현대자동차나 BMW 등 세계 유명 자동차 회사들이 홍보를 노리고 썰매 제작에 뛰어들기도 한다.
'썰매 3총사' 모두 1,000분의 1초를 다투는 속도전인 만큼 중량 제한이 엄격하다는 건 공통점이다. 무거울수록 가속도면에서 유리하기 때문이다. 스켈레톤과 봅슬레이는 선수 체중은 물론 썰매 무게를 합친 전체 무게까지 제한한다. 스켈레톤이 허용하는 최대 중량은 남자 115㎏, 여자 92㎏이다. 봅슬레이는 4인승이 630㎏, 남자 2인승 390㎏, 여자 2인승 350㎏이다. 다만 루지는 선수 체중 제한이 없고, 썰매 무게만 따진다. 1인승 23㎏, 2인승 27㎏ 이내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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