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독일의 클라우디아 페히슈타인이 5일 중국 베이징에서 열린 2020 베이징 동계올림픽 스피드스케이팅 여자 3,000m 경기에서 결승선을 통과한 후 손으로 하트 모양을 만들며 환하게 웃고 있다. 베이징=AFP연합뉴스
“기록은 별로 중요하지 않다. 지금 내가 여기에 있고 레이스를 마친 게 무척 자랑스럽다.”
지난 5일 베이징 동계올림픽 스피드스케이팅 여자 3,000m 경기에서 20명 중 꼴찌로 결승선을 통과한 독일의 클라우디아 페히슈타인은 우승한 것처럼 두 손을 번쩍 들며 환하게 웃었다. 올해 나이 50세의 그는 동계올림픽 5,000m에서만 금3, 은1, 동1 등 5개의 메달을 목에 건 ‘장거리 빙상 여제’였다.
불혹을 훌쩍 넘긴 나이의 베테랑 선수들이 현역 마지막 올림픽 무대가 될지도 모르는 올림픽에서 세월을 잊은 투혼을 발휘하고 있다.
가장 눈에 띄는 선수는 단연 페히슈타인. 베이징올림픽에 나서는 91개국 선수들 중 최고령인 페히슈타인은 지도자로 나서도 이상할 게 없는 나이지만 철저한 자기 관리로 무려 8번째 올림픽 무대를 밟게 됐다.
하지만 세월의 무게를 이기지 못한 그는 3,000m에서 4분17초16 기록으로 금메달리스트보다 20초 이상 뒤졌다. 그럼에도 페히슈타인은 “이전보다 빠르지는 않았지만 8번째 올림픽 출전이라는 목표를 이뤄 기쁘다”고 밝혔다. 페히슈타인은 3,000m 외에도 매스스타트에 출전한다.
한국 선수단 최고령이자 크로스컨트리의 전설 이채원(41)은 한국 선수 동·하계올림픽 사상 최다 출전 타이인 6번째 올림픽에 출전했다. 이채원은 5일 중국 허베이성 장자커우 국립 크로스컨트리센터에서 열린 스키 여자 크로스컨트리 15㎞ 스키애슬론에서 출전 선수 65명 중 61위로 레이스를 마쳤다. 이채원은 “날씨도 춥고 바람도 강했으며 눈도 딱딱해 너무 힘들었다”며 “딸과 남편을 생각하며 끝까지 완주했다”고 말했다. 이채원은 2014년 소치올림픽에서 33위를 기록해 한국 크로스컨트리 올림픽 최고 성적을 보유하고 있다.

이채원이 5일 중국 허베이성 장자커우 국립 크로스컨트리 스키 센터에서 열린 2022 베이징 동계올림픽 크로스컨트리 스키 여자 7.5km+7.5km 스키애슬론 경기에서 결승선을 통과한 뒤 숨을 고르고 있다. 장자커우=연합뉴스
2002년 솔트레이크시티 대회에서 올림픽 데뷔전을 치른 이채원은 평창 대회 후 국가대표에서 은퇴했다가 베이징 대회를 앞두고 다시 태극마크를 달았다. 그는 국가대표 선발전에서 당당히 1위를 차지했다. 신장 154㎝의 단신임에도 스피드와 체력, 근성에서 유럽 선수들에 밀리지 않는다는 평가다.
캐나다의 쇼트트랙 스타 샤를 아믈랭(39) 역시 베이징올림픽을 빛낼 노장 중 한 명이다. 아믈랭은 2006년 토리노 대회부터 2018년 평창 대회까지 4개 대회 연속 출전해 대회마다 최소 한 개 이상의 메달을 목에 걸었다. 2010년 밴쿠버 대회에선 2관왕(500m·5,000m 계주)을 차지했고, 2014년 소치 대회에선 1,500m 금메달을 따냈다. 평창에서도 5,000m 계주에서 동메달을 추가했다. 아믈랭은 올림픽 남자 쇼트트랙 최고령 메달리스트 기록을 보유하고 있다. 이번에 자신의 5번째 올림픽에서도 메달을 향한 자신감을 나타내고 있어 그의 질주에 관심이 쏠린다.
이 밖에도 네덜란드를 대표하는 스피드스케이팅 선수 스벤 크라머(36)와 같은 나라의 이레인 뷔스트(36), 은퇴를 선언한 미국 스노보드의 전설 숀 화이트(35), 이탈리아 쇼트트랙의 아이콘 아리아나 폰타나(31) 등도 베이징에서 '전설의 질주'를 준비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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