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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뽕' 적발 61배 급증에도… 성범죄 입증은 5년간 달랑 1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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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물뽕' 적발 61배 급증에도… 성범죄 입증은 5년간 달랑 1건

입력
2022.02.05 04:30
수정
2022.02.05 10:22
8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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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세청 단속 'GHB'(물뽕) 1년 새 61배 급증
성범죄 악용 대표적 약물 불구 처벌 약해
24시간 내 채취 안 하면 입증도 쉽지 않아
신현영 의원 "처벌 강화하고 법 개정해야"


자료사진. 연합뉴스

자료사진. 연합뉴스

소주 한 병이 주량인 A씨는 지난해 2월 데이팅 앱을 통해 만난 약사 B씨(35세)와 소주 반 잔을 마신 뒤 '블랙아웃'이 됐다. 다음 날 정신을 차린 A씨는 성폭력을 당했다는 사실을 알고 경찰서를 찾았다. 마약 등 약물 범죄 가능성을 의심했지만 검사 결과는 깨끗했다. 하지만 B씨 소지품에서 '물뽕'이라 불리는 감마하이드록시낙산(GHB)의 원료인 감마부티롤락톤(GBL)이 발견되면서, B씨는 GBL을 이용해 여성 2명을 성폭행한 혐의(강간상해)로 구속됐다.

데이트 강간 등 성범죄에 악용되는 '물뽕' 밀반입이 급증하면서, 성범죄 피해자가 약물 검사를 요청하는 건수도 늘어나고 있다. 하지만 물뽕은 체내에서 쉽게 배출되는 탓에 성범죄를 당했더라도 피해 입증이 쉽지 않아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는 지적이다.

시각물_관세청 주요 신종마약 단속 현황

시각물_관세청 주요 신종마약 단속 현황


4일 한국일보가 신현영 더불어민주당 의원을 통해 확보한 자료에 따르면, 관세청은 지난해 밀반입하려던 GHB 2만8,800g을 적발했다. 관세청이 본격 단속에 나선 이후 가장 많은 양으로, 2020년(469g)에 비해 61배 급증한 수치다. GHB를 포함한 신종마약 전체 밀반입 용량도 7배 늘어났다.

신종마약 유통 증가 흐름과 맞물려 약물을 이용한 성범죄 피해 신고 건수도 눈에 띄게 늘어났다. 성범죄 피해자가 국립과학수사연구소에 약물 검사를 의뢰한 건수는 지난해 2,538건으로 2020년(1,622건)에 비해 56.5%(916건) 증가했다. △2017년 1,274건 △2018년 1,382건 △2019년 1,979건으로 증가하다가 코로나19 여파로 2020년 감소했지만 다시 급증한 모양새다.

시각물_성범죄에 활용된 마약별 검출 건수

시각물_성범죄에 활용된 마약별 검출 건수


이처럼 약물을 이용한 성범죄가 독버섯처럼 퍼지고 있지만, 대표적 약물인 물뽕(GHB)을 증거로 찾아내기는 쉽지 않다. 김선춘 국립과학수사연구소 독성학과 과장은 "GHB는 인체에 존재하는 '내인성 물질'인데다 금방 배출되기 때문에 통상 12시간, 최대 24시간 이내에 시료가 채취되지 않으면 범죄 입증이 어렵다"고 말했다.

실제로 성범죄 피해자가 최근 5년간 국과수에 의뢰했던 8,795건의 약물 검사 가운데 GHB가 검출된 적은 단 한 건에 불과했다. 김 과장은 "피해자가 경찰을 찾기까지 평균 사흘 정도 걸리기 때문에 GHB 검출은 사실상 불가능하다"며 "지난해 확인된 한 건도 피해자가 '기분이 이상하다'며 약물을 마신 뒤 곧바로 경찰을 찾아온 아주 이례적인 경우였다"고 설명했다.

약물 검사에서 GHB가 검출되지 않으면, 경찰은 '정황'에 의존해 수사해야 하기 때문에 혐의 입증이 쉽지 않다. 가해자를 잡더라도 GHB 남용 범죄는 최대 형량이 징역 5년에 그쳐 다른 마약류에 비해 처벌이 약한 편이다.

식품의약품안전처가 지난달 GHB 원료인 GBL을 임시 마약류로 지정했지만, 3년 범위 안에서만 인정된다. 임시마약류 지정제도는 마약류가 아닌 물질 중 마약류 대용으로 남용되는 물질에 대해 3년간 소지·매매 등을 금지하는 제도다. 그러나 GBL이 전자제품 제조 때 용제 및 공업용수지 원료 등으로 다양하게 사용되고 있어 단속에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

신현영 의원은 "국민 안전을 위해 마약 성범죄를 기존 준강간에서 특수강간으로 변경하도록 성폭력 처벌법을 강화해야 한다"며 "GHB가 다른 범죄에 악용될 가능성이 큰 만큼 처벌 수위를 높이는 방향으로 마약물 관리법을 개정할 필요도 있다"고 밝혔다.


원다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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