쇼트트랙 대표팀의 이유빈이 5일 충북 진천선수촌 빙상장에서 훈련하고 있다. 연합뉴스
평창 동계올림픽 때는 막내였다. 영광을 함께 일궜고 중요한 역할을 했지만 가장 빛나는 자리는 아니었다. 4년이 흘렀다. 팀의 중심이 된 쇼트트랙 이유빈(21·연세대)과 스피드스케이팅 정재원(21·의정부시청)은 이제 베이징의 주인공을 꿈꾼다.
이유빈은 고등학생이던 2018년 쇼트트랙 여자대표팀 막내로 평창 동계올림픽에 참가했다. 여자 3,000m 계주 예선 레이스 초반에 넘어지는 불운을 겪었다. 하지만 이유빈은 아찔한 상황 속에서도 침착함을 잃지 않다. 사력을 다해 터치에 성공했고, 뒤이은 레이스에서도 역전을 해냈다. 결국 팀은 1위로 결승선을 통과했다. 결선에서 금메달은 한국에 돌아갔다. 다만 예선에서 넘어졌던 이유빈은 마지막 레이스를 벤치에서 지켜봐야 했다.
평창 이후 이유빈은 놀랄 만큼 성장했다. 특히 중장거리 종목인 1,500m는 세계 정상급이다. 위기 상황으로 평가되던 2021~22시즌 국제빙상경기연맹(ISU) 쇼트트랙 월드컵에선 1,500m 종합 랭킹 1위를 차지하며 한국 쇼트트랙의 자존심을 지켰다. 1, 4차 대회에 금메달을 땄고, 3차 대회에서 은메달을 획득했다. 심석희의 부재가 느껴지지 않을 정도였다.
이유빈은 "평창 대회 때는 미숙한 모습을 많이 보여드렸다. 이제는 완벽한 선수로 치열한 레이스를 펼쳐 국민들이 즐거움을 느낄 수 있도록 경기를 하겠다"고 각오했다.
정재원이 14일 서울 노원구 태릉국제스케이트장에서 열린 전국남녀 종합스피드스케이팅 선수권대회 남자 1만m 올라운드에서 결승선을 통과한 뒤 숨을 고르고 있다. 연합뉴스
이유빈이 여자 쇼트트랙의 기대주라면 스피드스케이팅에선 정재원이 메달을 노리고 있다. 평창 동계올림픽 당시 남자 스피드스케이팅 대표팀의 막내였던 정재원은 매스스타트 경기 '페이스메이커' 역할을 하며 이승훈(35‧IHQ)의 금메달 획득을 도왔다. 빅토르 할트 토르프(덴마크)와 리비오 벵거(스위스)가 레이스 초반 속도를 높여 치고 나가자 2위 그룹 선두에 나서 바람막이 역할을 한 것이다. 레이스 전체 흐름을 이끌며 경쟁자들이 체력을 소진하도록 하는 역할도 했다. 그 사이 체력을 비축한 이승훈은 막판 스퍼트를 선보이며 금메달을 따냈다. 이승훈의 금메달을 위해 어린 선수가 희생됐다는 논란이 일기도 했지만 정재원은 "경험을 쌓아 성장할 수 있었다"며 자신의 길을 걸었다.
이제 매스스타트의 메달 기대주는 정재원으로 바뀌었다. 그는 올림픽을 앞두고 기량 점검을 위해 출전한 전국 남녀 종합스피드스케이팅 선수권대회에서 500m, 1,500m, 5,000m, 1만m 모두 1위를 차지하며 종합 우승을 차지했다. 정재원은 "평창 때는 첫 출전이다 보니 많이 긴장하고 떨면서 했던 기억이 난다. 항상 준비했던 것을 못 보여드렸다는 아쉬움이 있었다"며 "4년 동안 많은 경험을 쌓았고 성장했다. 긴장하지 않고 준비한 모든 것을 후회 없이 보여주겠다"고 각오를 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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