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힘이 더불어민주당의 쇄신 바람 김빼기에 한창이다. 윤석열 대선후보는 "쇄신 진정성을 액면 그대로 받아들이기 어려운 부분이 있다"고 웃어 넘겼고, 이준석 대표도 "민주당 상황을 더 지켜봐야 한다"며 거리를 뒀다. 민주당이 꺼낸 승부수에 동요하지 않겠다는 뜻이다.
그러나 국민의힘 속마음은 복잡하다. 왜일까.
윤석열, "혁신 경쟁 안 한다" 선 긋지만…
이재명 민주당 대선후보는 26일 '정치 혁신안'을 쏟아냈다. 전날 송영길 민주당 대표가 당내 세대교체론을 띄운데 이어 이 후보는 3040세대 장관 기용, 총리 국회추천제 도입 등으로 이념·진영을 벗어난 국민 통합 내각을 만들겠다고 발표했다.
국민의힘은 무시하는 태도를 취했다. 이양수 수석대변인은 "정치 교체의 핵심은 정권 교체"라며 "선거가 임박하니 내놓은 국면전환용 꼼수이기 때문에 우리는 '거짓말 혁신 경쟁'에 동참하지 않을 것"이라고 잘랐다.
민주당이 어젠다를 주도하는 데 대한 당황스러움도 읽힌다. 정치·행정 경험이 없어 '새 정치' 이미지를 선점했던 윤 후보로선 허를 찔린 셈이다. 윤 후보는 언론 인터뷰 등을 통해 청와대 조직 축소와 청와대 민정수석 폐지 등을 조각조각 공약했을뿐, 정치 개혁 비전을 내놓지 않았다.
영남지역 국민의힘 의원은 "중도층이 민주당의 쇄신 카드에 반응을 보이면 마냥 무시할 수 없지 않겠느냐"며 "윤 후보가 더 새로운 정치를 이끌 수 있다는 믿음을 보여줄 신선한 아이디어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무공천 카드'에 복잡해진 재·보궐 공천 셈법
3월 9일 대선과 함께 치러지는 5곳의 국회의원 재·보궐선거 공천 셈법도 한층 복잡해졌다. 윤 후보가 승기를 굳히면 국민의힘이 재·보선을 독식할 가능성도 함께 커진다.
민주당이 자신들의 책임으로 선거를 치르게 된 서울 종로와 경기 안성, 충북 청주 상당 3곳은 공천을 하지 않기로 하면서 변수가 생겼다. 국민의힘 역시 무공천 압박을 받게 된 것. 서울 서초갑(윤희숙 전 의원)과 대구 중남(곽상도 전 의원)은 국민의힘 의원이 떠나며 선거를 하게 된 곳이다.
국민의힘은 '민주당식 무공천'과 일단 거리를 뒀다. 선대본부 관계자는 "훌륭한 사람을 공천하는 게 공당의 책임"이라며 "젊고 신선한 인물을 공천하는 게 책임 있는 자세"라고 말했다. 전략공천을 할 인물을 찾겠다는 뜻이다. 그러나 이미 재·보선 출마를 선언하고 당내 경선을 준비하는 인사들이 즐비한 상황에서 전략공천은 분란을 유발할 수 있다.
국민의힘 재선 의원은 "우리가 대장동 공세를 하고 있으니, 대장동 사건에 연루돼 사퇴한 곽상도 전 의원 지역은 비우고 가는 게 순리"라면서도 "당내 반발이 만만치 않을 것"이라고 우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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