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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물권 존중 않는 연출자와 일하지 않겠다' 선언하는 배우 나와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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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물권 존중 않는 연출자와 일하지 않겠다' 선언하는 배우 나와야"

입력
2022.01.26 1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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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물권행동 '카라' 전 대표 임순례 영화감독
"앵글만 잘 조절해도 생명 희생 안 돼"
"'동물=소품'으로 보는 마인드 바뀌어야"

KBS 드라마 '태종 이방원' 촬영 당시 말의 다리에 와이어를 묶어 강제로 넘어뜨렸다는 사실이 드러났다. KBS가 말이 촬영 일주일 뒤 폐사했다는 사실을 인정하면서 동물 촬영 가이드라인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제기된다. KBS 방송 캡처

KBS 드라마 '태종 이방원' 촬영 당시 말의 다리에 와이어를 묶어 강제로 넘어뜨렸다는 사실이 드러났다. KBS가 말이 촬영 일주일 뒤 폐사했다는 사실을 인정하면서 동물 촬영 가이드라인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제기된다. KBS 방송 캡처

동물권행동 '카라'의 대표를 맡았던 임순례 영화감독"동물을 소품 또는 소모품으로 보는 제작진의 마인드가 바뀌어야 한다""이번 기회에 많은 배우들도 '이런 연출자와 일하지 않겠다'고 선언해 동물권에 대한 의식이 향상되는 게 중요하다"고 주장했다.

임 감독은 26일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와의 인터뷰에서 KBS 드라마 '태종 이방원' 제작진의 동물학대 사건을 언급하며, 제작진의 동물권 인식이 개선돼야 한다고 말했다.

21일 동물자유연대는 제작진이 말의 발목에 와이어를 묶고 이를 당겨 낙마 장면을 촬영했다며 해당 영상을 공개했다. 낙마 장면은 지난해 11월 2일 7화로 방영됐다. 논란이 되자 KBS 측은 까미(해당 말)가 촬영 1주일 후 사망했으며, 사고가 재발하지 않도록 다른 방식의 촬영과 표현 방법을 찾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동물보호법 위반"이라는 주장과 함께 촬영 현장에 출연하는 동물의 안전이나 복지에 대한 고려가 전혀 없다는 비판이 나왔다.


"앵글만 잘 조절해도 한 생명의 희생 담보받을 필요 없었을 것"

임순례 영화감독. 배우한 기자

임순례 영화감독. 배우한 기자

임 감독은 이번 사건의 원인을 두고 "컴퓨터그래픽(CG)이나 모형을 이용해 촬영할 수 있는데 드라마는 제작비와 일정이 문제였을 것 같다"고 말했다. 그중 "돈도 돈이지만 시간이 많이 소요됐을 것"이라며 "촬영과 방영의 간격이 (영화보다) 훨씬 가까우니 아주 손쉬운 방법을 택했던 것 같다"고 말했다.

또 까미의 경우 "퇴역 경주마로 퇴출이 됐으니 촬영 중 상해를 입거나 죽어도 사람 입장에선 손해볼 일이 없었을 것"이라고 꼬집었다. 그는 "특히 말은 전투·전쟁·사극 영화에서 소품으로 활용되다 버려지는 경우가 많다"고 했다.

임 감독은 자신이 해당 드라마의 감독이었다면 "정확한 콘티, 충분한 사전 협의, 시뮬레이션을 통해 동물과 동물을 다루는 분, 촬영팀이 다치지 않게 찍었을 것"이라고 했다. 그는 "사정상 그것도 안 된다면 앵글이나 CG로 촬영했을 것"이라며 "카메라 앵글만 잘 조절해도 한 생명의 희생을 담보받을 필요는 없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가장 중요한 건 제작진 마인드 바뀌는 것"

영화 '소와 함께 여행하는 법'(2010)의 한 장면. 소를 끌고 무작정 집을 뛰쳐나온 선호는 여행을 하다 서울 도심까지 오게 된다. 영화 스틸 것

영화 '소와 함께 여행하는 법'(2010)의 한 장면. 소를 끌고 무작정 집을 뛰쳐나온 선호는 여행을 하다 서울 도심까지 오게 된다. 영화 스틸 것

임 감독은 영화 '소와 함께 여행하는 법'(2010) 등에서 동물과 함께 촬영한 경험이 있다. 그는 당시 출연했던 소가 우리나라에서 다섯 손가락 안에 꼽히는 방송 출연을 위해 훈련된 소라고 했다. 그럼에도 "훈련으로 연기가 가능한 동물은 많지 않다""평소 습성이나 행동을 잘 관찰하고 있다가 필요한 장면들을 선택해 썼다"고 했다.

그가 대표였던 2020년 카라는 이미 130쪽 분량의 동물촬영 미디어 가이드라인을 발간했다. 임 감독은 "동물을 다룰 때 어떤 태도를 가져야 하는가, 촬영 단계마다 종별로 무엇을 준비해야 하는가, 촬영 현장에서 동물학대를 목격했을 때 어떻게 고발하고 대응해야 하는가로 구성돼 있다"고 소개했다.

임 감독은 가장 중요한 것은 제작진의 마인드가 바뀌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또 이번 기회에 가이드라인을 넘어 "'동물에게 위험한 촬영을 하지 않는다'는 규정을 법제화해 강력한 제재가 있어야 할 것 같다"고 주장했다.

이번 논란에 대해서는 "한국에서는 (동물학대에 대한) 처벌이 미약하기 때문에 많은 시민들의 시청 거부, 국민청원이 굉장한 중요한 결과라고 생각한다"고 의미를 뒀다.

윤주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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