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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과급 왜 빼앗나" "또 삼성후자냐" 공정이 부른 성과급 논란 반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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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과급 왜 빼앗나" "또 삼성후자냐" 공정이 부른 성과급 논란 반복

입력
2022.01.26 04:30
수정
2022.01.26 07:53
1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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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정 민감한 MZ세대, 회사에 기준 공개 요구
"성과 투명하게 소통하지 않을 경우 논란 반복"

7일 서울 서초구 삼성전자 서초 사옥의 모습. 뉴스1

7일 서울 서초구 삼성전자 서초 사옥의 모습. 뉴스1

"직원들이 잘못한 게 아니라 경영진이 잘못한 건데, 왜 우리 성과급을 빼앗나요?"

요즘 성과급 문제로 시끄러운 삼성웰스토리 사내 직원들이 쏟아낸 불만의 목소리다. 삼성전자 등 삼성그룹 내 주요 계열사의 단체 급식을 책임진 삼성웰스토리의 올해 매출은 사상 최대를 기록할 전망이지만 사측에선 영업적자로 인해 성과급을 지급할 순 없다는 입장이다. 지난해 6월, 삼성그룹에서 사내급식 일감을 몰아줬다며 공정거래위원회로부터 부과된 960억 원의 과징금 부과 때문이다. 과징금이 없었다면 삼성웰스토리는 지난해 800억 원대 흑자를 가져갔을 것으로 점쳐진다. 삼성웰스토리는 그동안 실적에 따라 연봉의 3~13% 수준의 연말 성과급(OPI)을 지급해왔다. 삼성웰스토리는 지난 2013년 삼성물산의 FC사업부문을 물적분할해 만든 급식 및 식자재공급 업체다. 노조 관계자는 "급여 자체도 서비스업이라 초봉 수준이 2,000만 원대에 그치는데 올해는 성과급까지 0%로 책정되면서 사내 불만이 크다"며 "매년 삼성물산이 배당금을 챙겨가면서 과징금은 임직원에게 줘야 할 이익금에서 가져가버리는 것은 공정하지 않다"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회사측 관계자는 "OPI는 초과이익에 대해 지급하는 것으로 과징금을 내면서 초과이익이 사라진 상황이다"며 "이를 해결하기 위해 계열사간 거래가 정상 거래라는 내용의 소송을 공정위에 제기한 상태다"고 말했다. 삼성웰스토리 노조에선 다음 달 경기 성남 소재 본사 앞에서 트럭 시위를 진행할 계획이다.

지난해 재계를 뜨겁게 달궜던 '성과급 논란'이 올해도 이어지고 있다. 공정성에 민감한 MZ세대(1980년대 초반~2000년대 초반 출생)들은 회사에 합당한 성과급 지급 기준 공개를 요구하면서 단체 행동까지 나설 태세다. 인력 이탈을 우려한 기업들은 성과급 지급 규모를 두고 치열한 '눈치싸움'까지 벌이고 있다.

시각물_성과급 논란에 대한 주요 IT전자 업계내 반응

시각물_성과급 논란에 대한 주요 IT전자 업계내 반응


삼성전자 반도체 "경쟁사보다 더 많이"... 나머지 임직원은 푸념만

25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성과급 논란은 전자 부문에서부터 정보기술(IT) 분야까지 다양한 부문에서 분출되고 있다.

삼성전자 반도체(DS) 사업부 내에서도 한 달 가까이 성과급이 뜨거운 감자다. 지난달 삼성전자는 기본급의 최대 200%를 특별 성과급으로 지급했는데, 이후 SK하이닉스가 특별 기본급의 300% 수준으로 특별 성과급 지급을 확정하면서부터다. 삼성전자 반도체 사업부 임직원들은 회사가 사상 최대 실적을 기록한 만큼 업계 최고 수준의 보상을 주장하고 있다. 보상 수준에 따라 SK하이닉스로의 이직도 불사한다는 분위기도 감지된다. 논란이 이어지자 경계현 삼성전자 DS 부문장 사장이 "특별 보너스 지급을 검토하겠다"며 진화에 나섰다.

삼성전자 DS 사업부 임직원들이 다음 달 연봉 50% 규모의 연말 성과급을 보장받는 데 이어 추가 보너스까지 받을 것으로 예상되면서 삼성 계열사뿐 아니라 삼성전자 내 타 사업부 임직원들의 허탈감도 커지고 있다. 삼성전자 생활가전사업부의 한 직원은 "개인 성과보다 입사 때 배치받은 걸로 매년 수천만 원 연봉 차이가 난다"며 "삼성전자 내에서도 성과급을 많이 주는 '삼성전자'와 그렇지 못한 '삼성후자'로 나뉜다"고 말했다.

인건비 부담되지만... 기업들 성과급 '눈치 보기'

성과급 논란에 홍역을 앓는 건 IT 업계도 마찬가지다. 지난해 게임업체인 넥슨에서 시작된 연봉·성과급 경쟁으로 업계 전체의 인건비 수준이 상승하면서 정작 기업들의 실적에도 여파가 미치고 있다.

현재 네이버와 카카오, 엔씨소프트 등 국내 주요 IT 기업들은 지난해 업무 성과 평가 중으로, 다음 달부터 평가 등급에 따른 인센티브가 지급될 전망이다. 특히 네이버를 비롯한 대형 회사들은 지난해 '역대급' 실적을 기록한 만큼 내부 구성원들은 지난해와 비슷하거나 그 이상의 성과급을 기대하는 눈치다. 하지만 지난해 4분기부터 인건비 증가와 미국발 긴축 우려로 인한 주가 하락 등의 영향으로 예상 실적이 증권가의 기대치를 밑돌면서 성과급 책정도 쉽지 않은 형편이다.

'평생 직장' 개념 사라진 MZ세대... "회사가 적극적으로 소통해야"

전문가들은 보상의 결과도 중요하지만 보상이 어떻게 결정되었는지, 즉 보상을 결정하는 절차를 투명하게 공개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평생 직장 개념이 사라진 MZ세대들은 과거의 수직적 조직문화를 두고 소위 '꼰대 문화'로 인식하고, 회사에 자기의 성과를 공정하게 평가해줄 것을 요구한다. 능력에 따라 새로운 직장을 찾는 것도 마다하지 않고 있다. 이에 매주 최고경영자(CEO)가 직접 직원과 소통에 나선 기업에서부터 기존 직급 체계를 폐지하고 능력 위주의 과감한 인사 제도를 채택하는 업체도 늘고 있다.

서용구 숙명여대 경영학과 교수는 "MZ세대는 공정성에 대한 욕구가 크고, 평균 근속 기간이 이전 세대보다 짧은 만큼 단기적 인센티브를 요구하는 경향이 크다"면서 "기업은 성과를 투명하게 공개하는 등 내부 커뮤니케이션에 힘을 쏟아야 한다"고 말했다.

안하늘 기자
이승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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