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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덱 플레이트 붕괴로 1차 강타… 23~38층 연쇄 붕괴 이어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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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덱 플레이트 붕괴로 1차 강타… 23~38층 연쇄 붕괴 이어져"

입력
2022.01.24 04: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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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 자문단 소속 이성민 박사 인터뷰
"타설 콘크리트 하중 못 견디고 1차 탈락
구조 설계 미비점으로 연쇄 붕괴 가능성"

붕괴 사고가 발생한 광주광역시 서구 화정동 현대아이파크 주상복합아파트 상층부에 20일 오후 콘크리트 덩어리 등 잔해가 쌓여 있다. 연합뉴스

붕괴 사고가 발생한 광주광역시 서구 화정동 현대아이파크 주상복합아파트 상층부에 20일 오후 콘크리트 덩어리 등 잔해가 쌓여 있다. 연합뉴스

광주광역시 서구 화정동 현대아이파크 붕괴 사고는 구조 설계상 미비점으로 인해 연쇄 붕괴 형태로 일어났을 거란 전문가 분석이 나왔다. 붕괴 진원인 201동 39층 바닥 피트층(설비와 배관이 지나가는 층)에 설치된 덱 플레이트가 1차 탈락하면서 아래층을 강타했고, 외부로부터 강한 충격을 고려하지 않은 구조 설계 탓에 38층부터 23층까지 연쇄적으로 무너졌을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이성민 한국건설품질관리연구원 박사는 23일 한국일보와의 전화 인터뷰에서 "타설 부위 양측에 통나무 다리처럼 덱 플레이트를 얹어놨다고 생각하면 된다"며 "타설된 콘크리트 무게로 덱 플레이트의 중심부는 처지고 양측에 걸친 부분은 오므라들었을 것이고, 이때 걸침 길이가 짧다면 한쪽이 탈락할 수 있다"고 말했다. 덱 플레이트는 건축물 바닥(슬래브)을 만들 때 콘크리트 타설 전 뼈대 역할을 하도록 시공하는 철근 일체형 강판자재(거푸집)다.

요컨대 타설 콘크리트 하중을 견디지 못한 덱 플레이트 한쪽이 먼저 탈락하고 다른 한쪽도 잇따라 탈락했을 수 있다는 설명이다. 덱 플레이트는 콘크리트를 타설할 때 사용하는 일체형 강판 거푸집이다. 재래식 거푸집과 달리 동바리(지지대)를 설치하지 않아도 돼 시공상 편의성이 있지만, 역으로 이 박사가 지적한 상황이라면 지지대가 없어 더 심하게 붕괴될 수 있다. 이 박사는 건축물 구조·시공 분야 최고 전문가로 사고수습통합대책본부 전문가 자문단에 소속돼 있으며, 지난 17일엔 201동 건물 39층까지 올라가 붕괴 부위를 직접 확인했다.

광주광역시 서구 화정동 현대아이파크 붕괴 사고 현장 39층에서 이탈된 철근 트러스트형 덱 플레이트. 덱 플레이트의 한쪽(오른쪽 하단)이 아래쪽으로 꺼져 있고 다른 한쪽(왼쪽 상단)은 이탈돼 있다. 제보 사진

광주광역시 서구 화정동 현대아이파크 붕괴 사고 현장 39층에서 이탈된 철근 트러스트형 덱 플레이트. 덱 플레이트의 한쪽(오른쪽 하단)이 아래쪽으로 꺼져 있고 다른 한쪽(왼쪽 상단)은 이탈돼 있다. 제보 사진

실제 한국일보가 제보를 통해 받은 사진을 확인한 결과, 39층 철근 트러스트형 덱 플레이트는 양쪽 모두 탈락한 상태였다. 특히 한쪽은 아래 방향으로 큰 폭으로 꺼져 있었다. 덱 플레이트가 탈락하는 걸 방지하려면 양쪽을 용접하거나 앵커 볼트(구조물을 연결하기 위한 볼트)로 고정했어야 했지만, 철골 구조물이 아닌 콘크리트 구조물 특성상 쉽지 않았을 수 있다.

붕괴된 덱 플레이트와 콘크리트가 바로 아래 38층을 강타했다면 어떻게 될까. 이 박사는 "덱 플레이트 두께가 육안으로 25㎝ 정도 돼보였는데 그 정도면 무게가 500㎏이 넘는다"며 "낙하 하중까지 고려하면 상당한 충격"이라고 진단했다. 이어 "연속성(continuity·어떤 부위가 파괴돼도 다른 부위가 막아주는 것)을 고려해 설계했어야 했는데 파괴나 붕괴를 전혀 염두에 두지 않고 미숙하게 설계한 것 같다"고 지적했다.

이 박사는 배근 문제도 지적했다. 붕괴된 39층 슬래브(바닥)는 동서로 24m, 남북으로 8m인 대형 구조물이다. 이를 지탱하기 위해선 슬래브가 벽이나 기둥으로부터 이탈하지 않도록 철근이 충분하게 정착돼야 한다. 하지만 건물 설계상 큰 창문이 여러 개 설치돼 있어 벽체에 철근이 정착할 공간이 부족했을 것이란 게 이 박사의 분석이다. 그는 "철근이 짧다보니 제대로 슬래브를 물고 있질 못한 상태에서 (39층에서) 강한 하중이 내려오면서 슬래브가 버티지 못하고 빠진 형태"라며 "공학적으로 보면 연쇄 붕괴로 이어졌을 거라 확신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 박사는 "충격을 받았을 때 버틸 수 있도록 철근이 정착돼야 하는데 구조 설계가 상당히 미숙했다"고 덧붙였다.

실제 201동 건물 남측 방향 벽체엔 커다란 창 2개와 작은 창 4개, 환풍구 2개 등이 빼곡하게 설치돼 있다. 39층에서 시작된 붕괴는 피난 안전구역인 22층에서 멈췄는데, 22층은 창문 등이 따로 설치돼 있지 않아 철근이 충분히 정착됐을 것이란 추정이 가능하다. 이 박사는 "이런 부분을 염두에 두고 사고 원인을 조사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광주= 김도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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