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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반 항공여행’ 대세라는데.. 여전히 비행기에서 죽는 반려견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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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반 항공여행’ 대세라는데.. 여전히 비행기에서 죽는 반려견들

입력
2022.01.22 1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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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려견과 함께 탑승하시는 승객분들께 프리미엄 사료를 드립니다”
“반려견을 위한 전세기를 마련했으니, 함께 편안한 비행시간 되세요~”

최근 국내 항공사들이 ‘반려인 모시기’에 나서면서 내세운 홍보문구들입니다. 그만큼 반려견에 대해 항공사들이 관심을 보이기 시작했다고 볼 수 있을 텐데요. 하지만, 다른 한편으로 항공기에서 반려견들이 목숨을 잃는 사고는 심심찮게 전해지곤 합니다. 특히 미국 항공사에서 종종 이런 일들이 발생하곤 하는데요, 최근 1개월 사이에 반려견이 목숨을 잃는 사건이 두건이나 발생했다고 합니다.

“반려견 숨 막혀요” 호소 외면한 승무원

지난달 21일, 미국 사우스웨스트 항공사 여객기에 탑승한 반려견 '찰리'가 호흡곤란 증상을 보이다 목숨을 잃는 사건이 발생했다. 뉴욕 포스트 캡처

지난달 21일, 미국 사우스웨스트 항공사 여객기에 탑승한 반려견 '찰리'가 호흡곤란 증상을 보이다 목숨을 잃는 사건이 발생했다. 뉴욕 포스트 캡처

사우스웨스트 항공 여객기 안에서 3세 프렌치 불독이 비행 도중 목숨을 잃는 사건이 발생했습니다.

미국 인터넷매체 TMZ에 따르면 펜실베이니아 주에서 보건 직종에 근무하는 코트니 시파르(Courtney Cipar) 씨는 지난달 21일, 자신의 반려견 ‘찰리’(프렌치 불독 · 3세)와 함께 사우스웨스트 항공 여객기에 탑승했습니다. 시파르 씨는 한차례 환승을 거쳐 목적지에 도착하는 일정으로 여행을 떠났습니다.

그러나 첫 비행기부터 문제가 발생했습니다. 찰리가 갑자기 숨을 헐떡인 겁니다. 시파르 씨는 승무원에게 “찰리가 열사병을 앓는 듯하다”며 “에어컨을 켜 달라”고 부탁했다고 합니다. 그러나 환승 이후 찰리는 다시 호흡곤란 증상을 보였습니다. 결국 참다 못한 시파르 씨는 이동장 문을 열고 찰리가 잠시 나올 수 있게 하려 했습니다.

시파르 씨는 이동장 문을 열어 찰리가 조금 더 쉽게 숨을 쉬게 해주려 했지만, 항공기 승무원이 이를 제지했다. 뉴욕 포스트 캡처

시파르 씨는 이동장 문을 열어 찰리가 조금 더 쉽게 숨을 쉬게 해주려 했지만, 항공기 승무원이 이를 제지했다. 뉴욕 포스트 캡처

그러나 항공기 승무원은 시파르 씨의 행동을 제지했습니다. 시파르 씨는 자신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승무원은 ‘개를 이동장에 넣지 않으면 회항할 수밖에 없다’고 협박했다”고 말했습니다. 결국 그는 찰리를 다시 이동장에 넣을 수밖에 없었습니다. 결국 찰리는 웨스트 버지니아 상공에서 비행 도중 숨을 거두고 말았습니다.

시파르 씨는 “크리스마스 직전에 사랑하는 반려견을 잃었다는 사실이 너무나도 잔인하게 느껴졌다”며 “찰리는 열을 많이 받아 열사병으로 발작을 일으켰고, 시간은 너무 늦었다”고 당시의 심경을 전했습니다. 다만, 사인이 열사병이라는 것은 시파르 씨의 주장이며 찰리가 목숨을 잃은 원인은 아직 부검 결과가 나오지 않았습니다.

그는 SNS 글을 통해 반려견을 잃고 트라우마를 앓고 있다며 사우스웨스트 항공사를 상대로 법적 대응에 나서겠다고 밝혔습니다. 그와 동시에 항공사에게 자신을 협박한 승무원을 해고할 것을 요구했습니다.

목숨을 잃은 반려견 찰리의 생전 모습. 시파르 씨는 "크리스마스 직전에 반려견을 빼앗기는 건 매우 잔인하다"며 사우스웨스트 항공사를 상대로 법적 대응에 나섰다. 뉴욕 포스트 캡처

목숨을 잃은 반려견 찰리의 생전 모습. 시파르 씨는 "크리스마스 직전에 반려견을 빼앗기는 건 매우 잔인하다"며 사우스웨스트 항공사를 상대로 법적 대응에 나섰다. 뉴욕 포스트 캡처

사우스웨스트 항공사는 “고객의 반려견이 항공기에서 죽음을 맞이한 사건은 안타까운 일이지만, 승무원은 규정을 준수하려 했다”는 입장을 밝혔습니다. 사우스웨스트 항공사는 “현재 시파르 씨와 접촉하면서 해결책을 모색하고 있다”고 밝혔지만 시파르 씨는 “항공사에서 온 연락은 항공권 비용을 환불해 주겠다는 내용뿐”이었다고 일축했습니다.

하와이행 비행기 화물칸에서 목숨 잃은 반려견

지난달 라스베이거스에서 호놀롤루로 향하는 하와이안 항공사 비행기 화물칸에서 반려견이 숨진 채 발견됐다. 위키미디어 코먼스 * 이해를 돕기 위한 자료 사진입니다.

지난달 라스베이거스에서 호놀롤루로 향하는 하와이안 항공사 비행기 화물칸에서 반려견이 숨진 채 발견됐다. 위키미디어 코먼스 * 이해를 돕기 위한 자료 사진입니다.

하와이로 향하던 반려견이 화물칸에서 목숨을 잃는 일도 있었습니다.

지난달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호놀롤루로 향하는 하와이안 항공사 소속 비행기 화물칸에는 1세 잉글리시 핏불 품종 ‘토푸’(Tofu)가 탑승하고 있었습니다. 토푸는 하와이에 거주하는 아울라니 쿠파후(Aulani Kupahu) 씨가 분양받은 개로, 비행기를 통해 전달될 예정이었습니다. 그러나 비행을 마친 뒤 화물칸에서는 개가 목숨을 잃은 채 발견됐습니다.

하와이안 항공사는 미국 폭스뉴스를 통해 “고객의 반려견이 목숨을 잃었다는 사실에 매우 슬펐다”며 유감의 뜻을 전했습니다. 다만 정확한 사인에 대해서는 부검 결과를 기다리겠다는 입장을 내보이면서 “고객과 긴밀하게 연락을 주고받는 중”이라고 덧붙였습니다.

그러나 정중한 하와이안 항공 측의 설명과 쿠파후 씨의 입장은 차이가 있었습니다. 쿠파후 씨는 “그들은 우리와 긴밀하게 연락을 주고받고 있다고 했지만, 내가 받은 전화는 단 두 통뿐이었다”고 말했습니다. 쿠파후 씨가 말한 두 통의 전화 중 하나는 ‘반려견이 죽었다’는 통보였으며, 또 다른 전화는 ‘누군가가 연락할 것’이라는 내용이었습니다. 그는 “그 이후로는 어떤 연락도 없었고, 이메일조차 없었다”며 “그들은 우리에게 어떤 말도 하지 않았다”고 강조했습니다.

비행기 화물칸에서 목숨을 잃은 토푸는 잉글랜드 핏불 품종이었다. 로우픽셀 *이해를 돕기 위한 자료 사진입니다.

비행기 화물칸에서 목숨을 잃은 토푸는 잉글랜드 핏불 품종이었다. 로우픽셀 *이해를 돕기 위한 자료 사진입니다.

하와이안 항공사에서 반려견이 죽은 사례는 불과 수개월 전에도 있었습니다. 하와이 지역매체 ‘하와이 뉴스나우’에 따르면 지난해 7월, 하와이에서 시애틀로 가는 비행 도중 하와이안 항공사 소속 여객기에서 2세 핏불 한 마리가 목숨을 잃었습니다. ‘루이스’라는 이름의 이 개는 정서 안정에 도움이 되는 역할을 하는 특수견이 될 준비를 하고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루이스의 반려인인 랜달 카르피오(Randall Carpio) 씨는 “하와이 항공사는 부검을 진행했지만, 내게 그 결과를 알려주지 않았다”며 “내가 돌려받은 건 부검이 끝난 뒤 화장한 루이싀 유골뿐이었다”며 분노했습니다. 카르피오 씨의 법률 대리인을 맡은 에반 오샨(Evan Oshan) 씨는 최근 발생한 두 건의 사건에 대해 “항공사들이 가족과도 같은 반려견들을 전혀 신경 쓰지 않았다는 사실이 이번 사건으로 다시 입증됐다”며 “반려견도 항공사에서 정한 요금을 내고 비행기에 탑승하는데 숨도 쉬지 못하게 하는 게 말이 되느냐”고 질타했습니다.

지금까지 들어본 사연들을 종합해 보면 비행기에서 목숨을 잃는 반려견들 사이에는 한 가지 공통점이 있습니다. 이 개들이 모두 단두종이라는 점입니다. 단두종은 코가 짧은 구조로 태어나 호흡곤란에 취약한 품종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특히 열을 많이 받았을 때나 답답한 상황에 처했을 때 순식간에 건강 상태가 악화될 수 있죠. 불도그, 핏불 등이 여기에 해당됩니다.

하와이안 항공사도 이 점을 인지하고 있었습니다. 항공사는 “다른 개들보다 호흡기 질환에 더 취약한 개들을 위한 대책을 마련하겠다”며 “이는 미국 항공사들 중에서는 유일한 대처”라고 강조했습니다. 대책을 마련하겠다는 말은 긍정적이지만, 가족을 잃은 반려인들에게 필요한 것은 진심 어린 위로가 먼저 아니었을까요? 반려동물 동반 여행을 적극 홍보하는 국내 항공사들도 이런 사례를 참고할 필요가 있어 보입니다.

정진욱 동그람이 에디터 8leonardo8@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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