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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게 된다고?” 사람 곁에서 폭발한 개의 ‘특수 능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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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게 된다고?” 사람 곁에서 폭발한 개의 ‘특수 능력’

입력
2022.01.15 1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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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려견과 함께 사는 분들 중에는 놀라운 경험을 한 분들이 많습니다. 특히 사람의 질병을 찾아내 알려주거나, 위험 신호를 미리 알아채고 반려인을 구해준다는 믿기 어려운 이야기들이 종종 들려옵니다. 오늘도 사람의 곁에서 능력이 진화했거나, 특수한 능력을 발휘하는 개들의 흥미로운 이야기를 준비했습니다. 지금부터 함께 만나볼까요?

1. 외국어 구별 가능한 반려견.. “사람과 살며 진화한 듯”

헝가리 외트비시 로란드 대학 연구진이 개들에게 외국어를 들려주는 실험을 진행하고 있다. CNN 보도 영상 캡처

헝가리 외트비시 로란드 대학 연구진이 개들에게 외국어를 들려주는 실험을 진행하고 있다. CNN 보도 영상 캡처

지난 6일, 영국 일간 가디언을 비롯한 주요 외신은 헝가리의 한 연구결과를 일제히 보도했습니다. ‘개가 사람들 사이의 다른 언어를 들을 때 이를 구분해서 반응한다’는 내용의 연구결과였죠.

헝가리 부다페스트의 외트뵈시 로란드 대학 연구진은 개의 언어 인지에 관한 연구 결과를 과학 저널 ‘뉴로이미지’(NeuroImage)에 발표했습니다. 연구진은 외국어를 잘 모르는 반려인과 사는 반려견 18마리를 실험에 참여시켰습니다. 18마리 중 2마리는 스페인어만 들었으며, 헝가리어만 듣고 자란 개는 16마리였습니다.

연구진은 생텍쥐페리의 소설 ‘어린 왕자’스페인어와 헝가리어판을 각각 한 번씩 낭독한 녹음본을 들려줬습니다. 또한 의미 없는 비언어 소리도 함께 들려줬습니다. 소리를 듣는 개의 뇌에서 나타나는 반응을 확인하기 위해 기능성 자기공명영상(fMRI) 촬영도 함께 진행됐습니다. FMRI는 1초 이내의 짧은 시간에도 뇌를 단층 촬영해 뇌 활동을 영상으로 보여줍니다.

실험 결과 개들은 1차적으로 언어와 비언어 소리를 구분했으며, 스페인어와 헝가리어를 들었을 때 뇌의 반응이 달랐다. 헝가리 외트비시 로란드 대학 홈페이지 캡처

실험 결과 개들은 1차적으로 언어와 비언어 소리를 구분했으며, 스페인어와 헝가리어를 들었을 때 뇌의 반응이 달랐다. 헝가리 외트비시 로란드 대학 홈페이지 캡처

그 결과 개는 1차적으로 언어와 비언어 소리를 구분하는 반응을 보였습니다. 더 나아가 스페인어와 헝가리어의 차이도 구분한다는 사실이 확인됐습니다. 친숙한 언어를 들을 때와 외국어를 들었을 때 뇌 반응에서 차이가 나타난 것이죠. 특히 이는 나이 든 개일수록 반응 차이가 선명했다고 하네요. 즉, 반려인의 말을 더 많이 들을수록 언어를 익숙하게 여긴다는 뜻이죠.

연구팀은 “영장류 이외의 동물에서 무의식적 언어 능력을 발견한 사례는 이번이 처음”이라며 “언어의 규칙성을 배울 수 있는 게 인간의 고유 능력만은 아니다”라고 밝혔습니다. 논문 책임저자인 아틸라 앤딕스 박사는 “이번 연구로 개가 인간과 함께 살아온 수만년 간 언어 부분 뇌기능이 진화했을 가능성도 있다”며 “이를 밝혀내려면 추가적인 연구가 필요하다”고 설명했습니다.

2. 탐지견의 한계는 어디까지.. 코로나19도 찾는다?

미국 매사추세츠 주의 한 학교 강당에서 수색견이 코로나19 탐지 업무에 투입되고 있다. 브리스톨 카운티 보안관 사무실 페이스북

미국 매사추세츠 주의 한 학교 강당에서 수색견이 코로나19 탐지 업무에 투입되고 있다. 브리스톨 카운티 보안관 사무실 페이스북

미국의 한 주에서는 코로나19를 탐지하기 위해 탐지견을 수색 작업에 참여시킨다는 소식이 전해졌습니다.

9일 CNN 보도에 따르면 미국의 매사추세츠 주 일부 학교들에 경찰 탐지견이 코로나19를 식별하는 작업에 투입됐습니다. ‘후타’와 ‘듀크’라는 이름의 두 탐지견은 수색 대상인 학교에서 매주 학생들이 없는 빈 교실과 강당, 식당, 체육관 등에서 냄새를 맡으며 코로나19를 탐색하고 있습니다. 현재 이 수색에 참여한 학교는 15개 학교입니다.

탐지견 담당 경찰들은 감염자들이 착용한 마스크에서 바이러스를 사멸시킨 뒤 탐지견에게 냄새를 맡도록 합니다. 그리고 마스크 냄새와 유사한 냄새를 찾는 방법이죠. 국제수역연맹(FIU)의 연구에 따르면 코로나19 바이러스는 신진대사의 변화를 일으키면서 동시에 특정한 냄새를 만들어낸다고 합니다. 즉, 개들이 이 냄새를 맡도록 해 코로나19 바이러스를 찾아낸다는 뜻이죠. 영국 위생 열대의학 대학원((London School of Hygiene and Tropical Medicine)에서도 비슷한 연구 결과가 있었습니다. 6~8주간 훈련받은 개들에게 코로나19 탐지 임무를 맡겨보니 최대 94%의 정확도를 기록했다는 연구 내용이었죠.

미국 매사추세츠 주의 한 학교에서 탐지견이 코로나19 바이러스를 탐색 중이다. 브리스톨 카운티 보안관 사무실 페이스북

미국 매사추세츠 주의 한 학교에서 탐지견이 코로나19 바이러스를 탐색 중이다. 브리스톨 카운티 보안관 사무실 페이스북

다만, 이런 연구 결과에는 반론도 있습니다. 영국 워릭 의과대학 소속 바이러스학자 로렌스 영 박사는 “사람들이 많이 이용하는 다중 시설은 대부분 외부 공간과 통풍이 잘 되도록 설계돼 있는데, 이 경우 냄새의 밀도가 낮아진다”며 개들의 능력이 잘 발휘되기 어려운 환경을 유의해야 한다고 지적했습니다.

그럼에도 학교 측이 탐지견 투입을 받아들인 이유는 학생들의 안전을 위해 다양한 시도가 필요해서입니다. 지역 내 5개 학교의 시설관리 책임자로 일하는 릭 메데이로스 씨는 “우리의 최우선 과제는 학생 및 교직원이 안전하게 학교에서 지내도록 하는 것”이라며 “탐지견 투입은 안전이라는 목표에 도달하게 하는 하나의 목표”라고 말했습니다. 메사추세츠 주 지역 보안관인 조나단 달링은 “탐지견들도 다른 사람들처럼 경찰관의 소임을 다하고 있으며 사람들을 안전하게 지키는 일에 공헌하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3. 심신 달래는 개.. ‘자폐 환자’ 자살도 막는다

반려견이 사람 심신에 안정을 주는 것을 넘어서 자폐 환자의 자살까지 막아준다는 연구 결과가 발표됐다. 게티이미지뱅크 * 이해를 돕기 위한 자료 사진입니다.

반려견이 사람 심신에 안정을 주는 것을 넘어서 자폐 환자의 자살까지 막아준다는 연구 결과가 발표됐다. 게티이미지뱅크 * 이해를 돕기 위한 자료 사진입니다.

반려견이 사람의 심신에 안정을 준다는 연구 결과는 수차례 전해졌었죠. 그런데, 그 능력이 자폐 환자의 자살을 막아준다고도 합니다.

영국 인터넷 매체 ‘웨일스 온라인’에 따르면 영국 링컨대 연구진은 36명의 자폐증을 앓는 반려인들을 대상으로 개와의 관계가 정신건강에 어떤 영향을 주는지를 연구한 결과를 발표했습니다. 연구 결과에 따르면 6명의 반려인은 연구진의 물음에 ‘반려견이 자살로부터 자신을 구했다’고 답했습니다.

우울증과 불안은 자폐증 환자들이 주로 경험하는 정신건강의 문제이며, 심할 경우 자살로 이어진다고 알려져 있습니다. 개들이 사람에게 미치는 영향을 주로 연구해온 링컨대 수의행동학 다니엘 밀스 교수는 이 결과에 대해 “사람과 개의 관계는 자폐증 환자에게 특히 큰 영향을 준다”고 설명했습니다.

자폐증 환자인 루스 그레고리 씨는 자신의 반려견 '라이더' 덕분에 건강한 삶을 되찾았다고 밝혔다. 영국 보조견협회 트위터

자폐증 환자인 루스 그레고리 씨는 자신의 반려견 '라이더' 덕분에 건강한 삶을 되찾았다고 밝혔다. 영국 보조견협회 트위터

실제 사례도 소개됐습니다. 자폐증 환자인 루스 그레고리 씨는 자신의 반려견 ‘라이더’(Ryder)가 웃음을 되찾아줬다고 말했다고 합니다. 그는 “라이더는 나를 진정시키고 불안감이 증폭되는 걸 막아준다”고 말했습니다. 과거 낯선 사람을 만나면 불안감을 느끼며 대화를 거부하던 그레고리 씨는 “라이더가 곁에 있으면 낯선 사람과도 대화가 가능할 정도”라고 말했습니다.

이번 연구를 주도한 마리아 바르셀로스 연구원은 “응답자들은 대부분 반려견 앞에서 자신감을 갖는 경향을 보였다”며 이 연구를 기반으로 실질적인 영향을 더 파악해나가겠다고 밝혔습니다. 이들의 연구 결과는 12월, 온라인 과학 학술지 ‘사이언티픽 리포트’에 게재됐습니다.

정진욱 동그람이 에디터 8leonardo8@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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