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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자흐에 온 평화유지군, 진짜 평화는 언제쯤?

입력
2022.01.16 10:00
수정
2022.01.16 18:11
25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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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윤희
강윤희국민대 유라시아학과 교수
카자흐스탄 알마티에서 5일 연료 가격 폭등에 항의하는 시위가 벌어지고 있다. 연합뉴스

카자흐스탄 알마티에서 5일 연료 가격 폭등에 항의하는 시위가 벌어지고 있다. 연합뉴스

러시아를 둘러싼 주변국 정세가 심상치 않다. 새해 벽두부터 카자흐스탄에서 유혈 사태를 동반한 반정부시위가 발생했다. 시위는 차량용 LPG 가스 요금 급등에 반발한 자나오젠 시민들에 의해 처음 시작되었으나, 곧 카자흐스탄 최대 도시 알마티와 수도 누르술탄으로 확산되었다. 카자흐스탄 정부는 자력으로 사태를 수습할 수 없어서 러시아가 이끄는 집단안보조약기구(CSTO) 평화유지군을 불러들였고, 시위대를 향해 조준 사격을 허용하는 등 초강경 무력 진압을 했다.

소련 붕괴 이후 지난 30년 간 몇몇 구 소련 국가에서 시위 및 소요사태가 일어난 적은 있다. 우크라이나가 대표적인 경우이고, 조지아 키르기스스탄 등에서 소위 '색깔혁명'이 일어났다. 푸틴 대통령이 틀어쥐고 있는 러시아에서도 부정선거 항의나 나발니 석방 촉구 등 대규모 시위는 여러 차례 일어났다. 그러나 카자흐스탄은 이런 종류의 정치적 역동성을 보여주던 국가가 아니었다. 외견상 카자흐스탄 국민들은 체제에 순응하고 자국 정부를 잘 따르는 듯이 보였다.

그렇다면 LPG 요금인상에 왜 그토록 국민들을 분노했을까. 카자흐스탄은 확인된 매장량 기준으로 석유 세계 12위, 가스 15위의 자원 부국이다. 국민들은 얼마든지 저렴한 석유와 가스를 공급받을 수 있는 환경에 놓여 있다. 그러나 올 초 정부의 에너지 가격 상한제 폐지로 인해 LPG 요금이 무려 3배로 치솟았다. 코로나 때문에 그렇지 않아도 고통 받고 있는데, 정부가 거대 에너지회사의 이익만 늘려주는 정책을 펴자 국민들이 폭발한 것이다.

조금 더 넓게 보면, 이번 사태는 그간 억눌려왔던 카자흐 국민들의 체제에 대한 불만이 한꺼번에 터져나온 것이기도 하다. 다른 중앙아시아 국가들과 달리, 카자흐스탄은 외부세계에 대해 개방적인 정책을 취했지만 나자르바예프 대통령이 30년 가까이 장기 집권을 하면서 민주적 자유는 크게 후퇴했다. 대통령 가족과 최측근의 부정부패 및 부의 편중도 심각했다. 나자르바예프는 2019년 건강상 이유로 스스로 퇴진했으나 국가안보회의 의장직을 유지함으로써 상왕으로 계속 군림했다. 그 결과 '국부'로 존경을 받던 나자르바예프는 이제 "노인은 물러가라"는 시위대 구호 속 인물로 전락하였다.

러시아 평화유지군이 카자흐스탄의 한 공항에 도착해 군용기에서 내리고 있다. AP 연합뉴스

러시아 평화유지군이 카자흐스탄의 한 공항에 도착해 군용기에서 내리고 있다. AP 연합뉴스

이번에 평화유지군을 보낸 CSTO는 러시아, 벨라루스, 카자흐스탄, 그리고 아르메니아, 타지키스탄, 키르기스스탄으로 구성된 상호방위 기구다. 러시아가 '원탑'의 군사력을 보유한 가운데 벨라루스와 카자흐스탄은 협조가능한 정도의 군사력을, 나머지 3개국은 자체 방어능력이 안 되는 군사력을 갖고 있다. 말은 집단안보조약이라고해도, 실상은 러시아가 나머지 국가들에게 안보를 제공해주는 성격을 띤다.

집단안보란 어느 한 국가가 공격을 받으면, 참여한 모든 국가에 대한 공격으로 간주해 집단 대응한다는 개념이다. 그런데 이번 사태에서 카자흐스탄은 외부로부터 공격을 받지 않았다. 그렇다면 CSTO 평화유지군은 어떻게 파병될 수 있었을까? 재미있게도, 카자흐스탄 정부는 이번 사태를 이슬람 테러리스트의 공격이라 규정했다. 평화유지군 파병을 위한 명분 만들기에 이슬람 테러리스트를 활용한 것이다. 9.11 사태 이후 미 부시 행정부가 제시한 '테러와의 전쟁'이란 프레이밍이 러시아 및 카자흐스탄과 같은 권위주의 국가들에 의해 이렇게나 유용하게 사용될 줄을 누가 알았겠는가?

한 가지 확실한 것은, 러시아는 시위 발생으로 인한 정권 교체 가능성을 외부 적국의 공격만큼이나 두려워하고 이를 막기 위해 온갖 수단을 다 동원한다는 점이다. 외부의 적만큼이나 내부의 적을 두려워하는 것은 소련 때와 크게 다르지 않다.

강윤희 국민대 유라시아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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