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U 불허에 현대중공업-대우조선 합병 무산…조선업 구조조정 '제자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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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U 불허에 현대중공업-대우조선 합병 무산…조선업 구조조정 '제자리'

입력
2022.01.13 23:00
수정
2022.01.13 23: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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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U, LNG 운반선 독과점 우려로 합병 거부
새 인수 후보로 포스코·한화 등 거론
업계 "시황 나빠지면 출혈 경쟁 재발"

한국조선해양이 해외 선사 3곳과 선박 9척, 1조3,300억 원 상당을 수주했다고 10일 밝혔다. 사진은 현대중공업그룹이 세계 최초로 건조한 LNG 추진 대형 컨테이너선의 시운전 모습. 연합뉴스

유럽연합(EU)이 현대중공업과 대우조선해양 간 인수·합병(M&A)을 허가하지 않으면서 대표 수출 산업인 조선업 경쟁력 제고를 위한 산업 구조조정도 사실상 불발됐다.

정부는 대우조선해양 매각을 완료하기 위해 '플랜B'를 찾겠다는 구상이다. 하지만 현대중공업을 대체할 마땅한 묘수가 없어 21년째 속도를 내지 못하고 있는 대우조선해양 민영화는 당분간 제자리를 맴돌 전망이다.

대우조선해양 민영화, 21년째 제자리

EU 집행위원회는 13일 현대중공업의 조선 부문 중간지주사인 한국조선해양과 대우조선해양 간 M&A를 승인하지 않기로 결정했다.

이에 따라 현대중공업과 대우조선해양 최대주주인 산업은행이 2019년 1월 맺은 기업결합 합의는 휴지조각이 됐다. 양사 간 결합은 EU, 한국을 포함한 6개국 경쟁당국 가운데 어느 한 곳이라도 거부하면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아직 두 회사의 기업결합을 따져보고 있는 공정거래위원회는 심사를 이어간다는 방침이나 사실상 심의를 종료하는 수순이다.

EU는 삼성중공업과 더불어 국내 조선사 '빅3'인 현대중공업과 대우조선해양이 합쳐지면 액화천연가스(LNG) 운반선 시장에서 독과점이 심화될 수 있어 결합을 불허한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해 전 세계 LNG 운반선 발주 물량 78척 가운데 현대중공업, 대우조선해양이 따낸 수주량은 전체의 60%인 47척이다.

정부와 현대중공업은 중국, 싱가포르 등 다른 경쟁당국은 기업결합을 승인했던 만큼 이번 EU 결정을 쉽게 받아들이지 못하고 있다.

정부 관계자는 "EU측 불승인 결정은 아쉽다"며 정부 분위기를 전했고 현대중공업 관계자 역시 "기업결합 불허는 매우 유감스럽고 EU 법원을 통한 시정 요구 등 대응 방안을 마련하겠다"고 말했다.

정부는 2000년 공적자금 투입으로 대우조선해양 최대주주가 된 산업은행을 중심으로 M&A를 원점부터 시작해야 할 처지에 몰렸다. 대우조선해양 매각을 밀어붙였던 산업은행 역시 체면을 구기게 됐다. 다만 시장 혼란을 줄이기 위해 산은은 '대우조선 경쟁력 강화방안'을 조속한 시일 내에 내놓기로 했다.

'빅2 재편' 무산, 얼어붙은 조선업 구조조정

매각 대안으로는 우선 현대중공업이 LNG사업부를 뗀 채, 대우조선해양을 사들이는 방안이 거론된다. 기업결합 심사 통과를 위한 절충론이다. 하지만 LNG사업부를 제외한 대우조선해양은 '앙꼬 없는 찐빵'과 비슷한 격이라 현대중공업이 인수를 거부할 가능성도 적지 않다.

산은이 대우조선해양을 현대중공업 대신 다른 기업에 파는 시나리오도 있다. 2008년 대우조선해양 인수전에 뛰어든 포스코, 한화그룹 등이 인수 후보로 오르내린다. 포스코는 선박 건조에 활용하는 후판을 만들고 한화그룹은 방위 산업체를 보유하고 있어 조선사와의 합병 시너지 효과를 낼 수 있기 때문이다.

합병 무산으로 조선업 경쟁력을 회복하기 위한 구조조정도 당분간 얼어붙을 수밖에 없다. 조선업계는 그동안 저가 출혈경쟁에 내몰린 국내 조선사 빅3가 공생하려면 현대중공업, 대우조선해양 합병을 통한 '빅2 재편'이 불가피하다고 강조해왔다.

조선업계 관계자는 "빅2 체제는 국내 조선업이 경쟁력을 회복하기 위해 반드시 갖춰야 할 선결조건"이라며 "합병 무산에 따라 앞으로 시황이 나빠지면 과거와 같은 저가 경쟁은 다시 벌어질 수 있다"고 우려했다.

이에 대해 정부 관계자는 "기업결합을 결정했던 2019년은 국내 조선사 간 가격 경쟁의 해소가 시급한 상황이었으나 지난해부터 상황이 근본적으로 달라졌다"며 “EU의 불승인 결정이 우리 조선업에 미치는 영향은 크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박경담 기자
강지원 기자
김동욱 기자
박세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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