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일 전후 화이자 '팍스로비드' 국내 도입
국내 11곳, 먹는 치료제 개발 어디까지 왔나
팍스로비드 선점에도 "시장 가능성 여전"
"주가 띄우기용 개발사들은 어느 정도 걸러졌고요. 이제 진짜 코로나19 치료제 개발 싸움이라고 봐도 되죠."
국내 경구용 치료제 개발 열기에 대해 제약·바이오 업계 한 관계자는 11일 이렇게 말했다. 화이자의 코로나19 경구용 치료제 '팍스로비드'가 13일 전후 국내에 들어오면 국내 개발사들이 연구 동력을 잃는 것 아니냐는 일각의 우려에 대한 반응이다. 개발 속도는 더뎌도 국내 제약사들은 약물의 효능에 따라 경구용 치료제 시장에서 여전히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다고 판단한다.
3상 들어간 대웅·신풍제약… 문제는 임상 환자 모집
경구용 치료제를 개발 중인 제약·바이오 기업 11개 중 속도를 높이는 건 대웅제약과 신풍제약이다. 두 제약사 모두 임상 2상에서 통계적 유의성을 확보하지는 못했으나 유의미한 성과에 초점을 맞춰 3상을 추진한다.
2건의 임상을 진행 중인 대웅제약(DWJ1248)의 경우 경증 및 중등증 환자 대상 임상은 2b상 완료 후 3상을 앞두고 있다. 중증 환자 대상 임상은 코로나19 치료제로 허가받은 '렘데시비르'와 병용하는 방식으로 3상을 진행 중이다. 신풍제약(피라맥스)은 지난해 8월 3상 승인을 받고 경증 및 중등증 환자를 모집 중이다. 신약개발 방식을 택한 제넨셀(ES16001)과 일동제약(S-217622)도 각각 임상 2·3상에 들어갔다.
하지만 대부분의 개발사들은 임상 환자 모집부터 난항을 겪고 있다. 대웅제약은 애초 예방 목적의 임상 3상도 추진했으나, 코로나19 백신 접종 확대로 임상 대상인 미접종자를 모으기 어려워 지난해 임상을 중단했다. 대웅제약 관계자는 "나머지 임상 2건은 그대로 진행 중이지만, 경증 환자 수 700명 모집도 쉽지가 않다"며 "경증 및 중등증 환자 대상 임상은 3상을 앞두고 대책을 식품의약품안전처와 논의 중"이라고 밝혔다.
"경구용 치료제, 가능성 여전히 열려 있어"
더군다나 팍스로비드는 올해 안에 국내 정식허가를 받을 가능성이 높다. 지난달 식약처는 연내 경구용 치료제 2종이 정식허가를 받을 것이라 예상했는데, 지난해 긴급사용승인을 받은 화이자와 긴급사용승인을 신청한 머크의 경구용 치료제가 유력시된다.
그럼에도 국내 개발사들은 경구용 치료제를 개발할 가치가 여전하다고 강조한다. 팍스로비드와 다른 기전의 약물로 포지셔닝을 달리하면 충분히 시장성을 갖출 것이란 설명이다. 업계 관계자는 "팍스로비드는 고위험군 중 경증 및 중등증 환자가 중증으로 가는 상태를 줄이는 것이 목적"이라며 "타미플루처럼 약국에서 처방받는 게 아니라 특정 고위험군 대상으로 처방될 것으로 예상돼 범용적 치료제를 만든다면 여전히 '게임 체인저'가 될 가능성은 있다"고 말했다.
화이자가 풀지 못한 숙제도 국내 개발사에는 기회가 될 수 있다. 팍스로비드는 작용기전 등을 고려할 때 변이 바이러스 오미크론에도 효과가 있을 것으로 보이지만 아직 연구를 통한 검증 단계에는 이르지 못했기 때문이다. 또 팍스로비드는 투약 비용이 1명당 약 530달러(약 63만 원)로 고가라 국내에 꾸준히 물량을 공급하기 어려울 것이란 예측도 나온다. 가격만 낮출 수 있다면 국내를 넘어 개발도상국 등 해외에서도 경쟁력을 갖출 수 있다는 얘기다. 업계 관계자는 "팍스로비드는 약효 부작용이 발견되면 언제든 공급이 중단될 수 있어 공급의 안정성과 주권 확보 차원에서라도 국내 치료제가 개발돼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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