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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곳서 40마리 충돌사...'새들의 비극' 부르는 최첨단 버스정류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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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곳서 40마리 충돌사...'새들의 비극' 부르는 최첨단 버스정류장

입력
2022.01.11 04:45
수정
2022.01.11 07:37
8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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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독립문공원 '스마트셸터'
투명유리벽에 넉달 40마리 충돌사
인공구조물 인식용 스티커 부착 등
충돌 저감 요청에 서울시 "적극 검토"

작년 11월 2일 서울 서대문구 독립문공원 스마트셸터 버스정류장에 집비둘기가 충돌한 흔적이 남아 있다. 독자 제공

작년 11월 2일 서울 서대문구 독립문공원 스마트셸터 버스정류장에 집비둘기가 충돌한 흔적이 남아 있다. 독자 제공

시민 편의를 위해 만들어진 서울시의 최첨단 버스정류장이 도리어 야생조류 충돌을 증가시키는 원인이 되고 있다. 문제가 되고 있는 '스마트셸터' 버스정류장은 투명한 유리벽이 15m 너비로 설치된 인공구조물이다. 야생조류는 안구가 측면에 있어 정류장과의 원근을 판단하지 못한 채 날다가 부딪혀 죽고 있다.

스마트셸터 버스정류장 한 곳에서만 집비둘기 40마리 폐사

김윤전씨가 작년 9월부터 올해 1월 7일까지 기록한 서울 서대문구 독립문공원 스마트셸터 조류 충돌. 출처: 네이처링

김윤전씨가 작년 9월부터 올해 1월 7일까지 기록한 서울 서대문구 독립문공원 스마트셸터 조류 충돌. 출처: 네이처링

10일 한국일보 취재를 종합하면, 최근 집비둘기 같은 야생조류가 버스정류장 투명 유리벽에 충돌해 죽는 일이 끊이지 않고 있다. 서울 서대문구 독립문공원에 설치된 스마트셸터 버스정류장 유리벽에서 확인되는 조류 충돌만 넉 달 동안 40건이 넘는다. 이는 국립생태원 외부연구원으로 활동하는 김윤전(25)씨가 작년 9월부터 올해 1월 7일까지 온라인 기반 자연활동 공유 플랫폼인 '네이처링'에 기록한 수치다.

스마트셸터 버스정류장이 설치된 지 반년이 안 되는 기간에 한 곳에서만 40마리 이상이 부딪힌 흔적이 확인된 것이다. 일반 정류장보다 유리벽 범위가 훨씬 넓어 새들의 충돌이 잦은 것으로 추정된다. 시내 중앙차로가 아닌 공원 인근에 위치한 영향도 있다. 대개 집비둘기가 충돌한 걸로 확인된다. 김씨는 지난 7일 정류장에서 집비둘기 사체를 발견하고 지금까지 기록한 자료를 바탕으로 서대문구 민원 사이트에 '야생조류 유리창 충돌 저감조치 시공'을 요청했다.

전문가들은 조류 충돌을 줄이려면 정류장 유리벽을 불투명하게 만들거나 일정한 간격으로 점을 찍어 새가 인공구조물을 인식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세로 5㎝·가로 10㎝ 이하 간격의 무늬를 넣은 필름이나 스티커 부착만으로도 조류 폐사를 줄일 수 있다. 실제 경기도는 조류 충돌이 자주 발생하는 투명방음벽에 스티커를 부착해 폐사체를 95% 이상 감소시켰다. (관련기사: 투명 방음벽에 스티커 붙이자 조류 충돌 95% 감소)

스마트셸터뿐 아니라 일반 버스정류장과 지하철 출구 같은 구조물에도 저감조치가 이뤄져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김영준 국립생태원 동물관리연구실장은 "새들이 시속 50㎞ 이상으로 낮게 날다가 정류장 같은 구조물에 부딪히면 치명적일 수밖에 없다"면서 "저감조치도 필요하지만 장기적으론 무늬를 넣어 구조물을 만드는 게 필요하다"고 말했다.

서울시내 스마트셸터 버스정류장은 지난 8월 숭례문에 설치된 걸 시작으로 현재 10군데에서 운용되고 있다. 서울시는 10곳을 2년간 운용하면서 추가 설치 여부를 판단한다는 계획이다. 서울시 관계자는 조류 충돌 저감 시공에 대해 "곧바로 조치를 취할 수 있도록 적극적으로 검토해보겠다"고 밝혔다.

김소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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