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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세 내며 2,000만 원 빚에도 등굣길 빵 나눔" 남해의 '방정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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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세 내며 2,000만 원 빚에도 등굣길 빵 나눔" 남해의 '방정환'

입력
2022.01.12 04:30
수정
2022.01.12 15:10
2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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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베이커리' 김쌍식씨

경남 남해군에서 빵집을 운영하는 김쌍식씨는 올해로 18년째 빵 나눔을 하고 있다. 김씨는 11일 "혼자 사는 데 무슨 돈이 필요하냐?"며 "현실에 만족하고 몸 건강히 계속 빵을 만들었으면 하는 바람뿐"이라고 말했다. 사진은 김씨가 직접 빵을 만들고 있는 모습. 사진 촬영을 위해 마스크를 잠시 벗었다. 마파람사진관 제공

경남 남해군에서 빵집을 운영하는 김쌍식씨는 올해로 18년째 빵 나눔을 하고 있다. 김씨는 11일 "혼자 사는 데 무슨 돈이 필요하냐?"며 "현실에 만족하고 몸 건강히 계속 빵을 만들었으면 하는 바람뿐"이라고 말했다. 사진은 김씨가 직접 빵을 만들고 있는 모습. 사진 촬영을 위해 마스크를 잠시 벗었다. 마파람사진관 제공

김쌍식(48)씨는 정초 100여 명이 넘는 학생들로부터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라는 인사를 받았다. 김씨는 학교 선생님이 아니다. 경남 남해군에서 빵집 '행복베이커리'를 운영한다.

10평(약 33㎡) 남짓의 작은 빵집 옆 골목을 따라 2, 3분 걸어가면 남해초등학교가 나온다. 학교 가는 어린이들이 아침에 허기진 채로 공부하지 말라고 김씨는 등굣길에 가게 앞 선반에 빵을 공짜로 내놓는다. 요즘엔 방학이라 빵 40여 개를 내놓지만, 학기 중엔 100여 개를 선반에 올려놓는다. 공짜 빵이 놓인 선반엔 '아침밥 굶지 말고!! 하나씩 먹고 학교 가자. 배고프면 공부도 놀이도 힘들지용~~!'이란 문구가 적혀 있다. 빵집 옆 초등학교뿐 아니라 주변 중·고등학교 학생들도 이 빵을 손에 쥐고 빈속을 달랜다. 그런 학생들을 김씨는 "아들" "딸"이라고 부른다. "아직도 배고픈 아이 많아요. 자식 같잖아요. 그렇게 편하게 지내다 보니, 제가 선생님들보다 학생들한테 인사를 더 많이 받는 것 같아요." 11일 전화로 만난 김씨가 웃으며 말했다.

김쌍식씨는 등교 시간에 맞춰 빵을 굽기 위해 평일엔 무조건 새벽 5시에 일어난다. 새벽을 이슬을 맞으며 가게로 나와 반죽을 하고 빵을 구워 오전 7시 30분쯤 내놓는다. 마파람사진관 제공

김쌍식씨는 등교 시간에 맞춰 빵을 굽기 위해 평일엔 무조건 새벽 5시에 일어난다. 새벽을 이슬을 맞으며 가게로 나와 반죽을 하고 빵을 구워 오전 7시 30분쯤 내놓는다. 마파람사진관 제공

김씨는 2020년 4월부터 등굣길 빵 나눔을 했다. 소보로빵, 크림빵, 카스텔라, 쿠키 등 메뉴도 매일 바꾼다. 지난해 봄, 빵 집 주변 지역에 코로나19 확진자 15명이 나왔을 때 일주일을 제외하곤 한 주도 나눔을 쉬지 않았다. 지역 내 장애인 복지 시설 등 8곳에도 매달 빵을 보낸다. 이렇게 김씨가 나누는 빵값만 1년에 2,000만 원이 넘는다. 김씨의 선행은 18년째다.

"초등학교 2학년 때까지 기와집에서 잘 살았죠. 부모님이 보증을 잘못 서 집에 '빨간 딱지'가 붙고 쫄딱 망했지만요. 먹는 것부터 시작해서 500원 용돈을 손에 쥐여 주며 주위에서 정말 도움을 많이 받았어요. '돈은 없어도 집엔 늘 사람이 와야 한다'는 아버님 말씀도 제 삶의 나침반이 됐고요." 고등학교 2학년 때부터 제빵을 배운 김씨는 그 이후 빵으로 마음을 나눌 꿈을 꿨다고 한다.

지난해 예능프로그램 '유퀴즈 온 더 블럭'에 출연한 김쌍식씨. tvN 방송 캡처

지난해 예능프로그램 '유퀴즈 온 더 블럭'에 출연한 김쌍식씨. tvN 방송 캡처

김씨의 가게는 월세다. 코로나19로 손님이 뚝 끊겨 가게 운영에 타격을 입었지만, 그는 계속 공짜 빵을 등굣길에 내놨다. 김씨는 "요구르트는 사서 줘야 해 장사가 안됐던 지난해 4~6월엔 요구르트를 학생들에 공짜로 주지 못해 너무 미안했다"고 말했다. 두 차례나 거절했던 'LG의인상'을 지난해 받은 것도 상금을 받아 어떻게든 빵 나눔을 하고 싶어서였다. 돈을 빌려 빵집 운영을 이어왔던 김씨는 어느덧 2,000만원 넘게 빚을 졌다. 지난가을, tvN '유 퀴즈 온 더 블럭'에 출연한 뒤 외지에서 찾아오는 손님이 부쩍 늘면서 그는 이제 빚을 많이 갚았다고 한다. 그래도 "공짜 돈은 안 된다"는 게 김씨의 신념이다.

"신용카드로 산 빵값 이상 긁고 가시는 분도, 빵 나눔에 쓰라며 돈을 주시는 분들이 많아요. 마음은 감사하지만, 그 돈은 안 받습니다. 노력하지 않은 돈은 제 돈이 아닙니다. 기부도 제 몸을 굴려 해야죠. 정말 어쩔 수 없이 받게 된 380만 원은 모두 기부했습니다."

양승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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