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탈북민 단체 "끼니 해결도 힘들어… 관악구 모자 비극 여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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탈북민 단체 "끼니 해결도 힘들어… 관악구 모자 비극 여전"

입력
2022.01.06 13:00
수정
2022.01.06 17:42
2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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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년째 식재료 기부 나눔 탈북난민인권연합>
김용화 회장 "끼니 해결 어려운 탈북민 다수"
코로나19로 일용직조차 실직한 경우 많아
"현행 정부 지원으론 정착 힘들어" 관심 촉구

김용화 탈북난민인권연합 회장이 4일 서울 강동구 사무실에서 기부받은 식재료를 가리키고 있다. 나광현 기자

김용화 탈북난민인권연합 회장이 4일 서울 강동구 사무실에서 기부받은 식재료를 가리키고 있다. 나광현 기자

4일 오후 1시 40분 서울 마포구 양고기 전문점 램랜드에서 만난 김용화 탈북난민인권연합 회장은 임헌순 램랜드 대표로부터 받은 양고기 두 박스(30㎏)를 차에 싣느라 분주했다. 손님들에게 내놓지 못하는 부위나 자투리 고기들이다. 김 회장 차에는 송파구 가락시장에서 얻은 돼지고기 100㎏, 소외계층돕기운동본부에서 얻은 빵 500개가 이미 실려 있었다.

음식을 싣고 김 회장이 30여 분을 달려 도착한 강동구 소재 빌라 지하 1층. 김 회장을 기다리던 탈북민 4명이 양고기를 받아 익숙한 솜씨로 봉지 15개로 나눠 담는다. 돼지고기도 1㎏씩 100묶음으로 소분해 냉장고에 넣었다. 한편에는 쌀 포대도 쌓여 있었다. 매주 이곳을 찾는 북한이탈주민(탈북민)들에게 나눠주기 위해 마련한 식재료다. 김 회장은 "한 달에 탈북민 100여 명이 이곳을 찾는다"고 말했다.

김용화 탈북난민인권연합 회장이 서울 마포구 램랜드에서 기부받은 식재료를 차에 싣고 있다. 나광현 기자

김용화 탈북난민인권연합 회장이 서울 마포구 램랜드에서 기부받은 식재료를 차에 싣고 있다. 나광현 기자


"서울 거주 탈북민 10가구 중 1가구는 한계 상황"

김 회장은 "서울에만 약 9,500가구의 탈북민이 있는데 이들의 10% 정도는 끼니 해결도 쉽지 않은 처지"라고 말했다. 2019년 탈북민 한모(41)씨와 여섯 살 난 아들이 서울 관악구의 한 임대 아파트에서 숨진 뒤 두 달이 지나서야 발견된 '관악 탈북민 모자 사건'처럼, 아사(餓死) 위기에 처한 이들이 적지 않다는 뜻이다.

한씨 모자가 발견됐을 당시 집 냉장고는 텅 비어 있었다. 하지만 이들 모자는 생계급여나 주거급여 등 최소한의 복지혜택조차 받지 못했다. 김 회장은 "한씨가 사망하기 전 주민센터를 찾았을 때 '나이도 젊고 이혼한 지 몇 년 더 되어야 하기 때문에 기준이 안 된다'는 답변을 들었다고 한다"며 "비슷한 상황에 놓여 있는 탈북민들이 적지 않다"고 고개를 숙였다. 그 자신이 1995년 남한에 온 탈북민인 김 회장이 식재료 나눔 활동을 10년째 이어가는 이유다.

김 회장과 동료들이 식재료를 나눠 담는 동안에도 도움을 호소하는 전화가 걸려왔다. 김 회장은 "방금 전화한 사람은 50대 중반 남자인데 애를 둘 키우는 데 먹을 게 없어 쌀이라도 좀 달라 할까 해서 전화를 했다"며 "척추 장애로 기초생활수급 혜택을 받으면서 오토바이 배달을 했지만, 코로나19 이후 모두 다 잘렸다고 한다. 10년 전이나 지금이나 탈북민의 처지는 달라지지 않았다"고 말했다.

정착지원금 3,000만 원 있지만 한계... 제대로 된 정착 지원 필요

탈북민은 평균 3,000만 원가량의 정착지원금을 받는 등 정부 지원이 없지는 않다. 하지만 이 정도로 안정적으로 정착하는 건 사실상 불가능하다고 탈북민들은 입을 모은다.

무엇보다 일자리가 문제다. 코로나 사태 이후 상황이 더 나빠졌다. 김 대표는 "한국 원주민들이 대학을 나와도 직업이 없는 판인데, 탈북민들이 회사에 들어가기는 하늘의 별 따기가 아니겠나"고 반문했다.

간신히 일자리를 구한다 하더라도 살림에 큰 보탬이 되지도 않는다. 김 대표는 "기초수급자 자격이라도 있으면 매달 58만 원 정도를 받는데, 어렵게 식당 아르바이트 구해 10만 원이라도 벌면 바로 기초생활수급 비용에서 그만큼이 제해진다"고 꼬집었다.

탈북민들은 하나원 교육 수료 후 6개월까지만 기초수급대상자로 지정되는 현행 지원 제도를 개선해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현행법상 기초생활수급자로 인정받기 위해선 65세 이상이거나 근로 능력이 없다는 병원 진단서를 제시해야 하는데, 대다수 탈북민들은 이를 입증하기 쉽지 않기 때문이다. 김 회장은 "특히 주변에 있는 20, 30대 탈북민들이 기초생활수급 대상자조차 되지 못해 어려움에 처한 경우를 많이 본다"면서 "6개월 후에 지원을 끊어버리는 것은 너무 가혹하다. 보건복지부가 아닌 통일부 차원의 탈북민 지원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원다라 기자
나광현 기자
이정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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