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선후보 윤석열'을 찾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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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선후보 윤석열'을 찾습니다

입력
2022.01.05 04:30
수정
2022.01.05 06: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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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문사 정치부에서 일하는 나는 엄마보다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후보를 더 자주 생각한다. "그대 생각하다 보면 모든 게 궁금해요"라고 가수 이선희가 노래했던가. 나도 궁금하다. 대통령이 되겠다는 그의 철학과 비전, 무엇보다 능력을 알고 싶다. 감질나게도, 그에 관해 새로 알게 된 건 식성, 말버릇, 아내 사랑 같은 것들이다. 그리고 요즘 화가 많이 나 있다는 것도.

'정치인 윤석열'은 차근차근 알려지는 과정을 건너뛰고 혜성처럼 등장했다. '우주의 기운'을 타고 대선판에 휙 불려 나왔다. 공정에의 갈증이 타들어가지만 그놈이 그놈 같을 때, 정권 교체 열망이 절절 끓지만 국민의힘이 인물난으로 절절맬 때, 용맹한 '검사 윤석열'이 마침 거기 있었다.

"내가 너를 '사랑'하는 건 네가 바로 지금 거기 있기 때문이야." 순정 만화에 나오는 단골 대사다. '사랑'을 '지지'로 바꾸면 윤석열 현상이 설명된다. 그가 가진 권력은 권력의지로써 기어코 쟁취한 것이 아니다. 대선후보라는 지위는 그에게 수동형으로 주어진 것에 가깝다. 그는 부름 받았다.

시대와 운명의 도움은 거기까지다. 대한민국의 다음 대통령이 왜 반드시 윤석열이어야 하는가를 입증하는 것은 스스로의 몫이다. 권력의 정점에 당도하는 피니시까지 외부의 힘에 맡긴다면, 대선후보에게 미래를 건 유권자에 대한 모독이다. 그러나 그는 충분히 간절하거나 비장하지 않은 것처럼 보인다. "나라를 무슨 대통령 한 사람이 바꿉니까, 시스템이 바꾸지." 대통령의 소명에 대해 그가 종종 한다는 말은 아마도 진심일 것이다.

"윤석열 후보는 선대위가 해주는 대로 연기만 좀 해달라."(김종인 총괄선대위원장) "윤 후보가 가만히 있으면 선거에서 이길 것 같다."(이준석 당대표) '정치 초보 윤석열'은 공개적으로 모욕당했다. 정치를 한 적 없다는 매력 포인트가 그의 느긋한 성정과 결합해 만만한 취약점이 된 탓이다. "사람이 순수하고 맑다." 그를 보좌하는 사람들이 자랑하듯 하는 말이다. 순수하고 맑은 건 좋은 생수의 요건일 뿐, 훌륭한 국가 지도자의 필수 덕목일 순 없다.

'대선후보 윤석열'의 최종 목표는 무엇인가. 어쨌거나 대통령이 되는 것인가, 어떻게든 대통령을 잘하는 것인가. 그걸 헷갈리게 하는 것이 최근 그에게 닥친 위기의 요체다. '지속가능한 발전과 번영'을 약속하고도 실행 계획은 아직이다. 대선후보가 되고 두 달이 지나서야 "매일 하나씩 민생 공약을 공개하겠다"는 시간표가 나왔다. 그림으로 따지면, 연필로 슥슥 그린 스케치와 "좋은 그림이 여하튼 나온다고 확신한다"는 화가의 우렁찬 다짐만 있달까.

그럼에도 윤석열은 높은 확률로 대통령이 될 수 있는 사람이다. 선거까지 남은 63일은 짧지 않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 역시 약점 많은 상대다. 한국 정치는 유난히 역동적이다. 그러니, 이제라도 '온전한 대선후보 윤석열'의 '내용'과 '가능성'을 보여 달라. '과거' 말고 '미래'를 말해 달라. 그의 정치 역정을 걱정해서가 아니다. 내 삶이 걱정돼서다. 똑바로 판단하고 정확하게 선택해 조금이라도 나은 사람이 청와대에 들어가기를 바라서다. 대통령의 무소불위 권력이 두려워서다.


최문선 정치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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