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후보가 지난달 20일 서울 여의도 새시대준비위원회 사무실에서 새시대준비위 수석부위원장으로 합류한 신지예 한국여성정치네트워크 대표에게 당을 상징하는 빨간 목도리를 둘러주고 있다. 뉴시스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후보가 직속기구인 새시대준비위원회 수석부위원장으로 영입한 신지예 전 한국여성정치네트워크 대표가 3일 전격 사퇴했다. 최근 윤 후보의 지지율 하락과 맞물려 강성 페미니스트인 신 부위원장 합류가 '이남자(20대 남성)' 지지 이탈을 가속화했다는 당내 비판이 거세지면서다. 여성 표심 확보를 위해 영입한 지 2주 만에 '강퇴'당한 모양새다.
윤 후보는 신 부위원장의 사의와 관련해 "애초에 없어도 될 논란을 만든 제 잘못"이라고 밝혔다. 당의 정체성에 대한 고민이 부족했던 이벤트성 인재 영입의 실패를 자인한 것이다. 뿐만 아니라 "99가지 생각이 달라도 정권교체 1가지 뜻만 같으면 품고 같이 가겠다"는 윤 후보의 말까지 공허해졌다.
신지예 사퇴… 속전속결 '밀어내기'
신 부위원장은 이날 오전 페이스북을 통해 사퇴를 알렸다. "윤 후보를 지지하겠다고 온 저에게 더 강한 저항은 국민의힘 내부에 있었다. 공식적인 직함을 받아 활동하는 저에게조차 사퇴하라는 종용이 이어졌다"고 밝히면서다.
매끄럽지 못한 사퇴에 대한 서운함도 드러냈다. 특히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를 겨냥해 "신지예 한 사람이 들어와 윤 후보를 향한 2030 지지가 폭락했다고 하는데 정말 그렇냐"며 "(이 대표는) 그동안 무엇 하셨냐"고 반문했다.
윤 후보는 신 부위원장의 사의를 수용하면서 "제가 2030의 마음을 세심하게 읽지 못했다"며 "젠더문제는 세대에 따라 시각이 완전히 다른 분야인데 기성세대에 치우친 판단으로 청년세대에 큰 실망을 준 것을 자인한다"고 밝혔다. 국민의힘이 이준석 대표 선출 이후 '반페미니즘'을 동력으로 삼아 2030세대 남성 지지를 확보해 왔는데, 신 부위원장의 영입이 이러한 당 정체성에 부합하지 않는다고 인정한 것이다.
신 부위원장은 다만 "새시대위 부위원장직을 내려놓지만 어디에 있든 정권교체를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그러나 윤 후보 선대위는 입장문을 통해 "신 부위원장은 더 이상 새시대위에서 활동하지 않는 것으로 결정됐다"고 일축했다. 2030세대 남성들을 의식한 나머지 영입 인사를 내치면서 기본적인 예의도 갖추지 않은 것이다.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후보가 지난달 28일 서울 여의도 중앙당사에서 열린 행사에서 신지예 새시대준비위원회 수석부위원장의 영입에 반대하는 청년들과 간담회를 연 모습. 뉴스1
"책임 통감" 김한길도 전격 사의
'신지예 사퇴'에 따른 불똥은 새시대위로 옮겨붙었다. 영입을 주도한 김한길 위원장이 "그에게 덧씌워진 오해를 넘어서지 못한 현실에 책임을 통감한다"며 오후에 사의를 표명하면서다.
김 위원장은 전날 밤 윤 후보에게 사의를 전했다고 한다. 새시대위 관계자는 "지난주부터 신 부위원장이 물러나야 한다는 선대위 인사들의 압박이 많아 김한길 위원장이 힘들어했다"며 "다 같이 가야 한다며 윤 후보를 설득했는데 잘 안 된 것 같다"고 전했다. 지난주부터 신 부위원장 거취를 둘러싼 선대위와 새시대위의 알력 다툼이 있었다는 얘기다.
결국 '갈등 조율' 못 하는 윤석열만 상처
윤 후보의 '미래 비전'을 위해 만들어진 새시대위는 출범 20여 일 만에 존립 여부가 불투명해졌다. '통합의 정치'를 하겠다는 윤 후보의 뜻을 담아 김 위원장이 범여권과 중도층 인사 영입과 정책을 발굴하겠다는 구상이 어그러진 것이다.
선대위와 새시대위 간 갈등을 조율해내지 못한 윤 후보의 위기관리 능력도 도마에 올랐다. 국민의힘 관계자는 "새시대위와 선대위의 소통이 부족했다. 결과적으로 2030세대를 다 놓치고 내부 분열만 노출한 꼴이 됐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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