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호관찰소 단골 비행소년, 의류 브랜드 사장 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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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호관찰소 단골 비행소년, 의류 브랜드 사장 되다

입력
2022.01.03 04: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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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대욱 디프런트롱 대표>
절도·집단 폭행 등 비행으로 얼룩진 학창시절
소년재판 받기 직전 아버지가 자퇴 신청까지
청소년지원센터 도움으로 의류 브랜드 시작
"처음 느껴보는 책임감... 모두에게 기회 있길"

김대욱씨가 지난달 27일 서울 광진구 청소년지원센터에서 직접 제작한 모자를 들어 보이고 있다. 최주연 기자

“대욱이 학교는 어디 다니니?”

오토바이 절도로 소년보호재판을 받던 17세 고교생에게 판사가 물었다. "다시 학교로 돌아가 열심히 살겠다"고 답하려던 찰나, 지켜보던 아버지가 뜻밖의 대답으로 소년을 당황하게 했다. "얼마 전 아들 대신 학교에 자퇴서를 냈습니다." 소년은 그날 집 대신 소년보호시설로 향했다. 학교를 다니지 않기에 가정에서 보호관찰이 어려울 거라는 판사의 판단이었다.

그로부터 2년, 소년은 의류 브랜드 ‘디프런트롱’ 김대욱(19) 대표로 성장했다. ‘다른 건 틀린 게 아니야(Different is not wrong)’라는 의미를 담은 이 브랜드는, 김씨를 포함한 '학교 밖 청소년' 출신 4명이 청소년지원센터 창업 프로젝트로 지난해 5월 론칭했다. 김씨는 프로젝트 운영 노력을 인정받아 지난달 청소년푸른성장대상 여성가족부 장관 표창을 받았다. 서울 광진구 청소년지원센터 꿈드림의 지원으로 창업 경험을 쌓고 있는 그를 지난달 27일 센터에서 만났다.

비행으로 얼룩졌던 과거… 청소년지원센터 만나 변화

김대욱씨가 지난달 27일 서울 광진구 청소년지원센터에서 디프런트롱 옷 수량을 관리하고 있다. 최주연 기자

김씨의 학창 시절은 어두웠다. 가족 간 불화와 거듭된 가출이 비행으로 이어졌다. 중학생 때 처음 집단 폭행에 연루돼 보호관찰 처분을 받았으나 그 기간이 채 끝나기도 전에 절도를 저질렀다. 동네에서 가장 분위기가 좋지 않다는 고등학교에 배정 받은 뒤엔 쉬는 시간마다 친구들에게 맞았다. 담임 선생님은 "학교폭력을 당했다"는 김씨의 말을 믿지 않았다. 설상가상 아버지는 아들 모르게 학교에 자퇴서를 냈다. 그렇게 누구에게도 인정받지 못한 채 학교 밖 청소년이 됐다.

보호시설 퇴소 후에도 방황하던 김씨에게 재작년 1월 전환점이 찾아왔다. 검정고시 도움을 받으러 간 청소년지원센터에서 우연히 어릴 적 즐겨하던 태권도 수업 프로그램을 발견한 것이다. 다른 친구들은 수업 신청만 하거나 겨우 두세 번 참석할 때, 김씨는 15회 수업 전부를 빠짐없이 받았다. 사소하다고 할 수도 있는 이 경험이 그에겐 큰 희망이 됐다. "내가 뭐라도 끝까지 할 수 있다는 걸 인생에서 처음 느꼈어요. 비행이 없는 삶은 어떨까 궁금해졌고, 그걸 계기로 봉사 동아리에도 가입해 활동했어요."

의류 사업 프로젝트로 처음 느껴본 책임감

김대욱씨가 지난달 27일 서울 광진구 청소년상담지원센터에서 디프런트롱 의류의 로고를 들어 보이고 있다. 최주연 기자

자신감이 붙은 김씨를 지켜보던 센터의 김우중 팀장은 그해 12월 센터에서 지원하는 의류 브랜드 프로젝트의 대표 자리를 제안했다. 김씨는 비행 소년 시절에도 옷에 관심이 많았다. 친구들과 밤거리를 쏘다니다가도 마음에 드는 옷이 보이면 들어가서 구경했고 "조금 더 화려하면 좋을 텐데"라고 품평하곤 했다. 결국 그는 프로젝트에 뛰어들기로 했다. 브랜드를 개시한 이듬해 5월부터는 매일 오전 10시까지 센터에 있는 사무실로 출근했다. 무단 결석으로 고등학교 유급까지 당했던 과거는 점점 지워져갔다.

한 종류의 옷이 기획 이후 실제 판매되기까지는 최소 한 달, 길게는 두 달이 걸린다. 기획팀에서 디자인팀, 유통팀, 웹디자인팀에 이르는 긴 협업 과정을 김씨는 이제 대표로서 통솔한다. 사업자 등록과 인터넷쇼핑몰 운영을 위한 통신판매업 등록도 그의 몫이다. 김씨는 매주 목요일 전체회의를 주재하고 상품 촬영 현장에도 참석한다. 생전 처음 느껴보는 이 막중한 책임감이 오히려 반갑다. “옷을 그냥 볼 땐 몰랐는데, 사업엔 정말 많은 노력이 필요하더라고요. 대표니까 책임감을 갖고 해내야죠.”

"종착지 아닌 첫 도전… 모두에게 기회 주어졌으면"

김대욱씨가 지난해 10월 21일 서울 광진구에서 열린 디프런트롱 팝업스토어의 카운터 업무를 하고 있다. 광진구 청소년지원센터 꿈드림 제공

김씨에게는 여전히 '다른 아이'라는 꼬리표와 의심이 따라붙는다. 주변의 대학생 친구들이나 어른들은 “원하는 길이 정말 창업이냐" "검정고시라도 빨리 봐서 대학 가라"고 재촉한다. 그러나 김씨는 “원했던 일을 처음으로 해보는 중이고, 그 과정에서 학교를 다닐 때보다 더 많이 배우고 있다"며 "첫 도전이지 종착지는 아니기 때문에 힘들어도 내년(2022년) 중순까지는 해보고 앞날을 결정할 것"이라고 말했다.

디퍼런트롱 제품들은 온라인을 통해 판매된다. 아직 수익은 많지 않다. 론칭 이래 7개월간 올린 매출은 800만 원대이고, 직원 4명과 멘토 선생님 4명에게 돌아간 이익은 18만 원이 채 되지 않는다. "돈 벌 생각이라면 알바가 낫죠. 저번에 2주간 편의점 야간근무하면서 90만 원 벌었거든요."

'김 대표'의 가장 큰 관심사는 학교 밖 청소년에 대한 인식 개선이다. 자신은 타의로 학교를 떠났지만 오히려 학교 밖에서 스스로의 가능성을 확인했기에, 비슷한 처지의 다른 친구들에게도 같은 기회가 주어지길 바란다. 김씨는 "나를 통해 학교 밖 청소년들이 더 많은 기회를 누리는 계기가 마련된다면 뿌듯할 것 같다"고 말했다.

최주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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