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악 저작권, 디지털 세대를 위한 연금이죠" 정현경 뮤직카우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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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악 저작권, 디지털 세대를 위한 연금이죠" 정현경 뮤직카우 대표

입력
2021.12.29 04:30
수정
2021.12.29 16: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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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0곡의 음악 저작권을 주식처럼 쪼개서 투자하는 서비스 개발
내년 미국에도 진출 예정

아이유 '미리 메리 크리스마스' 71만6,800원, 브레이브걸스 '롤린' 50만3,600원, 전우성 '축가' 40만6,300원.

뮤직카우에서 주식처럼 저작권 수익이 거래되는 노래들의 28일 현재 시세다. 아이유의 ‘미리 메리 크리스마스’는 2019년 4만원에 거래되다가 지난 9월 98만원까지 올랐다. 2019년에 4만원에 구입해 지난해 9월 팔았다면 약 25배 수익을 거두었다는 뜻이다. 지난해 12월 첫 상장 가격이 2만3,500원이었던 브레이브걸스의 '롤린'은 유튜브에서 역주행하며 인기를 끌어 9개월 만인 지난 9월 131만원까지 치솟았다. 시초가 대비 무려 56배 수익이다.

음악 저작권 수익이 새로운 투자상품으로 인기를 끄는 이유를 단적으로 보여주는 사례다. 세계 최초로 음악 저작권자에게 돌아가는 수익을 재테크 상품으로 만든 주인공이 신생기업(스타트업) 뮤직카우를 창업한 정현경(48) 총괄대표다.

정현경 뮤직카우 대표가 한국일보에서 인터뷰를 하며 음악 저작권 수익을 주식처럼 쪼개 투자할 수 있는 상품으로 만든 과정을 설명하고 있다. 한지은 인턴기자


"저작권이 아니라 청구권이에요"

정 대표는 음악 저작권으로 알려진 투자 상품에 대한 오해부터 바로 잡았다. 그가 투자상품으로 만든 것은 엄밀히 말하면 저작권료 참여청구권이다. 저작권료 참여청구권이란 작곡가, 작사가 등 저작권자가 받는 수익을 나눠 가질 수 있는 권리다. "저작권은 누가 만들었는지 알려주는 저작인격권과 창작물에서 수익이 발생하는 저작재산권으로 구분돼요. 흔히 저작권이라고 말하는 저작인격권은 다른 사람에게 양도할 수 없어요. 즉 거래를 할 수 없죠. 반면 저작재산권은 수익을 나눠 가질 수 있도록 양도할 수 있어요. 이를 저작권료 참여청구권이라고 하죠."

정 대표는 노래에 대한 저작권료 참여청구권을 개인이 살 수 있도록 100원 단위부터 1만원 단위까지 잘게 쪼갠 조각상품으로 만들었다. 이를 뮤직카우 사이트에 들어가서 원하는 금액만큼 주식처럼 사고 팔 수 있다.

이를 구입한 이용자들이 돈을 버는 방법은 배당수익과 매매수익 두 가지다. 배당수익은 저작권에서 발생하는 수익을 매달 정기적으로 나눠 받는 것이다. 그래서 정 대표는 이를 "디지털 세대를 위한 연금"이라고 표현했다. "연금처럼 매달 나오는 배당 수익을 원하면 조금 많이 갖고 있어야 제2의 월급이 되죠."

매매수익은 구입한 저작권료 참여청구권의 가격이 오르면 팔아서 시세 차익을 거두는 방법이다. "장차 저작권 수익이 많이 발생할 것으로 예상되는 노래들은 시세가 올라가요. 노래방 등에서 많이 부르거나 유튜브, 방송 등에서 꾸준히 듣는 곡들이죠."

이용자는 현재 87만명이며 꾸준히 늘고 있어 조만간 100만명을 넘을 기세다. "20대 이용자가 많은데 최근 30, 40대 이용자들이 증가하고 있어요."

어떻게 투자하나

거래 품목으로 올라온 곡들은 약 1,000곡이다. 초보자라면 투자 대상을 고르는 일이 힘들 수 있다. 정 대표는 이들을 위해 투자방법 등을 안내한 투자백서를 만들어 공개했다.

이와 함께 투자에 참고할 만한 각종 정보를 곡마다 제공한다. "곡별로 시세 변동을 보여주는 차트가 있고 매달 저작권 수익이 노래방, 방송, 유튜브 등 어디서 얼마나 발생했는지 자세히 표시돼요. 이런 정보들은 저작권협회에서 자료를 받아 제공해요. 또 가장 많이 오른 곡, 거래량 순위 등을 보여주는 투자 순위 차트도 있죠. 따라서 조금만 공부하면 수익 예측이 가능해요."

재미있는 것은 투자 상품에 팬들의 덕질, 즉 팬덤이 결합되는 점이다. 이용자가 좋아하는 음악가나 노래를 응원하는 팬덤이 수익률에 영향을 미친다. "최근 모 대기업에 근무하는 직원들이 상사가 투자한 상품이라며 1980년대에 나온 최성수의 '동행'을 열심히 듣더군요. 단순히 듣는 것을 넘어 각자 좋아하는 노래의 가치를 상승시키려고 일부러 비싸게 사기도 해요."

정 대표는 이런 팬심을 감안해 최근 '선물하기' 기능을 추가했다. "저작권 수익을 다른 사람에게 선물하는 기능이죠."

정 대표는 "각자 좋아하는 곡을 사라"고 조언했다. 한마디로 즐기며 투자하라는 뜻이다. "음악 저작권은 소액 투자 상품도 아니고, 가격변동성이 크지 않아 단기간에 치고 빠지는 투기성 자산은 더더욱 아니에요. 롤린 같은 역주행 곡만 보고 들어오면 안 돼요. 그런 곡은 앞으로 나오기 힘들어요."

뮤직카우에 올라온 브레이브걸스의 노래 '롤린'의 투자 정보. 뮤직카우 제공


수익률 얼마나 되나

지난달 서울 한양대에서 열린 한국재무관리학회 정기학술연구 발표회에서 김진희 홍익대 교수와 박세열 김승현 연세대 교수로 구성된 공동 연구팀은 저작권료 참여청구권 수익에 대한 연구결과를 발표했다. 이에 따르면 2018년 1월부터 지난 6월까지 음악 저작권 투자의 연 평균 수익률은 35.8%로 주식 10.18%, 금 11.09%보다 높다. 같은 기간 음악 저작권의 연 평균 배당 수익률도 6.9%다.

정 대표는 음악 저작권의 높은 배당 수익률에 대해 사회 현상과 연동성이 크지 않기 때문으로 분석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아무리 심해도 음악을 들어요. 힘들고 슬픈 일, 기쁜 일에 항상 음악이 함께 하죠. 그만큼 음악 저작권은 독립성이 높고 비교적 안정적인 상품이에요."

정 대표가 저작권 수익을 안정자산으로 보는 이유는 결과를 보고 투자하는 상품이기 때문이다. "영화 등 다른 콘텐츠처럼 제작 전에 투자하지 않고 곡이 발표된 뒤 노래방이나 방송, 유튜브, 공연 등에서 얼마나 많이 부르는지 결과를 보고 투자하기 때문에 위험도를 낮출 수 있죠. 그런 점에서 최신곡들은 고위험 고수익, 오래된 곡들은 저위험 저수익 상품이라고 보면 됩니다."

창작자들과 뮤직카우는 얼마나 버나

노래를 투자 상품으로 만드는 과정은 간단하지 않다. 뮤직카우에서 창작자를 만나 합의하면 경우에 따라 저작권위원회에 곡당 8만원의 등기수수료를 내고 저작권료 참여청구권을 등재한다. 이때 창작자들은 자신이 받을 수 있는 저작권 수익 가운데 얼마를 투자상품으로 내놓을지 결정한다. 예를 들어 1만원의 저작권 수익이 예상되면 이 가운데 1,000원어치만 팔지 그 이상 팔지 결정한다.

뮤직카우는 자체 개발한 지표로 넘겨받는 지분만큼 미래 수익을 예측해 창작자에게 목돈을 준다. 이 부분을 정 대표는 혁신으로 꼽았다. "그동안 창작자들은 목돈이 필요하면 제2금융권에 가서 저작권을 담보로 연 20% 이상 높은 이자를 주고 대출을 받았어요. 이마저도 쉽지 않으면 일종의 암시장에 가서 터무니 없는 헐값에 미래의 저작권 수익을 넘기고 돈을 빌리죠. 음악 저작권을 아무도 자산으로 인정해 주지 않았기 때문이에요. 저작권 수익의 가치를 발견해 자산으로 인정해 준 것은 우리가 처음이에요. 덕분에 창작자들에게 새로운 자금 조달 창구가 됐죠."

또 주가에 해당하는 각 노래별 시세의 시작가 대비 상승분의 50%를 창작자에게 추가로 준다. "이런 점 때문에 최근에는 신곡 발표 당일부터 저작권 거래를 하고 싶어하는 창작자들도 많아요."

그렇다면 뮤직카우의 수익은 얼마나 될까. 뮤직카우는 1.2%의 거래 수수료를 받는다. 그런데 여기에 300원의 상한선이 있다. 예를 들어 거래 가격이 100만 원이라면 1만2,000원을 수수료로 받아야 하지만 300원 이상 받지 않는다. "초기 시장이어서 활성화를 위해 상한선을 정했어요. 이 정책은 나중에 바뀔 수도 있어요."

정현경 뮤직카우 대표는 디지털 교육 콘텐츠와 여성포털을 운영한 중앙ICS 창업을 거쳐 2016년에 뮤직카우를 창업했다. 그는 대중가요 7곡의 가사를 쓴 작사가이기도 하다. 한지은 인턴기자


저작권료 받는 작사가 출신

정 대표는 사업가였던 부모의 영향으로 어려서부터 사업을 꿈꿨다. 그는 미국 남가주대학에서 경영학을 전공한 뒤 광고대행사에서 2년간 직장 생활을 하고 1999년 온라인교육 콘텐츠를 개발하는 중앙ICS를 창업했다. 거기서 회원 150만 명의 ‘잭시 인 러브’라는 여성 포털도 운영했다. "디지털 교과서 등을 개발한 회사였는데 잘 됐어요. 하지만 시장이 작았고 기술 진입장벽이 낮아 경쟁이 치열했죠."

그러다가 우연한 기회에 작사를 하게 됐다. "1년간 버스커버스커, 양파 등이 부른 노래 7곡의 가사를 썼어요. 저작권료가 들어오는 것을 보고 저작권 시장에 관심을 갖게 됐죠."

그렇게 해서 정 대표는 2016년 뮤직카우를 창업했다. 뮤직카우의 가능성은 투자를 보면 알 수 있다. KDB산업은행, 하나금융투자, 한화자산운용, LB인베스트먼트 등에서 총 340억 원을 투자했다.

“내년에 미국 진출”

정 대표는 음악 저작권 수익 사업이 진입장벽이 높다고 강조한다. "대중문화와 금융기술(핀테크), 플랫폼 기술 3가지가 결합돼 있어서 3가지 분야의 속성을 모두 알아야 해요. 해외에서도 유사 서비스가 나왔는데 3가지 속성을 고루 안배하지 못해 잘 안돼서 우리에게 인수하라는 제의가 들어왔죠."

뮤직카우는 내년에 해외로 나간다. "내년에 미국 서비스를 하려고 준비 중이에요. 미국 음악 위주로 거래할 예정이고 K팝도 일부 들어갈 수 있습니다. 국내에서는 가요, 해외에서는 팝 등 이원화 전략으로 갈 예정이에요."

그만큼 정 대표는 내년 목표를 크게 잡았다. "올해 거래액이 3,000억 원 수준이에요. 내년 거래액 목표는 1조원이죠. 여기에 해외 서비스가 추가되면 거래액이 더 커질 겁니다."

최연진 IT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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