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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중 패권경쟁에 낀 한국, 中과 공존이 해법" 금융위기 예견한 학자의 조언

입력
2022.01.04 11:00
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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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앤디 셰 모건스탠리 전 수석이코노미스트]
"美, 고성능 반도체 칩 수출 막아 중국 압박
中, 수입선 다변화와 공급망 자립으로 맞서
힘 빠진 美, 책임 떠넘기며 中과 갈등 부추겨
희토류 장악한 中, 대만 유사시 카드 꺼낼 것"

편집자주

경제가 국가생존을 좌우하는 시대다. 자원 무기화 경향이 뚜렷해지면서 안보의 우선순위가 뒤바뀌고 있다. 폭주하는 건 중국이다. ‘첨단산업의 비타민’ 희토류를 움켜쥐었다. 미국은 동맹·우방을 끌어들여 핵심전략물자 조달 압박을 노골화하고 있다. 일본은 ‘식량안보’를 내세워 쌀 자급률을 높이던 경험을 되살리고 있다. 한국의 대응전략을 진단하고 해법을 모색한다.

중국 경제학자 앤디 셰. 글로벌 투자은행 모건스탠리 아시아태평양담당 수석이코노미스트를 지냈다. 세계은행에서도 5년간 근무했다. 1997년 아시아 금융위기, 99년 닷컴 버블 붕괴, 2008년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를 예견해 명성을 날렸다. 2013년 블룸버그 선정 금융분야의 가장 영향력 있는 50인에 이름을 올렸다. 본인 제공

중국 경제학자 앤디 셰. 글로벌 투자은행 모건스탠리 아시아태평양담당 수석이코노미스트를 지냈다. 세계은행에서도 5년간 근무했다. 1997년 아시아 금융위기, 99년 닷컴 버블 붕괴, 2008년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를 예견해 명성을 날렸다. 2013년 블룸버그 선정 금융분야의 가장 영향력 있는 50인에 이름을 올렸다. 본인 제공


미국과 중국의 패권경쟁이 글로벌 공급망으로 번졌다. 제재와 국제공조를 앞세운 미국의 공세에 희토류를 손에 쥔 중국은 수입선 다변화로 반격을 노리고 있다. 중국 경제학자 앤디 셰는 1일 한국일보와의 이메일 인터뷰에서 “미국은 중국이 취약한 고성능 반도체 칩 수출을 제한해 압박하고 있다”면서 “하지만 우방국에 부담을 떠넘기는 무책임한 방식”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대만을 둘러싼 갈등이 증폭되면 미국은 금수조치, 중국은 희토류 수출 제한으로 맞설 것”이라며 “중국의 힘을 두려워하는 미국 때문에 글로벌 불확실성이 가중되고 있다”고 강조했다. 대외 의존도가 높은 한국에 대해서는 “중국과 공존하는 것이 유일한 해법”이라고 조언했다. 모건스탠리 아시아태평양담당 수석이코노미스트를 지낸 셰는 1997년 아시아 금융위기, 99년 닷컴 버블 붕괴, 2008년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를 예견해 명성을 날렸다. 2013년 블룸버그 선정 금융분야의 가장 영향력 있는 50인에 이름을 올렸다.

_미국이 글로벌 공급망을 재편하려는데.

“중국의 부상을 억제하려는 미국은 그럴 힘이 없다. 부채가 너무 많고, 사회적 비용이 높고, 내부적으로 심각하게 분열돼 있기 때문이다. 좀더 효율적인 해법이 필요하다. 반도체 칩 수출 제한은 미국 경제가 타격을 입지 않고 중국의 기술개발을 늦추는 방법이다. 하지만 중국을 견제하려고 부담을 전가시킬 뿐이다. 아시아 주변국을 부추긴다면 수렁에 빠뜨리는 일이다.”

_미국의 압박에 중국이 희토류 카드를 꺼낼까.

“대만을 둘러싼 갈등이 증폭될 경우 미국은 중국을 상대로 금수조치를 취할 것이다. 그럴 확률은 100%다. 이에 맞서 중국은 미국에 희토류 공급을 중단할 것이다. 미국에도 희토류가 있지만 가공을 거쳐야 하기 때문에 채굴량 모두 중국으로 수출된다. 미국은 게으르고 가난하다. 몇십억 달러만 투자하면 되는데도 못했다. 미국은 고작 기술을 틀어막고 중국의 주변국들에 의존하는 값싼 방식으로 중국을 봉쇄하길 원한다.”

세계 최대 희토류 광산인 중국 네이멍구 바오터우시 바옌 오보. 중국 희토류 매장량의 84%, 세계 희토류 매장량의 38%를 차지한다. 바오터우=로이터 연합뉴스

세계 최대 희토류 광산인 중국 네이멍구 바오터우시 바옌 오보. 중국 희토류 매장량의 84%, 세계 희토류 매장량의 38%를 차지한다. 바오터우=로이터 연합뉴스


_경제가 안보 수단으로 변질됐다는 지적이 많다.

“미국과 서구 동맹국들은 중국의 힘을 두려워한다. 러시아군보다는 중국군과 싸우는 것을 더 입에 올린다. 글로벌 불확실성의 원인이다. 권력과 가치, 여기에 인종까지 결합해 국가 간 신뢰에 해를 끼치는 환경을 조성하고 있다. 미국이 아시아에서 밀려나거나 중국이 몰락해야 경쟁이 끝날 것이다.”

_중국의 취약점과 그 대책은 뭔가.

“중국은 고성능 반도체 칩을 수입에 의존한다. 이건 매우 강력한 제약이다. 네덜란드 장비업체 ASML의 석판인쇄기계(노광장비)가 키를 쥐고 있다. 중국이 기계를 복제하려면 시간이 걸린다. 뿐만 아니라 중동 원유 수입의존도가 높다. 그래서 중국은 160개의 원자력발전소를 추가로 지을 계획이다. 원자력은 운송연료인 수소를 만드는 데 사용될 수 있다. 아울러 아프가니스탄을 거쳐 이란에 이르는 파이프라인을 건설해 페르시안 걸프지역에 대한 미국의 봉쇄를 우회할 수도 있다. 아프리카와 몽골은 (호주에 쏠린) 철광석 수입선을 대체할 카드다.”

(※ASML은 전 세계 나노미터급 고성능 반도체 생산장비를 사실상 독점한 업체다. 미국은 안보 논리를 내세워 중국 업체와 거래를 끊도록 네덜란드 정부를 압박해왔다.)

_중국은 어떻게 적응해왔나.

“중국의 경제전략은 수출과 수입의 다변화다. 미국과 무역전쟁을 치른 지난 3년간 중국 수출은 40% 증가했다. 다만 수입선 구조조정은 상대적으로 더디다. 중국은 호주와의 안보 대립에도 불구, 여전히 호주산 철광석에 의존하고 있다. 대신 제3세계 국가에 자원을 투입해 기술과 공급망 자립에 진력을 다하고 있다.”

_한국은 자원을 과도하게 중국에 의존하는데.

“한국은 자급자족할 경제 규모가 안 된다. 그렇게 하다간 오히려 한국의 경쟁력을 상실할 것이다. 대신 공급선을 다변화하면 된다. 다만 처리능력 면에서 중국에 필적할 경쟁자는 없다. 결점이 있긴 해도 중국과 공존하는 것이 유일한 선택일지 모른다. 한국은 중국과 자유무역협정(FTA)을 체결할 수도 있다. 한중일 3국이 오랫동안 FTA를 논의했지만 성과가 없었다. 미국의 입장을 감안하면 쉽지 않다.”

베이징= 김광수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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